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성
천남성
  • 신종철
  • 승인 2012.11.23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화의 들꽃 산책(12)

천남성은 가을이면 마치 빨간 옥수수 알이 박힌 듯싶은 열매가 맺히는데 꽃 보다는 열매가 더 호화로운 들꽃이다. 찔레꽃이 한창 필 무렵 강화동지방 몇 목사님들과 함께 필자의 집 앞산인 혈구산을 올랐다. 혈구산은 해발 466m로 강화에선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행 목적은 효소 담글 야생초를 뜯기 위해서였다. 그럴듯한 목적의 산행이었지만 가뭄 때문에 풀들이 시들어 생기를 잃고 있었을 뿐 아니라 무엇을 뜯어야 할지 몰라 산을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상에서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다른 길로 해서 내려오게 되었는데, 얼마쯤 내려왔을까 큰 나무들로 그늘져 있어 땅이 습기를 머금고 있는 약간 경사가 완만한 곳에 천남성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독초이기 때문에 효소 재료로 뜯을 엄두도 못 내었지만 내심 가을에 열매를 만나러 꼭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다.

여름도 가고 가을도 깊어 어느덧 초겨울을 알리는 서리가 내린 11월 중순 천남성 열매를 만나야겠다고 벼르던 산행을 했다. 지난 번 보아두었던 장소인지라 기억을 더듬으며 산을 오른다. 온통 낙엽들로 덮여 있어 어디가 길이고 아닌지 때론 분간이 안 된다. 그래도 좀 움푹 팬 곳이 길이겠거니 하고 지레짐작으로 산을 오른다. 지난 번 보아두었던 습기가 많은 큰 나무 숲이라고 생각되는데 천남성이 보이지 않는다. 약초라고 사람들이 다 캐어간 것일까? 아닐 거라고 생각해본다. 약초라고는 하지만 풀을 먹는 산짐승들도 안 먹는 독초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올라보자 하며 산을 오른다. 조금 더 올라서 없으면 돌아서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저만치 빨간 옥수수 알 같은 천남성 열매가 눈에 띤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 이날의 목적한 산행은 헛되지 않았다.

천남성의 땅속 덩이줄기는 한방에서 중풍이나 반신불수를 치료하는 중요한 약재이나 맹독성의 독초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혹시라도 빨간 열매가 먹음직하여 에덴동산의 하와처럼 한 알 입에 넣는다면 큰 일! 드라마에서 숙종이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려 죽게 하는데, 그 사약의 원료가 천남성이었다니 그 독성을 짐작할 수 있다. 사약(賜藥))이란 ‘임금이 내리는 약’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임금이 죄를 지은 왕족이나 신하에게 독약을 내려 죽게 하는 사형제도였다. 이렇게 맹독성의 들꽃이지만 특이한 모습의 꽃과 열매 때문에 들꽃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들꽃 중의 하나이다. 천남성(天南星)의 이름은 ‘남쪽에 떠있는 별의 기운을 받았다’고 해서 생겨난 이름이라고 한다. 천남성은 환경에 따라 성전환을 하는 신기한 식물이라 하는데, 필자의 집 뜰에서 자라고 있는 천남성이 올해엔 꽃도 열매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마도 성전환을 한 것이 아닐까싶다. 내년엔 다시 암꽃으로 성전환을 했으면 좋겠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국화리 시리미 거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