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나면
고려산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나면
  • 김시언(우공책방 책방지기)
  • 승인 2021.01.27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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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책방은 강화도의 한계령이라 불리는 고비고갯길을 넘어야 다다른다. ‘산골책방이라고 부르지만 강화읍에서 10분 남짓 걸린다. 고려산 낙조대 적석사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더없이 한가롭고 적막한 작은책방이 나온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한다.이런 곳에 책방이 있어?”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연촌길 77-10에 위치한 우공책방 전경. 고려산 낙조대 적석사 가는 길에 있다.

책방을 찾는 사람들

여기, 책방 맞아요?”  책방 현관문이 열리면서 젊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적석사 가다가 책방 이정표 보고 왔어요. 설마 책방이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있네요.”

우리 책방에 들어오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렇게 고려산 낙조대 적석사를 가다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거의 강화도가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들로, 강화 8경 가운데 하나이면서 사진촬영지 1경이라는 낙조대와 물 좋고 경치가 좋다는 적석사에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물 한 잔 먹을 수 있을까요?”

등산복 차림으로 들어서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고려산을 타거나 나들길을 걷는 사람들인데 준비해간 물이 떨어졌을 때 책방 이정표를 보고 들어온다. 이런 분은 무조건 환영이다. 책방에는 따뜻한 대추계피차가 있고 시원한 물이 있다. 책방이 나그네들이 쉬어갈 수 있는 정거장이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 산을 오르내리면서 간이역처럼 나그네가 책방에 드니 좋다.

산골책방에 사람들 든다는 것, 오가는 발길이 머문다는 것은 더없이 즐겁고 재밌는 일이다.

강화도에 책방이 많아서 투어하고 있어요.”

지난해부터 심심찮게 책방 투어를 하는 분이 많아졌다. 인천 서울 파주 고양 등등에서 오는 이들은 책방을 들어설 때부터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책방을 여러 군데 다닌 이력이 얼굴 표정과 행동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들 또한 책방의 특색과 분위기, 책방지기의 성격이나 특징도 잘 잡아낸다.

EBS <한국기행> ‘산골밥집방송이 나간 뒤

지난 두 달 동안 우리 책방은 좀 바빴다. EBS <한국기행> ‘산골밥집방송이 나가고 나서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방송 의뢰를 받았어도 손사래 치며 마다했다. 당장 귀찮았고, 무엇보다 조용한 마을에 괜히 폐를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돼서였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사람 발길이 하나둘 늘어나길 바란 마음도 한몫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방송 의뢰를 받고 덜컥 그러마하고 말았다. 방송국 피디는 북스테이를 다녀간 손님들이 맛있다며 올린 밥상 사진이 산골밥집으로 나가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책방이라는 점도 잘 살리겠다, 고도 덧붙였다.

EBS 한국기행-시골밥집에 소개된 우공책방의 밥상모습. 북스테이 손님에게 저녁식사와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123, 방송이 나가자마자 고등어조림예약을 하겠다는 전화가 빗발쳤다. 여기는 책방이라고, 우리는 북스테이하는 손님들한테 저녁식사와 아침식사를 드리는데, 그중 저녁식사로 드리는 메뉴 중에 하나라고 수없이 설명했다. 방송을 보고 밥집으로 생각한 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산골밥집으로 나갔으니 말해서 뭣하랴. 책방이니까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또 북스테이를 하면서 영혼을 채우는 한끼식사도 중요하다는 콘셉트였던 것이다.

책방을 일부러 찾아오는 분도 있었다. 산골책방이 궁금해서, 정년을 앞두고 벤치마킹하기 하러이런저런 이유로 오는 분들이 모두 소중하고 재미있었다. 어쨌거나 방송 한 번 타고 우공책방을 알리는 계기도 됐다. <한국기행>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는지도 알았다. 우리로서는 재미있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책방을 열 때의 초심을 다지는 계기도 되었달까.

책을 주문하면서

어제도 주문한 책이 한 박스 도착했다. 책이 도착할 때마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래도 되나 싶다. 책방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수없이 책을 들여놓으면 책 부자가 돼서 좋지만, 망하는 지름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 책은 자꾸 쌓이고, 책 꽂을 공간은 점점 부족하고, 더불어 적자로 허덕이게 되기 때문이다

작은책방, 동네책방, 산골책방일수록 책을 주문하는 일에 신중해야 하는데 책방지기 3년 차에 접어드는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손님이 와야 책을 팔지? 그걸 알면서도 날마다 새 책을 검색하고 주문한다. 책방지기로서 새 책을 접하고 또 늘 읽을 수 있으니 좋지만 책방 경제가 어디 마음먹은 대로 풀리느냐 말이다. 이는 해결할 수 없는 숙제다

오늘 도착한 나무에 관한 책

어제 도착한 책도 참 흥미롭다.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 나를 부르는 숲, 베아트릭스 포터의 정원.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이라니! 뭉크스 하우스의 정원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버지니아 울프가 글을 쓰면서 정원을 어떻게 가꿨는지, 그 정원에서 자라나는 식물과 작가의 감성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세상에서 가장 유니크한 여행작가의 담대한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기라는 부제를 단 나를 부르는 숲도 재미있을 것 같다. 또한 피터 래빗의 작가 베아트릴스 포터가 그린 정원 그림을 보는 재미는 얼마나 쏠쏠할 것인가. 작가는 정원과 농장을 가꾸며 살다가 개발 위기에 처한 언덕과 호수를 지키기 위해 자기 그림을 팔아 땅을 구입하고, 환경보호단체 내셔널 트러스트에 500만 평을 기증했다고 한다. ‘정원으로 나가는 토끼의 모습을 비롯한 수많은 그림은 얼마나 흥미진진할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책갈피에 이름을 새겨드립니다

우리 책방의 특징은 공방이 있다는 점이다. 책방 마당 한편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공방장은 나무공예 작품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책방에서 인기 상품은 뭐니 뭐니해도 참죽나무 책갈피.

공방장이 참죽나무 잔가지를 얇게 켜서 책갈피를 만드는데 인기가 꽤 좋다.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평생 책갈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참죽나무 본연의 나무 색깔은 기름을 먹어 더 진하고 부드럽다. 책갈피 한쪽 면에는 우공책방 심볼인 물고기 그림이 찍히고, 뒷면에는 손님이 원하는 문구나 이름을 새겨준다. 이 책갈피는 책장 사이에서 빛이 난다

우공책방 굿즈. 참죽나무로 만든 책갈피

잠깐, 우리 책방의 심볼인 물고기에 관해 말할 필요가 있겠다.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서 늘 눈을 뜨고 있으니, 책을 읽거나 책장을 덮고 있어도 늘 깨어 있으라는 뜻이 있다.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물고기는 각각 상징하는 바가 있다. 불교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수행을 상징하고, 기독교에서도 신도나 나눔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가 물고기를 심볼로 정한 것은 깨어 있으라는 의미가 크다. 게다가 공방장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부산인지라 늘 물고기를 보고 자란 것도 한몫했다. 또 생선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2020년에 진행한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시낭송회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대기 중인 고전읽기 낭독모임

지난해에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꾸렸다. 한국작가회의에서 주최한 ‘2020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선정돼 7개월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책방시점, 딸기책방, 우리 우공책방이 한 팀이 돼 지원했는데, 2019년에 이어 두 해째 활발히 진행해 참가자들로부터 호응이 좋았다.

지난해에 우리 책방은 강화!우공강화!’라는 프로그램과 우공에 모여 함께 고전읽기낭독모임을 꾸렸다. 윤석정, 최지인 시인과 함께 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고, 각자 시 한 편씩 썼다. 좋은 시를 읽고 각자의 경험과 느낌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김남일 소설가와 함께한 낭독모임그리스 비극 걸작선을 낭독했는데, 참여한 분들이 마치 연극하듯이 자기 대사에 몰입해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지원사업이 끝나고 12월부터 체호프 희곡선을 낭독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로 두 달째 연기됐다. 목을 빼고 기다리는 일이 어디 한두 개뿐이겠느냐만, 코로나19가 어서 빨리 잠잠해져서 신나게 낭독모임을 꾸리면 좋겠다.

우공책방 실내 

고려산의 봄을 기다리며

며칠 뒤면 입춘이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마당 앞산에 단단하게 자라는 생강나무 꽃망울이 맺혔다. 날이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그 옆에 산벚나무도 겨울을 잘 이겨내는 중이다. 생강나무꽃이 팡 터지면 그 뒤를 이어 산벚나무꽃이 화르르 피어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진달래꽃이 여기저기 피어나겠지. 고려산 진달래꽃이 피면 책방에 놀러 온다는 친구들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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