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돈대 중 최고 걸작 계룡돈대 A
강화돈대 중 최고 걸작 계룡돈대 A
  • 이광식 작가(내가면 거주)
  • 승인 2021.09.18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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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식의 돈대순례 서른일곱 번째
-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 282번지 위치

강화 해안을 따라 축조되었던 54개의 돈대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바로 계룡돈대이다.

망월평야 남서방향의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계룡돈대. 돈대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사진=문화재청)
망월평야 남서방향의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계룡돈대. 돈대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사진=문화재청)

망월평야 남서방향의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이 돈대는 강화 돈대 중 초루돈대와 함께 유이하게 건립 시기가 돌에 기록되어 있는 돈대다. 문 기준으로 왼쪽 기단부에 있는 면석에 새겨져 있는 글은 다음과 같다.

계룡돈대의 축조 명문. 53돈대 중 명문이 있는 두 개의 돈대 중 하나다.

"康熙一十八年四月日慶尙道軍威御營"(강희184월 일 경상도 군위어영)

강희 18년은 1679년이다. 그해 겨울이 끝나고 봄이 막 시작된 시점인 4, 경상도 군위현에서 온 어영청 소속의 병사들이 이 돈대를 축조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돈대의 제작연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예이다. 물론 계룡돈대 외에 다른 돈대의 건립 시기를 모르는 건 아니다.

이 연도는 숙종 5년에 해당하는데, 이해에 조정에서는 국력을 기울여 강화도에 48개 돈대를 동시에 축조했기 때문이다.

돈대로 올라가는 계단. 돈대 바로 아래 밭을 일구고 있다.

망월돈대와 함께 진무영에서 관리하던 계룡돈대는 강화군의 서쪽인 내가면 황청리 282번지 일대 간척지 평야의 끝자락에 솟은 구릉 위에 있다.

돈대의 형태는 전체적으로 길죽한 사각형이지만, 북서쪽 끝이 좁은 형태이며, 그 규모는 북서-남동쪽이 33m, 북동-남서가 22m 가량이며, 높이는 2-4m 내외이다.

돈대 문. 위에 가지런히 미석(눈썹돌)을 얹어놓은 게 보인다.
돈대 문. 위에 가지런히 미석(눈썹돌)을 얹어놓은 게 보인다.

기록을 보면, "남쪽으로 가면 석각돈이 1,960(1,418m) 거리에 있고, 둘레는 79, 치첩은 33개이고, 북쪽으로는 망월돈이 1,525보 거리에 있다"고 되어 있다.

3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계룡돈대도 허물어지고 이지러진 바람에 복구를 위한 첫 단계로 2008년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돈대 안의 모습. 포좌 3개가 보인다.

이 조사를 통해 돈대 벽체의 구조가 확인되었는데, 북쪽 육축부의 경우 하층부는 막돌 허튼층쌓기를 했고, 상단부는 비교적 열을 맞추어 거친돌 층지를 쌓기 한 것이 밝혀졌다.

또한 경사가 급한 동벽의 경우 벽체 하단부에 여러 단의 석재를 쌓아 성벽을 보강한 보축이 발견되었다. 그동안 돈대 규모가 작은 경우 돈사(墩舍) 대신 움막을 지었을 것으로 추정했던 것이 발굴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성벽 바깥쪽에서 포안을 통해 들여다본 돈대 안 모습.​
성벽 바깥쪽에서 포안을 통해 들여다본 돈대 안 모습.​

계룡돈대는 발굴조사 이후 2009년 복원공사가 완료되었는데, 대체적으로 발굴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라 복원되었다.

동벽과 서벽이 편축이 아닌 협축으로 정비되는 등 말끔하게 원형이 복원되어 199531일 인천광역시기념물 제22호로 지정되었다.

광대돈대, 겨룽돈대로 불리기도 한 계룡돈대의 석문 입구를 들어서면 길쭉한 장방형의 내부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핸드볼 경기장 남짓한 직사각형의 3면은 석축을 올려 해변을 향해 정면으로 외적을 볼 수 있다.

계룡돈대의 내부. 핸드볼장 크기 남짓한 이 공간에서 한때 수많은 장정들이 숙식하며 군생활을 했을 것이다. 성벽에는 총안, 포안들이 즐비하건만, 이처럼 아늑한 정취를 자아내다니 아이러니하다.
계룡돈대의 내부. 핸드볼장 크기 남짓한 이 공간에서 한때 수많은 장정들이 숙식하며 군생활을 했을 것이다. 성벽에는 총안, 포안들이 즐비하건만, 이처럼 아늑한 정취를 자아내다니 아이러니하다.

여기서 한때 수십 명의 장정이 숙식을 같이하며 밤낮으로 우리 바다를 지켰을 것이다. 지금 강화 해안을 경계하는 해병대 병사들과 다를 게 없다.

옛날 그 장병들은 모두 시간과 함께 과거 속으로 떠내려가 버렸지만, 당시 저 돈대 한쪽에는 가마솥이 걸리고 천막과 볏짚으로 꾸려진 숙소들이 자리를 잡았으리라.

고향에서 농사짓다가 징집된 그 수 많은 병사 중에서 과연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간 장정들은 얼마나 되었을까?

성벽과 여장의 경계에 얹은 미석(눈썹돌). 빗물이 성벽을 타고 흐르는 것을 방지해준다.​
성벽과 여장의 경계에 얹은 미석(눈썹돌). 빗물이 성벽을 타고 흐르는 것을 방지해준다.​

강화도에 이처럼 수많은 돈대들이 세워지고 병사들이 배치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강화가 도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말의 강화도는 힘과 힘이 맞부딪치는 격랑의 역사 한가운데서 부침하는 섬이었다.

이 무렵 조선의 앞바다에는 이양선(異樣船)들이 수시로 출몰했다. ‘모양이 다른 배라는 뜻을 가진 이양선은 서양에서 온 상선들이었지만 기실은 침략의 선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최신 무기로 무장하고 조선의 섬과 해안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수심을 재고 지형을 살폈다.

어떤 배는 한강을 거슬러 올라 도성의 코앞인 서강에까지 이르렀다니, 집권층이 느낀 공포와 위기감이 어떠했을 것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해안 쪽에서 바라본 저물녘의 계룡돈대. 19세기 프랑스 명화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해안 쪽에서 바라본 저물녘의 계룡돈대. 19세기 프랑스 명화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돈대의 서쪽으로는 수평선이 보이는 서해와 동쪽으로는 한없이 너른 망월 평야가 펼쳐져 있다. 평야 쪽에서 바라보는 계룡돈대는 소나무들에 둘러싸여 기품있는 자태를 자랑한다.

쉼 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물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계룡돈대를 지나는 강화 나들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계룡돈대를 지나는 강화 나들길 16번 코스는 창후리에서 외포리까지 이어진 13.5km의 바닷가 길로, '서해 황금 들녘길'이라는 이름 그대로 바다와 평야를 아울러 감상할 수 있는 명코스다.

되도록 저물녘 시간을 잡으면 아름다운 서해의 낙조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수도권 별지기들이 천체관측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포좌 속에서 포안을 통해 내다본 해안 풍경. 강화나들길이 지나고 있다.​
포좌 속에서 포안을 통해 내다본 해안 풍경. 강화나들길이 지나고 있다.​

또 하나 계룡돈대에서 놓치면 안 될 것은 개펄 해안의 다양한 생물들과 버드 워칭, 곧 탐조(探鳥).

운 좋으면 주걱 같은 부리로 바닷가 바닥을 휘젓는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도 볼 수 있으며, 물가에 서 있는 자태가 더없이 우아한 왜가리들을 보는 것도 큰 기쁨이다. 마치 한 폭의 격조 높은 한국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물새들이 떼지어 있는 바닷가 풍경. 기품 있는 왜가리, 운좋으면 보호조 노랑부리저어새도 볼 수 있다.
물새들이 떼지어 있는 바닷가 풍경. 기품 있는 왜가리, 운좋으면 보호조 노랑부리저어새도 볼 수 있다.

이처럼 격랑의 역사를 간직한 돈대의 아름다운 모습과 서해의 눈부신 낙조, 그리고 한 폭의 그림 같은 해안 풍경을 거느리는 계룡돈대는 강화의 숨은 보물이 아닐 수 없다. A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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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대 복원 등급]

A등급: 여장을 포함, 복원이 거의온전하게 이루어진 돈대.
B등급: 복원이 이루어졌으나, 불완전 복원으로 여장 등은 복원되지 않은 돈대.
C등급: 돈대 축대 중 기초 부분 정도만 남아 있는 돈대로, 복원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돈대.
D등급: 돈대의 기초부분만 약간과 돌 무더기만 있을 뿐, 주변 정리도 전혀 돼 있지 않은 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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