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의 도문대작을 읽고
허균의 도문대작을 읽고
  • 황대익 기자
  • 승인 2021.09.15 12: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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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의 대상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항상 달라집니다. 인류가 생태계 최상위층이 된 이후는 포식될 염려도 없어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먹었죠. 이를 맛있게 먹기 위한 다양한 조리법들이 나왔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여러 조리서가 나왔는데 지금 남아 있는 것만 해도 수운잡방부터 시의전서까지 16종류를 헤아립니다. 게 중 필자의 눈을 끈 것은 조선 시대 허균이 쓴 '도문대작 屠門大嚼'입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조리법이라기보다 상당한 미식가였던 허균 자신이 그동안 먹어왔던 음식 맛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며 정리한 글입니다. 귀양 생활 중 저술한 것이라 척박한 음식을 그조차 제때 못 먹는 상황이라 더욱 간절했을 것입니다.

홍길동전의 작가로 많이 알려진 허균은 당대의 명 문장가였죠. 실록에는 "문장의 화려함이 근래에 견줄만한 자가 없다"라고 기록될 정도고요.

그는 홍길동전 외에도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라는 81책도 저술하였는데 성소는 허균의 호고 부부고는 장독뚜껑을 덮는다는 뜻이랍니다. 여기에 도문대작이 포함돼 있던 겁니다.

도문대작의 서문 첫 글을 보면 이렇습니다.

"우리집은 가난하기는 했지만, 선친이 생존해 계실 때는 사방에서 나는 별미를 예물로 바치는 자가 많아서, 나는 어릴 때 진귀한 음식을 고루 먹을 수 있었다. 커서는 잘사는 집에 장가들어서 산해진미를 다 맛볼 수 있었다.

임진왜란 때는 병화를 피해 북쪽으로 갔다 강릉으로 갔는데 기이한 해산물을 골고루 맛보았고 벼슬길에 나선 뒤로는 남북으로 전전하며 우리나라에서 나는 별미를 모두 먹어볼 수 있었다. 먹는 것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다."

이 글만 봐도 그의 솔직하고 호방한 기질이 엿보이는군요.

백여 종류가 넘어가는 다양한 음식과 재료들을 나열했는데, 무엇은 어느 곳이 어떻게 맛있고 어디가 잘 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쓰이는 말과 달라 생경한 음식 이름들도 있어 읽다가도 중간에 자주 검색하게 됩니다.

흥미롭게 와 닿는 부분은,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는 먹을 수 없는 요리에 대해서도 나옵니다.

표태(豹胎:표범의 태)에 대하여서는 '양양에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맛이 매우 좋다. 다른 곳은 불결하여 먹을 수가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사슴의 혀와 꼬리 곰 발바닥이 나옵니다.

강화사람들에게 친숙한 숭어도 나오는군요. ‘서해에는 어느 곳이나 있지만, 한강의 것이 가장 좋다(강화도 한강 하구죠). 나주에서 잡은 것이 매우 크며 평양에서 잡은 냉동된 것이 맛있다.’(냉동이라면 장빙고에 넣었던 것을 먹었을 테니 당시로선 호사스럽다 하겠네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내용은 도문대작 음식 등 중 가장 앞에 쓰인 방풍죽에 관한 것입니다.

그의 외가인 강릉에서 먹은 것을 '세속에서는 참으로 상품의 진미다'라고 극찬을 합니다. 간략한 다른 음식 소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리법도 자세히 적어놓았죠. 이 소박한 나물죽에 대해서요.

방풍죽(출처: 백산출판사의 전통음식조리서(1600년대 도문대작 식재료), 윤숙자 엮음.)
방풍죽(출처: 백산출판사의 전통음식조리서(1600년대 도문대작 식재료), 윤숙자 엮음.)

별별 다양하고 화려한 음식을 먹었어도 진정 손에 꼽는 진정한 음식의 맛이란 이런 것이 아니냐는 화두를 미리 앞서 제시했다고 판단합니다.

그리 긴 내용이 아니라 금방 다 읽었습니다.

저는 시대를 앞서가고 타협하지 않는 성격으로 풍운아처럼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으며 조선 시대의 가장 끔찍한 형벌인 능지처참으로 생을 마감한 그 허균만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음식의 경험을 이토록 풍성하고 다채롭게 즐기고 기억했으며 이를 기록으로까지 남겨놓았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의 부친인 허엽의 호는 초당입니다. '초당두부'를 고안한 사람이라 알려졌다니 집안 내력이기도 한가 봅니다.

조선 유학자들에겐 배척받던 불교도 깊이 섭렵했던 그는 사명대사와도 친분이 있었다더군요. 그래서일까, 도문대작 서문의 끝을 그는 이렇게 맺고 있군요.

"마침내 종류별로 나열하여 기록해 놓고 가끔 보면서 한 점의 고기로 여기기로 하였다. 먹는 것에 너무 사치하고 절약할 줄 모르는 세속의 한 달 한 자들에게 이처럼 부귀영화는 무상할 뿐이라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지나고 보니 한 점일 뿐이라는 이야기죠. 먹는다는 일 역시 살아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누릴 수 있을 때 기쁘게 누리되 과욕으로 집착하지 말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겠죠.

식물이든 동물이든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생명입니다. 음식 조리의 시작과 끝은 생명을 담보로 한 재료에 있습니다.

아무리 특별한 재료를 이용하고 아무리 야단스레 조리를 한들 재료 본래의 맛을 잘 찾아 느끼는 것이, 그 생명의 맛을 섭취하며 자신이 살아 숨 쉬는 과정을 음미하고 긍정하고 누리는 것이 산자의 특혜입니다.

허균은 그러한 삶의 특혜를 상당히 만끽하고 즐겼던 편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삶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나가 버리고 말 것이라는 점도 같이 알고 있던 것이겠죠.

그래서 종교인들은 먹는 행위와 더불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매 순간에 순수한 자세로 감사해하기도 합니다.

비록 그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지만, 살아가면서 경험하던 삶의 순간들을 음식을 통해 얼마나 느꼈을 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도문대작이라는 글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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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기 2021-09-17 04:18:03
음식이야기, 강화의 옛날 식당들 이런 것들을 마니마니 소개해주세요~ 재미이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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