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우주’를 보여주자
아이들에게 ‘우주’를 보여주자
  • 이광식(천문학 작가, 내가면 거주)
  • 승인 2021.09.25 20:2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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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읽으면 인생이 달라진다

불행한 한국의 청춘들, 20대 사망 원인 반이 자살

얼마 전 내가 사는 강화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우주특강을 가졌다. 수강생들 나이가 17, 8살 정도니, 내가 별 보자고 이삿짐 꾸려 강화도로 들어온 2000년쯤에 출생한 아이들인 셈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때 태어난 아기들은 장정이 다 되었고, 우주나 사색하다 가야겠다고 나이 쉰에 입산한 나는 어언 70고개를 넘은 노인이 되었다. 면사무소에서 경로우대증까지 발급받았으니, 공식적으로도 노인 반열에 든 셈이다.

이 나이에 그래도 저 푸릇한 젊음들과 우주를 얘기할 수 있다니, 이런 홍복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우주를 얘기할 때마다 늘 재미와 열정을 느낀다.

나의 우주특강을 듣는 저 아이들도 머지않아 사회에 진출할 것이다. 그런데 그 사회가 보통 사회는 아니다. 하루에 36명 꼴로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곳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자살률 1위 자리를 13년 동안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강화고 학생들을 상대로 필자가 '십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더 비참한 통계도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9년째 '자살'이다. 한국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 행복지수는 6년 연속 최하위다. 성적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과 싸우는 청소년이 4명 중 1명꼴이고, 하루 평균 1.5명의 청소년이 성적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있다.

그뿐인가. 20대 젊은이의 사망률 중에서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5%나 된다. 비싼 등록금과 취업문제 등 경제적 이유가 거의 90%를 차지한다. 우리 사회에 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부가 심하게 한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동체는 이처럼 팍팍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참으로 불행한 청춘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대략 이러하므로 강의에서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주 간명하다.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 우주를 바라보고 자신을 돌아다보라는 거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2019년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가 13799명으로 전년보다 129(0.9%) 늘었다.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는 37.8,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26.9명이다.

우주 속의 '티끌' 한 점

40년 전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가 지구로부터 60km 떨어진 명왕성 궤도 부근에서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찍은 사진을 보면, 지구는 그야말로 광막한 허공중에 떠 있는 한 점 티끌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사진에 화살표를 하지 않았다면 지구인지도 모를 정도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명명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그 한 티끌 위에서 70억 인류가 오늘도 아웅다웅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 창백한 푸른 점. 지구-태양 간 거리의 약 40배인 60억km 거리 명왕성 궤도 부근에서 찍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유튜브에서 ‘창백한 푸른 점’을 쳐보면 된다.(출처/NASA)
창백한 푸른 점. 지구-태양 간 거리의 약 40배인 60억km 거리 명왕성 궤도 부근에서 찍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유튜브에서 ‘창백한 푸른 점’을 쳐보면 된다.(출처/NASA)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으로 꼽히는 이 사진을 보면 인류가 우주 속에서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느끼게 되며, 지구가, 인간이 우주 속에서 얼마나 작디작은 존재인가를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우주를 보고 받는 충격을 조망효과(Overview Effect)’라 한다.

창백한 푸른 점을 기획한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러한 조망효과를 여실히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넘겼다.

다시 저 점을 보라저것이 여기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것이 우리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아는 모든 이들예전에 그네들의 삶을 영위했던 모든 인류들이 바로 저기에서 살았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의 총량, 수없이 많은 그 강고한 종교들, 이데올로기와 경제정책들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발명가와 탐험가, 도덕 교사들, 부패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최고 지도자들인류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기-햇빛 속을 떠도는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난해 강화도 계룡돈대에서 찍은 네오와이즈 혜성. 7월 17일 저녁 9시경. (사진/김현우).
지난해 강화도 계룡돈대에서 찍은 네오와이즈 혜성. 7월 17일 저녁 9시경. (사진/김현우).

지구는 우주라는 광막한 공간 속의 작디작은 무대다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 속의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장군과 황제들이 흘렸던 저 피의 강을 생각해보라이 작은 점 한구석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구석 사람들에게 저질렀던 그 잔혹함을 생각해보라얼마나 자주 서로를 오해했는지, 얼마나 기를 쓰고 서로를 죽이려 했는지얼마나 사무치게 서로를 증오했는지를 한번 생각해보라.

이 희미한 한 점 티끌은 우리가 사는 곳이 우주의 선택된 장소라는 생각이 한갓 망상임을 말해주는 듯하다우리가 사는 이 행성은 거대한 우주의 흑암으로 둘러싸인 한 점 외로운 티끌일 뿐이다이 어둠 속에서, 이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에서, 삶이 깃들일 수 있는 유일한 세계다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해 살 수 있는 곳은 이 우주 어디에도 없다갈 수는 있겠지만, 살 수는 없다어쨌든 우리 인류는 당분간 이 지구에서 살 수밖엔 없다.

천문학은 흔히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인격형성을 돕는 과학이라고 한다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의 오만함을 더 잘 드러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자각을 절절히 보여주는 것이 달리 또 있을까?”

달의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지구. 2015년 NASA의 달정찰궤도선(LRO)이 최근 달 궤도에서 최상의 위치에 왔을 때 찍은 '블루마블'. 아프리카 대륙과 남미대륙이 보인다. 이 궤도선은 하루에 12번씩 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지구돋이를 보고 있다.(출처=NASA)

이 같은 우주 조망효과를 최대한 보여주면서 나의 우주특강은 대략 다음과 같은 당부로 마무리된다.

아이들아, 아무리 어렵더라도 부디 쫄지 말고 한 세상 즐겁게 살아가거라. 하찮은 일들에 마음 상하지 말고, 어려울 때는 우주를 생각하면 좋다. 우리는 별들이 만든 원소들, 곧 별먼지로 이루어진 존재들이다. 초신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폭발로 제 몸을 아낌없이 우주로 뿌리지 않았다면 지구도, 인간도, 새들도, 나무도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밤하늘의 저 별들이 우리의 고향이요, 우리는 메이드 인 스타. 어느 천문학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뒹구는 돌들의 형제요, 떠도는 구름의 사촌이다.’ (We are the brothers of the rolling stones and the cousins of the floating clouds).” /할로 섀플리(1885~1972)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뽑은 '올해의 천문사진' 수상작 '젊은 별밤지기들'. 이 사진을 찍은 제시카 케이터슨(15살)이 맨 오른쪽에 앉아 있다. 영국 웨일스의 가워 반도의 별밤이다.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뽑은 '올해의 천문사진' 수상작 '젊은 별밤지기들'. 이 사진을 찍은 제시카 케이터슨(15살)이 맨 오른쪽에 앉아 있다. 영국 웨일스의 가워 반도의 별밤이다.

이처럼 놀랍고도 희한한 우주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데, 나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우주와 맞먹는 기적인데, 하찮은 일들로 한 번뿐인 인생을 우중충하게 살아서야 되겠는가.

어느 철학자는 경이驚異가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말했다. 우주는 경이와 신비 그 자체이며, 때로는 경이를 넘어 감동이다. 138억년 우주의 사랑이 우리를 태어나고 살게 한 거니까.

가다끔 힘들 때는 지구가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 둘레를 초속 30km로 날아가고, 우리 태양계가 은하 가장자리를 초속 200km로 내달리고, 이 순간에도 우주는 빛의 속도로 팽창을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해라. 그러면 우리가 각기 지고 있는 삶의 무게도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것이다.

별을 보고 우주를 생각하는 그런 삶을 살다 보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세상과 인생을 보게 되고, 보다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우주를 읽으면 인생이 달라진다 이것이 내가 저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의 속고갱이다.

내 책을 읽은 어느 독자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우주는 참으로 위대하다. 자살하지 마라. 누가 잘살고 잘나고 다 필요없다. 무의미하다오늘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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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시대 2021-09-27 11:28:54
저 아랫분은 자기 의견 떳떳하면 본명 쓰지 왜 가명을 쓰는지 모르겠네.
스스로도 좀 거시가하다고 느끼시는 모양이네. ㅎ

바람 2021-09-26 08:57:40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녀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

안시성 2021-09-26 08:53:45
쪼잔하게 좁쌀같은 트집 그만두고 우주를 봅시다. ^^

인용 2021-09-26 03:25:03
유명 학자의 글 인용이 많고, 중심이고, 작가의 말은 평범하고 누구나 하는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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