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간호사에게 듣는 캐나다 의료시스템
캐나다 간호사에게 듣는 캐나다 의료시스템
  • 김세라(강화뉴스 캐나다 특파원)
  • 승인 2021.07.19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밴쿠버 로열 콜롬비안 병원(Royal Columbian Hospital) 간호사 조니 안(Joni An)씨 가족
밴쿠버 로열 콜롬비안 병원(Royal Columbian Hospital) 간호사 조니 안(Joni An)씨 가족

캐나다 의료시스템의 대전제는 인간에 대한 리스펙트 즉, 모든 생명을 귀하게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는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의 기본 이념이기도 합니다.”

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로야'는 한국계 캐네디언 다이앤 리의 장편소설이다.

교통사고를 겪고 후유증을 앓으면서 사고 이후 몸과 마음의 아픔을 회복하는 과정을 다룬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 ‘99%가 실화라고 밝힐 만큼 밴쿠버의 한국인 교포들의 일상이 사실적으로 묘사 되어 있다.

특히, 교통사고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장면에서는 복지선진국 캐나다 의료체계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이와 관련하여 BC주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인 로열 콜롬비안 병원의 간호사, 한국계 캐네디언 조니씨에게 캐나다의 의료환경에 대하여 물었다.

환자들에게 캐나다 의료체계에 대한 점수를 물어봤어요. 표본 수가 적고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이니 참고만 하세요.

미국과 캐나다 양쪽에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B+,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CB, 이민자분들은 C, C+, B 등 점수를 줬어요. 평균적으로 C+에서 B+ 사이를 오가는 것 같아요.

저도 동의해요. MSP(Medical Service Plan, 캐나다 건강보험)가입자는 치과, 단순 시력검사, 미용 목적 성형수술, 건강검진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 무상으로 치료를 받습니다.

무상의료는 엄청난 장점이죠. 캐나다의 헬스케어 시스템은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홀리스틱 케어(holistic care, 환자의 심신과 생활 방식 등 총체적 회복에 초점을 맞춤)입니다.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캐나다의 교육과 일맥상통하죠. 캐나다는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입니다. 이 나라에서 돈이 없어서 방치된 환자는 볼 수 없어요. 가난해서 자살하는 사람도 없죠. 이런 사회 안전망이 강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돈이 없어도 죽지 않지만, 돈이 있어도 죽을 수 있는 게 캐나다의 의료체계입니다.”

무상의료에도 한계는 있다. 호주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2006년부터 캐나다에서 간호사로 근무 중인 조니씨는 현직 의료인으로서 캐나다 의료체계의 장·단점이 뚜렷하게 보인다고 했다.

캐나다의 병원은 거의 공공영역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클리닉도 일부 있지만, 대형병원은 권역별로 주 정부가 관장하죠.

캐나다에서 병이 나면 우선 패닥(family doctor)에게 갑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패닥을 가족으로 생각할 만큼 의지해요. 패닥에게 증상을 알리면 패닥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전문의)에게 진료를 의뢰 합니다.

그렇게 배정 된 스페셜리스트가 관련 질병의 담당의사가 되는 거죠. 문제는 스페셜리스트를 6개월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캐나다 사람들은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안갑니다. 의사 만나기 전에 자연 치유가 되니까요.

진단에 필요한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죠. 물론 위급한 상황에는 응급실에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응급실 진찰은 접수 시간과 무관하게 위중하고 급박한 순서여서 몇 시간씩 대기하게 됩니다. 스페셜리스트 기다리다 화병난다는 말이 나올 만하죠.”

무상의료의 단점은 진찰 속도가 느리고 담당의사 선택권이 없는 것이라는 조니씨의 설명을 들으니 교통사고를 겪었던 로야작가의 답답함이 이해가 됐다.

한국에서는 명의로 알려진 전문의를 찾아 갈 수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환자마다 병원과 의사에 대한 만족도가 천차만별인 이유다.

복불복이에요. 각각의 경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캐나다 의료에 대한 점수가 C+에서 B+ 사이가 되는 것 같아요.

캐나다 의료는 인간 존중 철학을 기반으로 합니다. 미국은 다르죠. 부자에게는 A+, 가난한 사람에게는 F인 나라입니다.

당연히 캐나다 의료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A+를 받으려면 캐나다 정부가 의료에 더욱 투자해야죠. 병원 더 짓고, 의료 인력도 늘려야 해요. 돈이 없는 나라가 아니잖아요.”

조니씨는 농담 삼아 복불복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캐나다 의료는 세계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스탠다드가 결코 낮지 않아요. BC Children's Hospital(밴쿠버 어린이 병원)은 이 병원 때문에 밴쿠버로 이민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입니다.

투석도 유명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BC주의 데이터베이스 모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체 투석환자 데이터베이스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죠.

암치료와 암 환자에 대한 서포트도 정평이 나있고요. 의료진만 해도 캐나다 간호사의 수준이 미국 간호사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필기시험으로 선발하는 미국간호사와 달리, 캐나다에서 간호사가 되려면 커뮤니케이션 스킬까지 갖춰야 합니다.

병원이 공공영역이기 때문에 캐나다 간호사는 신분을 보장받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의 신분을 보장하는 대신, 스탠다드를 높인 거죠.”

해외에 살다 보면 오히려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조니씨는 한국인의 스마트함과 높은 시민의식, K방역에 대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Test-Trace-Treatment(검사-동선추적-치료),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려면 3T가 가능해야 합니다. 지구상에서 3T을 갖춘 나라는 몇 안돼요.

그런 면에서 멘 파워, 뛰어난 IT기술, 선진 시민의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K방역은 감동입니다. 캐나다는 3T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어요.

펜데믹 상황에서 병원, 인력, 보호 장비가 모두 부족하다는 것이 증명 됐죠. 양국의 인식 차이도 있어요.

개인정보를 민감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확진자 동선 추적이 쉽지 않았어요. 펜데믹을 통해 캐나다 방역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났죠. 캐나다 의료시스템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조니씨는 한국의 의료체계는 자본주의의 장점과 의료복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훌륭한 의료시스템이라며, 한국인들이 이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니씨가 캐나다 사회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했다.

딸이 지난 학기에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그러셨대요. 학교에 애착인형을 가지고 등교해도 된다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은데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허락되지 않잖아요. 갑갑한 상황 때문에 화나고, 우울할 때 애착인형이 곁에 있다면 불안한 감정이 줄어들겠죠.

펜데믹 시대를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주고, 그 안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교사들의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캐나다는 인간존중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환자들이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치유할 수 있도록 케어하는 의료인으로서 더욱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천광역시 강화군 남문안길 17 2층
  • 대표전화 : 032-932-0222
  • 팩스 : 032-932-0949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제훈
  • 법인명 : 강화언론문화협동조합
  • 제호 : 인터넷 강화뉴스
  • 등록번호 : 인천 아 01079
  • 등록일 : 2015-10-30
  • 발행일 : 2012-03-18
  • 발행인 : 이필완
  • 편집인 : 박제훈
  • 인터넷 강화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박제훈 032-932-0222, esim92@naver.com
  • Copyright © 2021 인터넷 강화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anghwanew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