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천문학] 강화를 천문도시로 만들면 어떨까?
[뒷마당 천문학] 강화를 천문도시로 만들면 어떨까?
  • 이광식 작가(내가면 거주)
  • 승인 2021.03.02 14:4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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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도시를 바꾸는 힘.. '천문학'은 힘이 세다

강력한 '조망효과(Overview Effect)'

인간이 만든 피조물로는 가장 우주 멀리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는 출발한 지 13년 만인 1990214, 지구로부터 60km 떨어진 해왕성 궤도 부근을 지날 때,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자기가 떠나온 고향 지구 행성을 렌즈에 담았다.

지구-태양 간 거리의 40(40AU)나 되는 곳에서 카메라로 찍은 지구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막한 허공중에 떠 있는 한 점 티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보이저 1호가 해왕성 궤도 부근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한 점 티끌이다. 희미한 빛줄기는 황도대의 뿌려진 먼지가 햇빛을 반사해 만든 것이다.(출처=NASA)

그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불면 날아갈 듯 한 우주 티끌 하나 위에서 70억 인류가 아웅다웅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보다 확실하게 보여준 사진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주에 나가 지구를 돌아보고 겪는 인식의 변화를 '조망효과(Overview Effect)'라 한다.

칼 세이건은 이 '한 점 티끌'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으로 명명하고,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라고 시작되는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는데, 그중에 "천문학은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인격 형성을 돕는 과학"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같은 조망효과는 우리 주변에서도 더러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별지기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바로 그러한 사례의 하나가 될 것 같다.

별지기 친구는 어느 날 동네의 학교 운동장에 천체망원경을 세팅하고 목성 관측을 시작했다. 대략 밤의 학교 운동장은 빛 공해가 비교적 적어 별지기들이 즐겨 찾는 장소의 하나다.

그날은 유난히 밤하늘이 투명하고 목성 관측하기가 좋은 시기인지라 한창 관측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신발 끄는 소리와 침 뱉는 소리를 내면서 서너 명의 청소년들이 주위를 에워싸고는 "대체 뭐하는 거야?" "망원경 보는 거 같은데..." 하면서 저희끼리 말하며 서성거리는 거였다.

캄캄한 외진 장소에서 이런 상황에 부닥뜨리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긴장하게 마련인데, 그 별지기는 현명한 친구였다.

", 오늘밤 정말 목성이 예쁘게 보이네. 대적점도 뚜렷하군. 저거 봐. 4대 위성이 나란히 다 보이는구먼." 그러고는 아이들에게 말을 건넸다. "얘들아, 너희도 망원경으로 목성 한번 볼래?"

망원경으로 천체를 보여주겠다는데 거절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이들이 줄레줄레 다가와 망원경 접안렌즈에 눈을 갖다 대고 들여다본다. 그런 와중에도 별지기는 열심히 목성에 대해 설명한다.

"저 목성 말야,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큰 놈인데, 지름이 우리 지구의 무려 열 배나 된단다. 몸통에 붉은 점 보이지? 대로 대적점이라는 건데, 목성의 푹풍이야. 지구 몇 개는 너끈히 들어가는 크기란다. 그리고 그 옆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작은 별들 보이지? 그게 사실은 별이 아니고 목성의 달들이란다. 갈릴레오가 발견했다고 해서 갈릴레오 위성이라 불리지."

아이들은 별지기의 설명을 들으며 한 순배 관측을 끝냈다. 그 다음 변화가 놀라웠다. 신발 끌며 침 틱틱 뱉던 아이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잘 봤습니다" 하고 인사한 후 가더라는 것이다.

"천문학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는 칼 세이건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고 별지기는 전해주었다.

콜롬비아 메데인 시의 시민천문대. 플레나타리움 돔이 보인다.(출처=Wikipedia)

마약과 폭력에서 혁신도시로.. 콜롬비아 메데인 시

이보다 클래스가 다른 조망효과가 또 있다. 남미 콜롬비아의 제2도시 메데인 시의 일인데, 아시다시피 남미는 마약과 갱단, 폭력이 난무하는 곳으로, 메데인 시는 그중에서도 악명 높은 마약-폭력 도시였다.

새로운 시장이 범죄로 물든 도시의 분위기를 혁신하기 위해 4가지 테마로 의욕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4가지 테마는 곧, 음악, 미술, 스포츠, 천문학이었다.

시장은 특히 천문학 테마에 심혈을 기울여 시민 천문대와 천체투영관(플라네타리움)을 건립하고, 시민 누구나 언제든 천문대에 와서 천체관측과 천체투영관 감상을 하게 오픈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대표적인 예로, 어느 날 그 도시의 십대 청소년 갱 보스가 부하 수십 명을 거느리고 천문대를 찾아 천체투영관도 감상하고 천체관측도 한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주가 이렇게 넓은데 우린 그 동안 너무 좁쌀같이 살았어. 골목 하나를 뺏기 위해 피나게 싸웠다. 우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해야 한다." 그러고는 중퇴한 학교로 돌아갔다고 한다.

메데인 시는 천문학을 포함한 4가지 프로젝트로 도시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 성공해 2013<월 스트리트 저널>에 의해 '세계의 혁신도시'로 선정되었다.

그밖에도 메데인 시의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2013년 시티그룹, 월스트리트저널, 도시부동산연구소(ULI)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가 되었고, 하버드대학교 베로니카 럿지 도시디자인상도 수상했다.

2016년에는 도시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았다. 예전에 마약 전쟁으로 유명했던 도시의 완벽한 탈바꿈이었다.

일본 오키나와의 이시가키지마 천문대. 주말마다 시민들을 상대로 무료 관측회와 영상물을 상영한다. 높은 인기로 일본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사진=이광식)

일본 이시가키지마의 '봉사하는' 천문대

메데인 시의 천문대처럼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천문대는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의 이시가키지마 섬의 천문대도 그 좋은 예의 하나가 될 것 같다.

필자가 찾아본 이가키지마의 밤하늘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새벽 3시 숙소에서 가까운 해변으로 나와 밤하늘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잊었다.

밤하늘이 너무나 많은 별들로 뒤덮여 있어 마치 흰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한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는 큰개자리 부근에 별들이 별로 없는데, 큰개 뒤쪽에 그렇게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풍경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이시가키지마 천문대는 북위 24도에 위치해 제트기류의 영향이 적어 대기가 안정적이고 장마 기간이 짧아 대체적으로 날씨가 맑다. 그만큼 별을 관측하기 좋다. 별자리 88개 중 84개의 별자리와 21개의 1등성 별을 볼 수 있다.

규슈오키나와에서는 최대 구경인 105cm 반사 망원경 '무리카부시 망원경'을 갖추고 있는 이 천문대는 매주말 일반인을 위한 무료 관측 이벤트를 비롯해 '4D2U(4차원 우주영상)를 상영한다.

일본 국립천문대가 개발한 이 입체 영상 시스템은 실제의 관측 데이터를 기초로, 우주의 생성 및 지구를 에워싸는 천체 상황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특수 안경을 끼고 보면 마치 자신이 우주 속에 있는 듯 한 실감을 느낄 수 있어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이 널리 퍼져 멀리 북쪽의 도쿄 등 일본 전역에서 천문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해마다 천체를 지내는 마니산 참성단(塹星壇) 이름에서도 보이듯이 강화는 예로부터 별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또한 수도권에서는 비교적 빛 공해가 적어 천체관측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만약 강화도 메데인 시나 이시가키지마처럼 봉사하는 시민천문대를 갖춘다면 우리 고장의 분위기를 일신할 뿐더러 수도권의 많은 사람들이 강화를 즐겨 찾아올 것이다. 지금도 날씨 좋은 주말마다 강화의 조용한 돈대를 찾는 별지기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천문학은 사람과 도시를 바꿀 만큼 ''이 세다. 천문학은 사람의 인성과 정신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과학이자 철학이다.

천문학처럼 사람들에게 정서와 의식 양면으로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도구는 달리 없을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우주를 되도록 많이 보여주는 데 투자해야 하며,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쪽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별을 보는 아이는 생각이 깊어진다. 우주를 보는 사람은 가슴이 웅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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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2021-03-04 19:52:49
저도 중학생 시절 별자리 지도를 찾아보며 밤하늘을 바라보는것을 좋아했습니다.
좋아하는 성단(플레이아데스)도 있었구요.
천문대가 들어선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강화도 섬이 천문대의 입지 조건에 적절한지는 살짝 의문이 드네요.
채험 학습용으로 활용할 천문대라지만..
워낙에 짙은 안개가 끼는 날이 많고 그 안개를 피할수 있는 높은 산이 없는 지역이라..

강화천문대 2021-03-02 16:52:11
생기기만 하면 강화의 명소가 될 것 같습니다.^^

강화사랑 2021-03-02 15:07:14
별자리 관측이 사람들의 인성을 바꿀 수 있다니 놀랍군요. 선생님의 글을 통해 강화가 갖추었으면 하는 또 하나의 아이템이 생겼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