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과 조미료 그리고 미원에 대한 생각
양념과 조미료 그리고 미원에 대한 생각
  • 황대익 기자
  • 승인 2021.10.13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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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대표하는 양념 커리(curry). 출처:위키백과

냉동보존 기술이 없던 과거에는 식재료의 보존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불의 사용 이후 습득한 나무를 태운 연기로 훈연하는 방법도 당연히 있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소금으로 절이는 방식이죠. 강한 삼투압 효과로 음식을 부패시키는 미생물이 생존할 수 없게 만드니까요.

, 소금의 짠맛은 입에 침을 더 잘 고이게 해 음식을 씹어 삼키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소화하기 좋은 효소 생성에도 관여하고요. 이렇게 음식을 더 잘 맛있게 먹도록 하는 역할도 겸하기에 따져보면 인류 최초의 양념은 소금입니다.

다음은 당 성분의 최종발효로 나오는 부산물 즉, 식초가 있습니다. 강한 산성으로 인한 살균 효과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 몸에 들어가면 알칼리성으로 작용해 좋은 건강식품으로도 많이 주목받습니다. 사실 우리 몸은 산이든 알칼리는 어느 하나만 필요한 게 아니라서 항상 균형이 필요하지만요.

어쨌든, 양념의 시작은 이런 미생물 활동에 따른 부패를 방지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할 필요로 시작된 셈입니다.

양념의 역사는 식문화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죠. 심지어 후추는 아예 유럽의 전쟁과 식민지배 등 중세 및 근대의 거시적 역사에도 깊숙이 영향을 끼쳤고요.

양념은 조미료, 향신료, , 기름, 허브, 향신채를 한데 묶은 표현입니다.

양념과 조미료만 따로 구분 짓자면 양념은 음식 자체의 맛을 돋우기 위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조미료는 기호에 따라 첨가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역시 이 둘의 성격은 섞이기도 하죠.

양념의 어원은 한자인 약념(藥念)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라는 문자에 집착해 약리작용을 따지며 마음대로 이야기도 만들지만, 한자를 풀어 보면 풀+즐거움입니다. 여기선 맛을 꾸미거나 맞춘다는 뜻으로 쓰인다 합니다. 념은 생각한다는 뜻이고 조미료의 료와 같은 의미로도 쓰인다 합니다. , ‘맛을 맞추기 위해 염두에 두는 재료가 적절한 해석이겠죠.

영어로 대응되는 말로 소스(sauce)가 있습니다. 라틴어의 소금을 뜻하는 Sal에서 변용된 말이라 합니다. 이건 기원과 쓰임이 겹치니 재밌고 알기 쉽네요.

한편, 조미료 하면 우리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미원(MSG)이 있습니다. 1908년 이케다 기쿠나 박사가 개발한 아지노모토("'f)가 기원이죠. 단백질의 한 종류인 글루탐산을 물에 녹기 쉽도록 결정화시킨 제품입니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에 이은 제5의 맛이라는 감칠맛이라는 말도 이때 처음 만들어졌고요. 지금은 매운맛도 공식적으로 추가됐습니다. 해방 후 우리나라는 이 표기를 그대로 쓰고 상표디자인까지 도용해 미원을 만들었습니다.

화학조미료라 하며 종종 경원시되기도 하는데 뭐든지 과유불급입니다. 애초에 해산물 등 자연식품에도 포함된 성분이고 미생물 발효로 만들고 있습니다. ‘모르모트(올바른 표현은 기니피그)시험결과로 과량 복용했을 때 일시적으로 시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양은 일반 성인 기준으로 밥 한 공기 분량을 한 번에 먹었을 정도의 양이랍니다. 만일 같은 양의 소금이나 설탕을 한 번에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도 사람의 체질은 다양해 드물게 미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뇌에 작용하여 메스꺼움이나 불쾌감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미원이 많이 들어가는 중국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발현되어 '중국 음식 증후군'이라는 말도 나왔죠.

일본에서 최초 개발한 것이지만 100년이 넘은 지금은 세계 최고수준의 요리사 중에도 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곤 합니다. 북한의 옥류관 냉면에도 육수 맛을 더 내기 위해 MSG가 들어갑니다.

미원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는 습관적 의존성입니다. 너무 쉽게 지나치게 사용하여 음식 맛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 본래의 맛을 가리거나 희석하는 부분이죠. 그래서 순수한 재료 맛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불편한 자극을 주기도 합니다.

100년밖에 안 된 MSG 조미료가 주는 감칠맛은 우리 음식에서 한국인의 입맛을 확 바꾼 고춧가루처럼 앞으로도 세계인들 입맛에 없어지지 않을 새로운 개념을 열어준 맛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어느 정도로 사용하느냐의 문제일 뿐이죠.

하여튼 지금의 우리는 아주 풍족하고 다양한 양념과 조미료를 누립니다. 애초 보존의 필요에 따라 시작된 것이 이제 맛을 즐기는 데 없어 안 될 위치가 됐군요.

양념과 조미료의 적용은 재료 못잖게 시대성에 아주 짧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용됩니다. 가정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양념과 소스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최신식'생활을 하는지의 여유를 엿볼 수 있게도 하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또 농담으로 아는 만큼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는 말도 있죠. 음식 맛이 그렇습니다. 아는 만큼 느낄 부분이 엄청나게 많아요.

옛날 임금의 수라상 못잖은 다양한 식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세상. 더욱이 수많은 세월 동안 거듭 풍부해지고 많아진 양념들. 글로벌 시대인 지금 온갖 향신료 조미료들을 가까운 마트만 가면 살 수 있습니다.

일반 한식에 일상적으로 쓰는 양념들만 나열해도 된장, 간장, 고추장, 마늘, 후추, , 생강, 마늘, 대파, 참기름, 들기름, 양파, 고춧가루, 식초, 설탕 등이 나오는데 인도 양념이나 지구 여러 곳에서 쓰이는 걸 망라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삶의 행복은 결과의 점에 있지 않고 시공간의 흐름을 소화시키는 자세에 있습니다. 생존의 본능을 따라 음식의 맛을 즐기는 자세는 가장 솔직하고도 쉽게 행복감을 느끼도록 합니다.

우리가 지금 먹는 음식들은 다양한 재료들이 다양한 양념 조미료들과 한데 어우러져 기기묘묘한 조리를 거쳐 입안에서 목구멍까지 가며 시공간이 얽혀 완성되는 오케스트라 같은 조합입니다. 일생을 통해 누적된 자신의 경험과 같이 섞여 지금 이 순간을 관통하며 우리의 삶을 완성 시켜주고 있죠.

우리 삶을 더욱 풍족하게 돋궈주는 이 양념이라는 개념을 따로 쪼개 기본 식재료 못잖게 같은 급으로 따로 매우 감사드려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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