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다 말고 방치한 건평돈대 C
손대다 말고 방치한 건평돈대 C
  • 이광식 작가(내가면 거주)
  • 승인 2021.01.08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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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식의 강화돈대 순례, 두번째 이야기
-강화군 양도면 건평리 산39에 위치

강화도를 에두르는 해안도로에서 건평리 언덕 위에 자리한 건평돈대는 숙종 5(1679) 강화에 쌓은 48개 돈대 중 하나다.

정포보(현 외포리 소재 군영) 소속의 돈대로서, 6(六朝)에 올리는 조운의 감시소 역할과 국토방위의 임무를 겸했다고 한다.

윤이제가 강화유수로 있을 때, 병조판서 김석주의 명을 받아 설치했다고 전하는 이 돈대는 가로로 길죽한 직방형이며, 서해에 면한 전면은 완만한 원호를 그리고 있다. 지형에 맞추어 성벽을 올린 탓이다.

복원작업 전 석재들이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는 건평돈대 모습. 멀리 외포항이 보인다.(사진=문화재청)

4개의 포안은 모두 서쪽의 바다로 향하고 있다. 돈대 단 위에는 담장에 몸을 숨기고 사격할 수 있는 여장을 쌓은 흔적이 있지만,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19993월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38호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이 돈대를 찾기 위해 네비게이션에다 찍으면 해안도로의 한 절벽 아래로 안내하는데, 거기서는 절대 절벽 타고 오를 수가 없다.

건평삼거리에서 마을 쪽으로 꺾어 들어가 절벽 뒤쪽으로 둘러가야 한다. 접근성을 좋게 하기 위해 절벽에다 데크 계단을 설치하면 좋을 듯싶다.

도로 쪽에서 올려다보면 돈대 성벽이 보이지만, 일부러 목을 꺾고 보지 않는 한 잘 눈에 띄지는 않는다.

포좌 안에서 포안 너머로 바라보는 서해 바다.

돈대에 올라서면 서해 바다가 시원스레 보이고, 아래로는 해안도로가 달리고 있다. 건평항도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이래저래 쓸쓸한 곳에 외로이 있는 돈대는 그래서인지 복원의 손을 대다가 만 듯, 앞면 일부는 나름 깔끔하게 모양을 정돈했는데, 뒤쪽 반은 허물어진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전면은 거의 복원이 이루어졌다. 돌출된 기단석은 지형이 가팔라 성벽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사진=강화도문화재여행)
성벽에 만든 석누조(石漏槽). 토축에 스며드는 물을 배수시켜 토압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사진=강화도문화재여행)

 

복원을 시작했지만 무슨 영문인지 뒤처리 하나 없이 중단한 건평돈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지?
무너진 포좌와 성벽. 복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하다.
돈대 문도 복원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하던 김에 다 복원하지, 왜 그랬을까? 다행인 것은 접근성이 좋지 않다 보니 석재가 많이 유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성벽 돌들. 저 돌들이 다 제자리를 찾아야 돈대가 제 모습을 찾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조금만 인력을 투입하면 쉬 원형을 찾을 듯하니, 관계당국은 좀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복원된 서벽에도 여장(女牆)은 전혀 복원되지 않았다. 여장이란 몸을 숨기고 적에게 총이나 활로 공격할 수 있도록 성곽 위에 낮게 덧쌓은 담을 말하는데, 여자도 넘을 수 있는 담이란 뜻에서 여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치첩(雉堞), 성첩, , 성가퀴 등 성가시게도 많은 이름을 가진 구조물이다. 총을 쏠 수 있는 담의 틈새기나 구멍은 총안이라 한다.

건평돈대에 변화의 조짐이 있으려는지 2017년에는 정밀 발굴조사가 진행되었고, 무너진 포좌 한 곳에서는 4호 불랑기포(佛郞機砲)가 출토되었다.

건평돈대에서 발굴된 17세기 불랑기포. 제작연대, 제작자 등 상세한 기록이 몸체로 새겨져 있다. (출처=인천시립박물관) 

돈대에 배치된 주력 화포로 알려진 불랑기는 길이 1.05m, 구경 0.04m 크기다. 유럽에서 전해진 서양식 화포의 일종으로, 현대식 화포처럼 포 뒤에서 장전하는 방식으로 몸체인 '모포'와 포탄과 화약을 장전하는 '자포'로 분리돼 있다.

불랑기 몸체에는 한자로 '16802월 삼도수군통제사 전동흘 등이 강도(강화도) 돈대에서 사용할 불랑기 115문을 만들어 진상하니 무게는 100근이다'라고 새겨져 있다. 불랑기를 제작한 '장인 천수인'의 이름까지 적혀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관계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불랑기 가운데 가장 상세한 기록"이라고 설명하면서 "실전에 배치됐던 불랑기는 돈대의 역사적 기능을 눈으로 보여주는 희귀 유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는 강화 해양관방유적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원이 끝나면 발굴된 불량기포를 전시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건평돈대 가는 길. 폐축사가 길 옆에 방치되어 있다.

건평돈대를 이 상태대로 방치해둔다는 것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싶다. 나머지 복원작업도 조만간 이루어지고, 을씨년스런 폐축사가 있는 진입로도 좀 정리하여 살아 있는 문화재로 탈바꿈하기를 바란다.

부근에는 이건창 선생 묘소도 있으니까, 강화나들길에 편입시키면 우리 문화유산을 두루 살릴 수 있을 법도 하다. C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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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뒤에 붙은 영어 알파벳 대문자는 필자가 돈대의 복원상태를 분류한 등급.
A등급: 여장을 포함, 복원이 거의 온전하게 이루어진 돈대. 
B등급: 복원이 이루어졌으나, 불완전 복원으로 여장 등은 복원되지 않은 돈대. 
C등급: 돈대 축대 중 기초 부분 정도만 남아 있는 돈대로, 복원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돈대. 
D등급: 돈대의 기초부분만 약간과 돌 무더기만 있을 뿐, 주변 정리도 전혀 돼 있지 않은 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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