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캐나다에 살다 1편] 밴쿠버 학교 선생님에게 듣는 캐나다 교육 이야기
[복지국가 캐나다에 살다 1편] 밴쿠버 학교 선생님에게 듣는 캐나다 교육 이야기
  • 김세라(강화뉴스 캐나다 특파원)
  • 승인 2021.04.0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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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녀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훌륭한 사람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딸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소망하는 모습을 향해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의지가 있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다행히 딸들은 강화도의 행복배움학교에서 민주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고민하며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초딩 시절을 보냈다.

20203, 남편의 직장이동으로 인하여 갑작스럽게 캐나다에 도착했다. 캐나다는 공평교육전인교육을 지향하며 OECD 국가 중에서도 공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우수한 교육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있지만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한국에서 즐겁게 학교 잘 다니던 애들을 낯선 곳으로 데려와서 괜히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노파심이 들었다.

캐나다의 실제 학교 현장을 알고 싶었다. 마침 이민 1.5세대로 밴쿠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현재 버나비 지역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양범모 선생님과 인연이 닿아 인터뷰를 요청했다.

양범모 선생

캐나다의 교육이념은 지덕체를 중심으로 학생의 정서, 성격, 가치관, 열정, 대인관계 등 여러 요소가 조화로운 인격자 양성을 추구합니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하잖아요. 캐나다가 그렇습니다. 아이스링크에 가면 미취학 아동들도 하키 스틱 들고 얼음 위를 평지처럼 달려요.

산길을 자전거로 질주하는 겁 없는 어린이들도 볼 수 있고요. 혹자는 이런 캐나다 교육을 발육교육이라고 하던데, 저는 전인격적 소양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전인교육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양범모 선생님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온 것은 양 선생님이 중학교 3학년이었던 1997년이다. 원래 양 선생님 가족은 9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24개월 간 살았다. 유학생이었던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온 형제는 영어를 못하는 동양인에게 친절하지 않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동생이랑 한국말 하며 지나가면 미국 애들이 시비를 걸었어요. 아시안에 대한 차별이 있었죠.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으로 귀국하니 좋았는데, 부모님께서 다시 캐나다 이민을 결정 한 것이 싫었어요.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데 왜 캐나다에 가야하나 반발심이 들었죠.

그런데 캐나다에 와보니 미국과 다른 거여요. 캐나다랑 미국은 북미로 묶이니까 비슷한 줄 아는데, 전혀 달라요. 미국은 문화의 용광로라고 하잖아요. 미국에 왔으니 너희 문화는 다 버려, 이런 마인드거든요. 캐나다는 모자이크 문화에요. 이민자가 고유문화를 간직하기 장려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배려해주죠. 저는 이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양 선생님은 미국과는 달리 캐나다의 학교생활은 평온했다고 한다.

버나비의 공립학교를 다녔었는데요, 전교생 2,000명 중에 한국학생이 약 300명이었어요. 동양인 교사들도 계셨죠. 심지어 당시 BC주 주지사가 인도사람이었어요. 성인이 되어서 캐나다로 온 이민 1세대였대요.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캐나다는 나라가 어려서인지 이민자에 대한 차별은 없는 편이에요. 대신 영어를 못하면 곤란해집니다. 그래서 인종차별은 없지만, 언어차별은 있다.’고 해요.”

양 선생님은 미국에 살 때 영어를 못해서 상처를 입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영어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저는 한국에서 받았던 교육을 귀하게 여겨요. 중학교를 다니면서 얻은 책상 의자에 엉덩이 붙이는 습관이 훗날 대학원 공부까지 이어졌거든요. 미국도 그렇지만 캐나다는 4년제 대학을 가려면 크게 각오해야 합니다. 졸업이 무척 어렵거든요.

학위 취득 비율이 40퍼센트가 넘지 않아요. 캐나다는 고등학교 혹은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해도 충분히 살 수 있어서 공부에 뜻이 있는 사람만 4년제 대학에 진학해요.

세컨더리(secondary, 한국의 중·고등학교 과정)는 대게 8과목이고 시험 보는 과목도 얼마 없어서 한국학교에 비해 학습량이 적어요. 수능 같은 대학입학시험도 없고요. 그렇다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돼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심해서 캠퍼스의 낭만을 누릴 겨를이 없습니다.”

대학에서는 음악교육, 대학원에서는 합창 지휘를 전공한 양 선생님은 영어가 유창했음에도 불구하고 석사과정 까지 단어장을 만들어 암기할 만큼 영어 공부를 놓지 않았다.

제 인생에 영어를 안 배우고 살아도 되는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절대 안했어요. 영어는 잔인해요. 10을 투자하면 1도 얻기 어려우니 효율성도 꽝이죠. 독하게 영어 공부를 했기에, 캐나다에서 차별 받지 않고 살 수 있었어요.

그래서 누가 캐나다에 대하여 물어보면 마냥 천국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는 좋은 나라에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며 사는 것을 존중해주니까, 캐나다 사회에 진심으로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는 학교에서부터 배워요. 심지어 성적을 내는 방식도 천차만별입니다. 이 나라가 체육을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제가 운동신경이 썩 좋지는 않아요. 실력이 부족해도 수업은 열심히 참가 했더니 체육교과 전교 1등상을 받았어요.(웃음)

애들이 난리가 났죠. 운동 잘하는 애들을 제치고,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월등하게 좋다는 이유로 체육 전교 1등이 되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양 선생님께 캐나다에 대한 한마디 부탁했다.

캐나다가 살기 좋다지만, 서비스도 느리고 답답한 점도 많아요. 다만 캐나다는 젊은 사람들이 직장생활하기 괜찮아요. 최저시급이 높고, 갑질 문화, 꼰대 문화가 없거든요. 동료 선배 교사들은 물론 교장 선생님도 후배 교사들을 정중하게 대하셔요.

어리다고 무시하는 건 이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어요. 또한 좌파국가다 보니 노동조합 파워가 강해요. 저도 교사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데, 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요.

어느 나라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장·단점이 있잖아요.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캐나다와 어울린다면 청년들의 캐나다 직장생활 도전을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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