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의 문화예술인들 - 조각가 김주호
강화의 문화예술인들 - 조각가 김주호
  • 황대익 기자
  • 승인 2021.10.12 1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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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 조각가

2019년 초 필자는 김포 월곶면에 있는 김포국제조각공원을 찾았다. 개장 초기에 외국에서 초빙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러 간 이후 실로 오랜만이다. 홀로 오토바이 타기를 즐겨 근처에 갈 곳을 생각하다 문득 떠올랐기에.

야외 중심의 조각공원이지만 실내 전시실도 있는데, 현수막에 김주호라는 친숙한 작가 이름이 보였다. 강화에서 전시 활동을 하며 가끔 뵙던 분이라 안면이 있던 것이다.

실내 전시실에 들어가니 다양한 크기의 62점의 질구이(초벌구이) 작품들이 제각각의 표정과 자세로 동시에 한 방향만을 향해 있었다.

전시 제목이자 작품 제목은 '북쪽 방향'이다.

작품명: 북쪽방향, 김포국제조각공원 전시실

이 작품의 북쪽에서 보면 모두 나를 향하고 있는 묘한 느낌이다.

작가가 그동안 실제 주변 이웃들을 모티브로 해 작업해오고 발표도 했던 질구이 작품들이 이렇게 한 곳에 다 모인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있어 북한은 제일 주적인 동시에 갈망을 지닌 모순의 대상이다. 제목의 북쪽은 북한지역을 의미한다. 강화와 같은 접경지역인 김포의 북쪽에 있는 미술관에서 작품들이 모두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맨 앞에는 남북한 지도자들의 형상이 각각 꽃을 든 채 작은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뒤에 있는 상대적으로 크게 묘사된 국민이 평화롭게 뭔가 해결되길 바라는 염원을 빗대 이렇게 상징적으로 담은 것이다.

작가의 글을 읽어보면 여기에 어떤 정치적 시각이나 이슈를 꺼내지 않는다. 비상식적인 집단인 북한을 괴멸시키고 강제흡수 병합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자칫 빨갱이 노이로제'를 민감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일까? 그는 오직 남북의 평화로운 응대에 대한 기대만 강조할 뿐이다.

개개의 모습들은 소박하고 장난스럽다. , 키치아트(가볍거나 장난스럽거나 유치하게 보이는 현대미술 분류해석의 한 종류)의 성격을 보인다. 모든 작품을 부품처럼 섞어 진열해 하나의 공간예술로 해 놓았으니 설치미술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진정성이다. 보여주기 위해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일관적이고 솔직하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그의 표현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으니.

김주호 작가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이어지는 태도는 사람에게 행복한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배경을 깔고 그는 현실상태를 예민하게 주시한다. 권력의 일방성과 폭력을 혐오하는 동시에 작품으로서 개개인에게 따뜻한 시선의 긍정심리를 주려 노력하는 것이다.

주머니가 빛난다. 66x27x20cm,
질구이 재벌, LED용 눈꽃 송이, 2021

그는 평안남도 맹산에서 1949년도에 태어났다. 1.4 후퇴 때 가족이 기차가 내려갈 수 있는 끝까지 내려와 정착한 곳이 김천이다. 우리 나이로 3, 만 나이로 2살이 채 못되던 때다. 그의 부친은 그곳 평화동에서 '평화상회'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시작해 자리 잡았다. 우연성이 내포됐으나 이 평화라는 말은 그의 사고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했고 그의 사촌누이가 서울에서 공부했기에 그도 고교 시절부터는 서울로 유학해 공부했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그도 어릴 적부터 미술에 대한 재능이 두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말한 에피소드를 들자면 김천에서는 미술대회마다 단골로 입상을 했으나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절 홍익대학교 전국 미술 실기대회에 참가했을 때는 입선도 못 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시골에서 그리던 자신의 상식과 대회장의 그것이 너무 달랐다.

본래 먼 산과 중간 풍경 그리고 가까운 나무들을 기반으로 원칙에 따라 그렸으나, 서울의 다른 참가자들을 보니 건물 안 복도에서 바깥 햇살이 비지는 실내풍경. 공사현장에 있는 커다란 차량을 가득 그리기도 하는 등등 완전히 새로운 환경을 바탕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표현하더라고.

미술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첫 경험. 이 경험으로 인해 그 후 미술에 대한 편견을 경계하고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다.

서울대학교 미대 조각과 졸업 후 창문여중에서 첫 교편을 잡았고 이어 보성고등학교 2부에서 미술 교사를 하며 동 대학원도 마쳤다.

교사생활 중 작품을 꾸준히 하며 전업 작가를 열망하고 있던 차, 지인의 소개로 서울과 가까운 강화에 작업할 공간을 얻게 된다. 내가면 사무소 건너편에 있던 한옥이었다.

이때가 19921010일로 가족과 함께 이사와 본격적인 전업 작가로 사는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딸 둘도 강화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다. 큰딸은 미술, 둘째는 건축을 전공하여 지금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엔 학교장과의 친분이 두터웠고 극구 만류하는 통에, 사직하기까지 줄다리기하며 1년 반을 강화에서 서울로 출퇴근해야만 했단다. (당시의 학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 설립자인 간송 전형필의 아들이다) 교사로서의 보람과 즐거움도 컸지만 순수한 작가로 사는 삶이 더 간절했기에 가능했단다.

그는 비판의식이 강한 성격이다. 강화에서 30년을 살아오는 동안에도 지역민들이 타성에 익숙한 부분까지 새롭게 묻고 따지고 비판하는 관점을 그는 여전히 놓지 않고 지냈다. 이는 자기 양심과 원칙에 따라 개개인들이 좀 더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필자를 만나자마자, 아니 왜 서울 가는 직행 버스가 김포대학과 마송 구도로까지 빙빙 돌아가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동안 강화군은 뭐 한 거냐 하신다.

이런 현실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태도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작품들에 고스란하게 투영시키고 있다. 역설적으로 더 나아지는 사람들 삶에 대한 기대감의 표현을 통해 현실에서 위안 삼도록 하는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초기작 대부분은 주로 야외에 상설전시하기 좋은 일반적인 형태의 소박하고 우화적인 인물조각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점차 좀 더 재미있게 기발한 느낌을 주고자 과거 세운 전자상가 쪽의 도움을 받아 센서를 달아 작동하는 로봇 같은 형태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 비결을 배워 나중엔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

신바람. 126x26x30cm. 나무, 센서. 2020(‘신바람’이 난다. 사람이 다가오면 선풍기가 돌아간다. 전등이 켜지면서 환한 얼굴이 드러난다. 반가운 만남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센스 있는 친구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신바람. 126x26x30cm. 나무, 센서. 2020(‘신바람’이 난다. 사람이 다가오면 선풍기가 돌아간다. 전등이 켜지면서 환한 얼굴이 드러난다. 반가운 만남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센스 있는 친구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지금도 그는 지역의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 참여 발언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사회정치 문제에 발언하거나 행동하는 예술가들을 겨냥해 주제넘다는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솔직히 필자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작품 성격과 사회참여를 별개로 두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생각하는 태도야말로 개인 또는 예술가의 선택적 삶을 뭉개는 폭력이다. 그것이 어떤 방향이든 작가는 자기 삶의 관점과 태도를 일관되게 증명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금도 그는 여전히 내가면에 산다. 20여 년 전 오상리에 400여 평의 땅을 매입하여 농사짓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지은 집과 작업실에서 텃밭을 일구며 부부 내외가 마음 여유롭게 지내고 있다.

요즘은 또 새로운 전시를 하기 위해 전시장을 물색 중이란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 사람들에게 밝은 햇살을 비추는 지금 여기에 맞는 구상을 해 놓았다고. 더불어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을 축하하고 밝은 내일을 기대하는 기념조각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도 피력하고 있다.

<약력>

15회의 개인전과 백수십여 회의 단체전.

작품 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대전시립미술관(대전), 소마미술관(서울), 모란미술관(남양주), 국립민속박물관(서울), 인천아트플랫폼(인천), 김포국제조각공원(김포), 직지문화공원(김천),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인천), 행촌미술관(해남), 수운아트스페이스(해남),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천), 인천문화재단 미술은행(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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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선생님! 2021-10-12 21:58:50
김주호선생님!
반갑습니다. 늘 깨어있는 예술혼으로
타성에 젖은 체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사람답게 살아가는 게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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