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 공무원의 경고. 2
어나니머스 공무원의 경고. 2
  • 어나니머스 공무원
  • 승인 2021.09.09 11:39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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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강화뉴스를 보는 공무원들에게 고합니다.

진급하는 법을 가르쳐 드리려고요. 우리 조직은 상부로 갈수록 적어지는 삼각형 구조입니다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입으로만 지식으로만 일할 수 있으니 편안합니다. 급여도 오릅니다. 사회적 대우도 다릅니다. 옷값과 세탁비가 이전보다 많이 들지만 옷이 날개 아닙니까? 좋은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진급 못한 공무원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기에 6급보다 5급이 적고 4급은 한손에 꼽힐 정도로 적을까요?

어딘가 안 보이는 곳에서 존재감 없이 정년하거나 스스로 면직하곤 합니다. 어제의 후배가 오늘의 상사가 되어 그나마 미안한 듯 존재하면 천만다행이고 그나마 더 못되게 굽니다. 진급 욕심 없이 조용히 살다 가는 건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면 이왕 들어온 거 빨리 진급하는 게 좋지요. 내가 멈춰있고 싶어도 아랫사람들의 무시와 눈치 때문에 그것도 못해먹을 짓이니까요

만일 귀하가 진급욕심이 있다면 제대로 된 밧줄을 잡으시고 넓은 길로 가시기 바랍니다. 이 정도는 상식입니다.

제대로 된 밧줄이 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밧줄은 3개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왕 줄서기로 마음먹은 것 뭣 하러 외줄타기를 하십니까? 주식 2장 복권 1장씩 사는 건 제대로 된 투자가 아니죠.

원칙적으로 공무원은 상사의 사적 요청을 거절해야 합니다. 관이 사유지 개발해주지 않고 사익을 위해 일하지 않듯 말입니다.

그러나 줄을 서셨으면 사적인 일을 잘하셔야 합니다. 반대로 공무는 좀 못해도 됩니다.

낮술 드신 사무관 집까지 퇴근시켜 드리고 아침에 출근도 시켜드리십시오. 그때 나눈 대화는 둘의 사이를 막역하게 만듭니다. 아주 좋은 찬스입니다.

명절이 되면 과일박스도 선물 하시고 힘들어 보이면 홍삼도, 의외로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용을 그린 거고 용의 눈에 점을 찍고 싶다면 이성친구도 소개시켜 드리세요. 그보다 제대로 된 효는 없습니다.

밧줄 하나 더 잡으셔야 되는데, 이번엔 정무나 입법 쪽으로 하나 잡으셔야 합니다. 당선 확률이 높은 정무직이나 지방의원 좋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친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탁하면 들어주고, 힘들 땐 힘들다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서로 집도 방문하고 배우자 대동하면 더욱 좋습니다.

술을 사도 비싼 곳 복어집 이런 데가 최고고요. 아니면 그보다 아래인 일식집도 좋습니다.

이번엔 지역유지를 잡으셔야 하는데 돈이 많을 수도 있고, 권력이 많을 수도 있고, 지역에서 표심을 좌우할 수도 있거나, 교인이 많은 분일수도 있습니다.

지역유지를 잡으셨을 때는 주의할 것이 있는데 안 되는 일을 되게 해야 합니다. 위험부담이 있으니 지역유지는 빼는 게 좋지만 효과는 좋으니 감안하세요.

일단 줄을 서면 이것은 멋진 보험입니다. 보이지 않게 귀하의 권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진급은 강한자의 몫이니까요.

다만 인어공주가 다리를 얻는 대신 목소리를 잃었듯이 당신은 자유를 잃게 됩니다.

한밤중이나 시도 때도 없이 핸드폰으로 사적 지시 또는 어려운 부탁이 들어올 것이며 50번 잘했어도 1번 지시 불응하면 줄 서지 않은 만도 못한 결과가 생겨, 당신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공무원님들!

이미 느끼셨겠지만, 난 줄을 서라고 이 글을 쓴 게 아닙니다. 당신은 요직에 가지 않아도 승진하지 않아도 이미 이 나라의 공무원입니다.

공무원님 당신은 이미 괜찮은 사람입니다. 이미 은도끼를 가졌는데 괜한 욕심으로 금도끼 가져보려다 모두 잃은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용감히 거부 하십시오. 거역하고 한직으로 쫓겨나세요. 그래도 잘리지 않습니다. 철밥통은 이럴 때 위력을 발휘합니다.

지역 유지가 돈이 많아도 부자의 특징은 보람 없는 돈 쓰지 않습니다. 노예가 되는 대가를 미리 받지 마십시오.

1편에 쓴 글에 제가 당신의 하늘은 당신의 공무원생활보다 짧다고 했지요? 당신이 공무원 하는 시간은 당신의 일생보다 짧습니다.

그리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선거 때만 지키는 게 아니라 힘 가진 누군가에게 줄서는 순간 위반입니다. 3권은 분립되어야 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만 진급한 이들의 턱은 점점 위로 젖혀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진급은 책임의 증가이지 결코 벼슬이 아니어야 합니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지만 남들은 철밥통이라고 욕하지만, 간과 쓸개를 집에 두고 오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민원이 증가하는 근무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당신.

공무원 처음 들어올 때 심정은 아무거나 시켜달라는 심정이었지요? 초심대로 살면 보람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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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2021-09-10 00:03:26
글을 참 잘쓰시네요. 소신도 느껴집니다. 이런 인재가 외면받고 있다면 아까운 일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2021-09-09 23:55:00
군청 하위직 공무원들의 탄식과 애환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당신들은 늘공(정년이 보장된 직업공무원)이니,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선출직의 군수, 의회의원)들에게 절대 기죽지 마세요. 소신껏 나랏일들만 법대로 열심히 하세요.

기대 2021-09-09 17:21:49
힘내십시오 응원합니다!

토박이 2021-09-09 14:38:04
강화에 이렇게 멋진 글을 쓸줄 아는 공무원도 있구나. 역시 사람은 각양각색.

승리하리라 2021-09-09 12:19:20
어나니머스공무원이여, 승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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