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사라진 장춘옥 설렁탕
아쉽게 사라진 장춘옥 설렁탕
  • 황대익 기자
  • 승인 2021.08.17 19:02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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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도에 나온 백파 홍성유의 '한국 맛있는 집 666'에 보면 군포식당의 설렁탕이 나옵니다. 어떻게 같은 설렁탕이라도 이토록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 작가가 책을 내게 된 동기가 됐단 표현이 있더군요.

당시 소개됐던 강화에 있던 식당들은 아리랑집의 해장국, 충주식당의 궁중전골, 초지진 쪽 대선정의 시래기밥과 칼싹뚜기, 온수리 쪽의 등나무가든 바비큐, 강화군청 뒤 선미정 양지탕 등을 기억합니다.

저는 그때 과천에 머물 때라 멀지도 않았기에 군포까지 혼자 부러 찾아가 먹어 봤죠. 먹다가 속으로 놀랐습니다 '그래 이게 바로 진짜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 읍에서 먹던 장춘옥의 그 맛이 딱 떠올랐기 때문이죠.

당시 서울에서 흔하게 먹던 설렁탕에 비해 국물이 뽀얗지 않은 약간 노릇한 맑은 국물이었으며 소고기 특유의 고...게 누릿한 풍미가 잘 와 닿았습니다.

사실 요즘 식당들은 편리한 대로 혼재해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만, 굳이 따지면 곰탕에 가까운 성격이었습니다.

원래 설렁탕은 뼈들을 도가니에 넣고 뽀얗게 국물을 우려내 고기 몇 점 넣어 대충 말아 먹는 개념이고 곰탕은 고기와 내장들을 다 섞어 푹 고아 내는 식이거든요.

장춘옥은 1.4 후퇴 때 내려온 개성 출신 할머니가 1953년 영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6·25전쟁 때 국군으로 참전 후 집에 돌아온 아들도 같이 일을 거듭니다.

처음엔 월세로 얻어 보통의 국밥집으로 영업하다 1970년대엔 강화초등학교 올라가는 길 중간 종각이 있던 길의 건너편 골목으로 집을 사 옮기고부터 설렁탕과 냉면을 주업으로 합니다.

많은 설렁탕 중 유독 따로 기억날 정도의 풍미가 가득한 맛은 이유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소 한 마리를 통째로 우려냈기 때문입니다. 내장들을 포함한 소의 각종 부위와 사골들 그리고 소머리까지도 통째로 삶아 국물을 냈습니다.

사골과 내장 및 부위별 고기들을 큰 가마솥에서 따로따로 우려내어 나중에 정확한 비율로 배합을 했답니다.

장작불로 정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지 못할 정도로 밤새워 지키는 세심하고 고단한 정성이 가득했던 겁니다. 지금 같으면 가스 불 조절로 가능했을 텐데.

설렁탕 분류는 본래 곰탕 밑의 개념으로 서민용 간편 식사 중 하나였습니다. 밥을 토렴해 후루룩 먹는 국밥입니다.

1900년대 초반의 기록에도 중상류층은 설렁탕을 먹는 것이 격이 떨어져 보인다 하며 공개적으로 먹는 것을 꺼린다는 내용도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장춘옥의 그 맛은 설렁탕보다는 곰탕의 그것에 가까웠죠. 뼈까지 우려냈으니 결국 맛에 관한 한 곰탕과 설렁탕의 장점만 추렸다 해석해도 될법합니다.

안타깝게도 장춘옥은 2000년대부터 쇠락의 길을 걷습니다. 주방에서 오래 일을 하던 사장님이 힘드셔서 사위가 맡아 영업을 했는데 재료값이 많이 올라 대중적 음식이었던 설렁탕의 가격 단가를 맞추기 힘들어진 겁니다.

소 한 마리 통째의 개념은 없어지고 잡뼈 일부와 양지 부위만 사용해 국물을 내게 된 겁니다. 더 해서 단가가 저렴한 수입 소를 쓰게 되니 과거에 비하면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짚이나 콩 여물도 아닌 옥수수를 주종으로 한 사료를 먹고 자란 품종조차 다른 소는 풍미조차 완전히 달라 예전의 그 맛이 나지 않았던 겁니다. 같은 누린내라도 다릅니다.

주관적으로 시각적 상상을 해 과장되게 설명하자면 빛이 나는 갈색과 피곤하게 와 닿는 누리끼리한 색의 차이랄까요?

식당은 현재진행형 장사의 일종이고 영업방식에 따른 선택의 변화는 항상 필요합니다. 새로운 조건에 계속 적응해야 하는 거죠.

가상의 설정이지만 만일 가격을 더 올리고 고집스럽게 그대로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이후 손님이 떨어지고 한동안 개점 휴업상태처럼 지내다 10여 년 전 가게를 완전히 닫았어요.

강화의 다른 식당들도 그렇지만 원래 번창했던 가게가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는 번창했던 이유를 제대로 존속시키지 못했던 것입니다.

주방을 책임지던 분이 연로하거니 가족 등 다른 분이 이으며 시도한 변화에 실패하는 경우죠. 서두에 언급했던 666점들 중 30년도 더 지난 지금은 얼마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람도 떠나면 관계된 기억에만 잠시 남을 뿐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반면에 변함없이 오래 할수록, 있는 동안 같이 이어 사는 맛도 있는 법이죠.

보통 식당들은 30년만 넘어도 그걸 자랑으로 삼는데 50년 넘게 가족끼리 운영하다 사라졌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시각은 강렬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조각나는 모자이크 현상이 생겨 점점 모호해집니다. 반면 냄새의 기억은 평생 갑니다. 그래서 노인 분들이 옛날 음식 맛을 잘 분별하는 겁니다. 그것을 언제든 확인하고 즐길 수 있어야 삶이 좋은 건데.

앞서 언급했던 군포식당을 추억 삼아 가족을 데리고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간판에 60년 역사를 자랑하더군요.

그때만큼 풍성함 맛은 조금 사라졌고 다소 조잡해진 인상이 들었으나 흔한 설렁탕의 뽀얗고 구수한 그 맛이 아닌 과거 느꼈던 풍부한? 구릿한? 특유의 맛이 여전히 남아 있더라고요.

다소나마 개인적으로 만족했지만, 식구들은 이걸 먹으러 여기까지 왔냐고 제게 투정을 부리더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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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도 기대합니다 2021-09-07 01:03:31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 만땅~~~

애독자 2021-08-18 17:57:26
나는 이 분의 글이 좋던데요.
맛깔스런 음식이야기가 재미있던데요.
비독자님! 독자들의 취향을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필자의 세계관이라뇨? 비독자님의 가치관은 어떤 것인지를 먼저 밝혀주세요! 별 희안한 댓글이 있네요.

비독자 2021-08-18 14:40:16
한마디만 더할게요. 이분이 쓰는 글이 재미가 없다는 거지요.

비독자 2021-08-18 14:24:07
모두의 입맛에 상차림을 맞주라는 게 아니죠. 필자의 세계관을 자성해보라면 또 뭔 말할지 ㅋㅋ 이분의 글, 겨우 상차림인가여?

황대익 2021-08-18 13:41:17
상차림의 찬들이 모두의 입맛에 맞추기는 어려운 노릇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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