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올봄
올해 올봄
  • 하종오 시인
  • 승인 2021.04.05 16: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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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올봄
- 생강나무와 매화나무 -
 

                                        하종오


올해 올봄에 강화에서 떠나기로 작정하고
이주했던 첫해 첫봄에
집 앞마당에 어린 생강나무를 심었고
집 모퉁이에 어린 매화나무를 심었다

올해 올봄이 오고 나니
생강나무가 크게 자라서
꽃망울을 망울망울 맺었다가
꽃송이를 송이송이 터뜨렸고,
매화나무가 크게 자라서
꽃망울을 망울망울 맺었다가
꽃송이를 송이송이 터뜨렸다

올해 올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번져서
이주했던 첫해 첫봄부터
곧잘 올랐던 산길에 전혀 오르지 않게 되자,
집 앞마당에 나와 서서 생강나무 꽃향기를 맡으면서
비로소 나는 상상했다
만약 내가 강화를 떠난 뒤면 생강나무가 나를 찾아와서
산으로 올라가자고 할지
산에다 군락지를 이루어보자고 할지

올해 올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번져서
이주했던 첫해 첫봄부터
곧잘 쏘다녔던 밭둑에 전혀 쏘다니지 않게 되자,
집 모퉁이에 나와 서서 매화나무 꽃향기를 맡으면서
비로소 나는 상상했다
만약 내가 강화를 떠난 뒤면 매화나무가 나를 찾아와서
밭으로 쏘다니자고 할지
밭에다 과원(果園)을 일구어보자고 할지

강화에서 지낸 여러 해에 걸쳐 상상력이 좀 모자랐던 나는
어떤 군락지도 이루지 못해 나무들에게 신록을 보여주지 못했고
어떤 과원도 일구지 못해 사람들에게 열매를 나누어주지 못했다

*약력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어미와 참꽃』 『깨끗한 그리움』 『님 시편』 『쥐똥나무 울타리』 『사물의 운명』 『』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님 시집』 『지옥처럼 낯선』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입국자들』 『제국(諸國 또는 帝國)』 『남북상징어사전』 『님 시학』 『신북한학』 『남북주민보고서』 『세계의 시간』 『신강화학파』 『초저녁』 『국경 없는 농장』 『신강화학파 12분파』 『웃음과 울음의 순서』 『겨울 촛불집회 준비물에 관한 상상』 『죽음에 다가가는 절차』 『신강화학파 33』 『제주 예멘』 『돈이라는 문제』 『죽은 시인의 사회』 『세계적 대유행

중고등 교과서 수록작- 원어」 「동승」 「밴드와 막춤」 「신분」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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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보 2021-04-05 18:00:43
이 봄이 왠지 슬퍼지네요.
신영복님의 글이 떠오릅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