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옆 돌에 명문이 있는 초루譙樓돈대C
문 옆 돌에 명문이 있는 초루譙樓돈대C
  • 이광식 작가(내가면 거주)
  • 승인 2021.03.22 13: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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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식의 강화돈대 순례, 열한번째 이야기
- 강화군 양사면 북성리 산47 소재

강화 최북단 바닷가의 야트막한 야산 정상에 자리잡은 초루(譙樓)돈대는 1999년 육군박물관 조사단의 발굴 이전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무명 돈대였다.

마치 우거진 숲속에 숨어 있는 고대 석조 유물처럼 보이는 초루돈대

'()''꾸짖다' 는 뜻이지만, 초루(譙樓)는 궁문이나 성문 따위의 바깥문 위에 지은 다락집(門樓)이란 뜻이다.

같은 해 1117일부터 36일 동안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의해 본격적인 초루돈대 발굴 작업이 실시되었는데, 강화지역 돈대가 정식 발굴된 것은 초루돈대가 처음이다.

돈대의 문. 잘생긴 문 양쪽의 무사석이 돈문 형태를 3백년 넘게 유지해주고 있다. 문 천장의 덮개돌은 일부 무너졌다. 

조사결과 초루돈대는 해발 45의 낮은 구릉 위에 맨 밑바닥에는 화강암을 깔고 평면 계란형으로 쌓아올린 것으로, 남북 35, 동서 27크기이며, 마치 석축산성을 축소해놓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래돈대라고도 불리는 초루돈대는 불장-의두-철곶-천진돈대와 함께 철곶보 소속으로 강화 최북단 해안방어의 한 축을 맡았는데, 벽체를 따라 북쪽과 북서, 북동쪽에 각각 포를 설치하는 포좌가 셋 있으며 출입문은 남쪽에 설치됐다.

또 돈대 바깥 벽면은 1단의 기단석 위에 6~8단의 네모난 화강암을 15가량 들여쌓고 돈대 윗면에는 할석을 3단으로 쌓아 흙과 강회를 섞어 마무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돈문 왼쪽의 면석 위에 흐릿하게 보이는 네 줄 명문. 계룡돈대 명문처럼 뚜렷하지는 않지만. 초루돈
이 1720년에 축조되었을을 알려준다. 

이와 함께 출입구 문주석의 왼쪽 면석에 4행으로 된 명문이 발견되었는데, 계룡돈대 외에 명문이 발견된 것은 초루돈이 유일하다.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에 따르면, "강희 59[1720] 4월이라는 글자가 제일 오른쪽 위치하는데, 이는 초루돈대가 건립된 때를 의미한다.

그 다음으로 전()별장 최, 패장(牌將) 교련관(敎鍊官) 장준영, () 사과(司果) □□의 이름이 연이어 새겨져 있다."

이 명문으로 인해 초루돈대가 숙종 5(1679) 강화에 최초로 축조되었던 48돈대에 포함되지 않고 나중에 추가된 돈대임이 밝혀졌다.

치세 연간에 '강화읍성'을 고쳐 쌓고 덕진진에 행궁을 지은 숙종은 1718년에는 빙현돈대, 1719년에는 철북돈대를 각각 축조하고, 세상을 떠나는 이듬해에는 초루돈대를 완성했던 것이다.

돈대 내부. 남북으로 길죽한 타원형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숙종은 강화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임금인 셈이다. 그로 인해 조선은 병인양요, 신미양요 때 밀려오는 서양 제국주의 세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

숙종 하면, 늘 음습한 요부 장희빈을 연상하게 되지만, 이제는 국방에 누구보다 심혈을 기울인 왕으로 기억해도 될 법하다.

석축과 포좌. 언제 쌓은 석축인지 알 수 없다.
우묵한 건물터. 식량, 무기를 쟁여놓는 창고이거나 숙소였을 것이다.

민통선 안 야산 정상에 자리한 덕분으로 초루돈대는 지금껏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는 있으나, 동쪽과 북쪽의 석벽은 붕괴가 심하다.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우물터.(사진=강화만사성)

포좌는 붕괴되어 원형이 훼손되었으나, 포구는 3구 중 2구가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빠른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붕괴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너진 포좌
붕괴된 북벽. 주변에 면석들이 뒹굴고 있다. 

돈대의 현존 석벽은 7~8단 정도의 높이이며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안으로 들여쌓는 퇴물림 방식을 택했다.

기록에는 둘레가 85(99m), 여장(성가퀴)38첩이라고 나와 있지만, 남아 있는 여장은 하나도 없다. 다만, 남벽 일부에 여장 흔적이 잔존하고 있으며, 전돌을 사용한 흔적도 보인다.

빠른 복구가 없으면 성벽 붕괴는 가속될 것 같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산속 고즈넉한 곳에 앉아 있는 초루돈대는 주변에 우거진 나무와과 덤불로 인해 마치 오래 전에 버려진 고대의 석조 유적처럼 보인다 유적 앞에 어떤 안내판도 서 있지 않아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지도 모른다.

안에서 본 돈문.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어지럽다.  

강화도 최북단 양사면 북성리의 바닷가 산길을 따라가다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면 희미한 발자국 자취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을 좇아가면 우거진 숲속에 서 있는 초루돈대를 만날 수 있다.

민통선 안이긴 하지만 민간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므로 볕 좋은 봄날 돈대 투어에 한번 나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백년 세월감을 느껴볼 수 있다.(C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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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대 복원 등급]

A등급: 여장을 포함, 복원이 거의 온전하게 이루어진 돈대.
B등급: 복원이 이루어졌으나, 불완전 복원으로 여장 등은 복원되지 않은 돈대.
C등급: 돈대 축대 중 기초 부분 정도만 남아 있는 돈대로, 복원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돈대.
D등급: 돈대의 기초부분만 약간과 돌 무더기만 있을 뿐, 주변 정리도 전혀 돼 있지 않은 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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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대 2021-03-24 09:05:37
이 돈대 찬는 건 보물찾기 비슷해요.
안내판 하나 없거든요. ㅠㅠㅠ,,

이광구 2021-03-22 21:08:40
늘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가까이 있으면서도 미처 가보지 못했네요.
올 봄에는 꼭 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