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면에 거주하는 하모씨가 강화군 민원게시판에 ‘내용공개’로 올린 민원이, ‘비공개’로 처리돼 당사자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화군에 온라인으로 민원을 청구할 때 민원 내용의 공개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데, 민원인이 ‘공개’를 선택하면 실명과 내용이 공개되고, ‘내용공개’로 올리면 내용은 공개되지만 민원인의 이름은 ‘박00’과 같이 처리된다.
그런데 강화군이 12월부터 ‘내용공개’ 방식을 허용하지 않고, 강제로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항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공지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하모씨는 공지 내용을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확인해 보니 현재 팝업 안내와 공지사항 안내가 되어 있지만, 기자가 사용하는 구글에서는 팝업 안내가 뜨지 않았다.
충분한 홍보뿐만 아니라 시스템도 바뀌지 않았다. '내용공개' 버튼이 아직 살아 있음에도 '내용공개'를 선택하면 강제로 비공개 처리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시스템을 수정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라고 답변했다.
시급한 사안이 아님에도 시스템 변경도 하지 않고 홍보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비공개'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지사항에 왜 변경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군민들에게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익명성 민원의 폐단?
하모씨는 민원 내용에 제3자의 개인정보 등 공개가 부적합한 내용이 없음에도, 왜 당사자 동의도 없이 비공개로 처리했는지를 강화군에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강화군 담당자는 “익명성 민원제기로 인한 폐단의 개선과 날로 심각해지는 부정적 인터넷 민원에 대한 보완조치”라는 대답을 내놨다.
강화군의 답변을 요약하면 ‘박00’과 같은 방식은 성명이 공개되지 않아 이를 악용해 부정적 민원을 내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개선하고자 한다, 로 정리할 수 있다.

비공개된 하모씨의 민원 내용은, 하나는 ‘불은면 광성포 수문 근처에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수거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비공개와 관련해 ‘강화군 민원게시판인 새올 전자민원창구 운영과 관련된 법규를 묻는 질의’였다.
강화군이 말하는 ‘익명성 민원의 폐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으나 하모씨 민원이 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또한, 강화군이 말하는 익명성이라는 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박00’으로 표기되는 것을 ‘익명성’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민원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휴대폰 인증을 해야 해서 강화군은 민원인이 누구인지 연락처와 주소까지도 알고 있다.
익명성이란 표현을 쓰려면 적어도 IP추적 등 특수한 방법을 통하지 않고는 신원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나 쓰일 수 있는 것이다.
강화군에서 민원인의 신원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데, 왜 ‘익명성’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이른바 ‘익명성 민원’이 어떤 폐단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비공개 처리 - 군수 지시사항
강화군은 지난해 12월 군수 지시사항으로 민원게시판을 ‘실명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한바 있다. 민원게시판 운영방식의 변화가 군수 지시사항과 연결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실명제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어떤 논의과정을 거쳤는지 강화군에 질의했다.
이에 한의동 공보관을 통해 알려온 내용을 요약하면 "비실명 민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내부 논의를 거친사항"이라 답변했다.
강화군이 사용하고 있는 새올 전자민원 시스템은 전국 지자체에서 사용하고 있다. 시스템을 관리하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문의하니 강화군처럼 ‘내용공개’를 비공개로 처리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실명을 밝히지 않고 박00과 같은 방식을 허용한 취지는, 실명 공개로 인한 부담을 줄이고 좀 더 자유롭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 할 수 있다.
실명을 밝히더라도 어느 정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시지역과 달리 강화군은 지역사회가 좁고, 이름만 대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
본인선택에 의해 ‘실명공개’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면 민원신청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민원인이 비공개를 선택하지 않고 내용을 공개하고자 하는 이유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민원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일 것이다. 아마도 다른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민원의 종류는 질의민원, 건의민원, 고충민원 등 다양하다. 국민이 행정에 대해 갖고 있는 궁금증, 건의, 고충 등 다양한 내용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민원은 국민의 권리다. 법 5조에는 민원인은 행정기관에 민원을 신청하고 신속ㆍ공정ㆍ친절ㆍ적법한 응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 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로운 민원을 제약하는 것은 제3자 보호 등 특별한 경우에 한정해야 하고 법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법규정 불비? 보완입법을 해야 할 사안인가
행정안전부 민원제도혁신과에 ‘내용공개’의 ‘비공개’ 처리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7조에 개인정보 등이 누설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있어, 이에 해당할 경우 담당 공무원이 제한적으로 비공개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의 사유가 아닌 경우에도 민원인 동의없이 비공개 처리하거나 ‘내용공개’ 방식을 원천적으로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규정이 없어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행안부의 공식 입장은 이에 대한 법규정이 없어 적법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답변을 하며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안이 법 규정이 불비하니 보완 입법을 해야 할 사안인가. 아니면 지자체의 판단에 맡겨야 할 사안인가.
국민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권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는 지, 왜 강화군은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모씨는 “행정기관의 잘못을 숨기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군에 대한 문제제기가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표했다.
또한, 모 전직 공무원은 “강화군청에는 군수가 잘못할 때 직언하는 충신 하나 없는 가봅니다”라며 쓴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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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만 시간이 거꾸로 가는듯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