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이야기
쌀밥 이야기
  • 황대익 기자
  • 승인 2021.03.02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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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우리는 밥이라면 당연히 쌀밥을 연상합니다. 하지만 이건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통해 보릿고개를 넘긴 이후의 얘기고, 그 이전에는 다른 잡곡들의 알갱이들을 익힌 조리 상태를 포괄하는 의미였습니다.

벼농사의 시작은 아시아 남부지역의 1~6천 년 전으로 보고 있으며 애초 우리의 벼농사 기술은 중국으로부터 온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재미있게도 작물로서 벼의 기원은 한반도라고 합니다. 청주시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유적으로 거슬러가죠. 추가 학술연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2016년 국제 고고학 개론서 개정판에서 먹을거리로서 쌀의 기원을 한국으로 합니다.

고온다습의 환경이 어울리는 벼의 특성상 중국남부나 동남아시아쪽 중심으로 재배가 발달됐던 것도 사실이고요, 우리 먹을거리가 잡곡에서 쌀로 중심이 옮겨지는 시기도 조선시대나 와서입니다.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라 한반도 북쪽보다는 남쪽의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발달했고 북쪽은 조밥이 주식이었습니다. 물론 남쪽도 70년대 통일벼가 확산되기 전 까지는 서민들은 잡곡을 섞어 먹었지만요.

표주록이라고 있습니다. 조선 영조대의 무신인 이지항이 1년여 간 일본 홋가이도 지역에 표류했던 내용을 기록한 책입니다.

내용 중 그 지역의 아이누인에게 식사를 얻어먹으면서도 ''이 안 나오자 쌀을 아끼기 위해서 차별하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 예를 보듯 우리에게 쌀밥은 곧 제대로 먹는 식사의 대명사입니다.

쌀이 우리의 주식이 된 것은 모든 음식문화가 그렇듯 기호성보다 살기위해 먹는 것이 우선이었고 벼는 단위면적 생산량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쌀은 다양한 중요 영양소가 다른 곡물에 비해 골고루 들어있고 단위면적당 얻을 수 있는 칼로리가 높아 주식으로 삼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오곡의 으뜸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닙니다.

다만 오로지 백미만 먹는다면 도정과정에서 쌀의 씨눈이 빠져 티아민(비타민b1)이 부족하게 되므로 콩, 감자, 돼지고기 같은 비타민 B군의 섭취로 보조하면 됩니다.

또한 건강의 문제는 쌀이 아니라 고도로 정제된 밀가루와 급속도로 서구화된 식습관이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암발생률과도 관련이 깊고요.

강화는 지중해성 기후 성격을 띠고 일조량이 풍부한 섬지역입니다. 따라서 여러 훌륭한 특산물들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 생산물은 쌀입니다.

고려시대부터 꾸준히 이어온 간척사업의 결과로 강화의 지도를 보면 외곽이 직선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수천만 년 쌓인 퇴적물들이 '손만 얹어도 될 분위기'라 자연스레 간척으로 이루어지게 한 것이죠. 섬에 펼쳐진 그 너른 평야에선 전국 최고품질의 쌀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강화에서는 그동안 일본에서 개발된 추청미(아키바레-秋晴)가 주종이었고 고시히카리도 재배면적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화섬쌀'이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나와 2014~2019년까지 국가로부터 품질관리 대상을 6년간 연속으로 받기도 합니다.

이 품종들 밥맛의 특징은 찰지고 달고 씹는 맛이 좋다 입니다. 전분함량이 높아 술을 만들기에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시히카리의 밥맛이 뛰어나 볍씨 배포에 따른 재배면적의 한계로 상대적으로 비싼 고품질 쌀로 이름이 높고요.

그렇다고 추청미보다 고시히카리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추청미는 밥알의 씹는 기분이 좋고 혀에 감기는 묵직함에서 국이나 탕에 말아먹을 때 더 좋은 식감을 발휘합니다.

고시히카리는 밥 따로 반찬 따로 분리해 먹을 때의 찰진 느낌이 좋고요. 어떤 이는 고시히카리가 초밥용으로 개발된 품종이라 하는데 틀린 말입니다. 일본에서도 초밥용으로는 선호되지 않습니다.

근래 우리나라는 벼를 국내자체개발 품종으로 대체해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강화에서는 삼광이란 품종으로 확대해가고 있죠. 아직까지는 기존의 두 품종에 비해 인지도 밥맛 등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더군요.

일본과 무역마찰로 인해 일본개발 품종을 퇴출시킨다는 말이 있지만, 이건 합리적인 이유가 못됩니다. 일단 개발된 지 50년 넘은 오랜 품종이라 저작권료와는 관련 없습니다.

대신 고시히카리 같은 경우 벼 길이가 길어 바람에 잘 쓰러지고, 도열병 등의 병해충 저항성에도 약한 고질적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면서 수확량이 매우 좋아 가격경쟁에도 유리하기 때문이죠. 더 맛있게 밥을 하는 조리법도 계속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품종마다 조금씩 달리해야 합니다.

구한말 외국인들은 한 끼에 먹는 밥의 양이 엄청난 우리 식습관에 놀라워하는 기록들을 남겼죠. 밥을 큰 대접에 수북이 쌓아놓고 배가 남산만 해질 때까지 먹었으니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을 상황도 아니었고 냉장기술 같은 저장기술도 없었기에 '있을 때 먹자'는 습성 탓입니다.

또한 지금처럼 단백질이 흔하지 않아 오로지 곡류에만 의존하는 식사이다 보니 침이 고여 음식을 잘 넘기기 위해 반찬은 짜게 먹는 습관이 들었고 이런 폭식과 짠 반찬은 고질적인 위장병으로도 이어집니다.

천석꾼 만석꾼 하는 말처럼 쌀은 부의 상징이었고 농지가 곧 부의 척도였으며 쌀이 바닥나는 시기의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쌀은 우리의 생명줄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동물의 사료로 쓰일 정도로 남아돈다 하니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사람 몸의 진화는 그리 급격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과거처럼 과도한 탄수화물에 의존하지 않도록 식단의 구성은 조절해 가야겠지만 쌀밥 자체는 아직까지 우리 몸에 가장 최적화된 주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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