화려했던 중앙시장의 기억은 먼지가 되어
화려했던 중앙시장의 기억은 먼지가 되어
  • 김남순 객원기자
  • 승인 2013.01.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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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안 ‘오늘’을 사는 사람들<1> … 금풍쌀상회 구정화 할머니

중앙시장 B동 1층 ‘금풍쌀상회’에 들어서자 4평 남짓한 가게 안에는 20킬로그램 쌀자루 10개와 앉은뱅이저울, 구석에 놓인 돌고르는 기계가 눈에 들어온다.

쌀집을 운영하는 구정화(74) 할머니는 강화토박이이다. 스물여섯에 양도면 남자 박성규(75)할아버지와 혼인한 후 지금껏 강화를 떠나본 적이 없다. 1남 2녀를 두었으며, 시집간 큰 딸도 강화에 살고 있다.

구할머니가 처음 쌀집을 시작한 곳은 지금의 중앙시장 근처였다. 중앙시장이 생기면서 이곳으로 가게를 옮겼으니 거의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셈이다.

“여기 앞으로 황금여인숙도 있고 가정집들이 있을 땐 그래도 좋았어요. 사람들도 많이 다니고 해서 그때는 장사가 잘 됐는데…….”

중앙시장 뒤 옥외주차장은 주택가였고, 멀지 않은 곳에 버스터미널도 있어 사람들 왕래가 빈번했던 곳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대형마트도 없었을 테니 장사가 꽤 잘되었을 걸로 짐작된다. 중앙시장이 처음 생겼을 무렵 당시로서는 최신 상가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버스터미널이 이전하고, 낡고 오래되어 화재의 위험이 항상 따랐던 풍물시장도 새 건물로 옮겨갔다. 주변에는 큰 대형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새롭게 상권이 형성되었으며, 중앙시장은 차츰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져갔다.

지금 중앙시장은 한 집 건너 빈 가게가 늘고 있다. 강화군청은 최근 몇 년 동안 중앙시장 활성화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미 꺾여버린 상권은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상가번영회도 없어졌다. 떠나지 못하는 이들만 남은 것일까. 현재 강화군청은 중앙시장 3층 전체를 매입한 상태다.

하루 얼마나 버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구할머니는 “집에 있으면 뭐하나? 내 가게니까 나오는 거지. 용돈 벌이도 안돼요.”라고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손님이 들지 않는 시간이면 구할머니는 틈틈이 가게 주변을 다니면서 박스를 줍는다.

이웃 가게에서 부탁하여 시작한 일인데, 요즘은 그 가게도 장사가 안 되는지 며칠째 박스를 가져가지 않는다고 한다. 차곡차곡 쌓인 박스더미는 먼지를 쓴 채 쌀자루보다 넓게 가게를 차지하고 있었다.

먼지는 물건에만 쌓이는 것이 아닌 듯하다. 지나간 구할머니의 기억에도 세월은 먼지를 앉게 했다. 언제부터 장사를 시작했는지, 쌀값은 얼마였는지, 중앙시장은 언제 지어졌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10년이 훨씬 넘었다는 말만을 되풀이 하는 구할머니는 오래되어 낡아버린, 한때는 화려했고 중심이었던 중앙시장과 모습이 닮았다. 중앙시장이나 시장 안 사람들은 오래된 사진 속의 빛바랜 풍경처럼 보였다. 그들은 ‘오늘’을 살고 있으나, 그러나 시간 밖의 존재들 같았다.

오늘 기자가 만난 구할머니는 중앙시장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이들과 만나는 첫걸음이다. 기자는 지속적으로 그들을 만나고, 한때는 그들이 ‘중심’이었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슬로라이프’의 저자 쓰지 신이치가 ‘있는 것 찾기’에서 ‘없는 것 애달파하는 대신 있는 것을 찾자’고 말했던 것처럼, 오래 전부터 우리 안에 있어왔던 것들을 통해 강화의 미래를 보고, 그리고,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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