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책방지기의 좌충우돌 생존 모색기
초보 책방지기의 좌충우돌 생존 모색기
  • 서상희(꿈공작소 모모 책방지기)
  • 승인 2021.01.03 18: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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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가게처럼 사라질 텐데 우리가 왜 그 대가를 치르냐고요.”

도서정가제 개악을 반대한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도서정가제 개정 논의는 큰 틀에서 현행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되었어요. 하지만 코로나보다 더 심각하게 동네 책방을 흔들었던 문제였지요. 

도서정가제가 사라지면 우리가 읽고 싶은 책도 사라진다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왜 동네 책방 먹여 살리려고 돈을 더 내느냐는 논리에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정말 동네 책방은 비디오 가게처럼 사라질 구시대 유물인가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특색있는 큐레이션, 저자특강, 북 콘서트 등 독자들과 소통하는 동네 책방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개성 있는 출판사도 생겨나고, 책방 투어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도 낯설지 않습니다, 출판계와 서점계에 다양성과 역동성이 어우러지면서 독서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로 간간이 문 닫는 서점이 늘어나는 것도 현실입니다. 어렵게 살아난 독서생태계가 이대로 잘 갈 수 있을까 우려가 됩니다. 그래서 댓글 하나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더 싼 가격에, 편리하게 책을 받을 수 있는 시대라는 건 알고 있어요. 심지어 지인조차도 요즘 누가 종이책을 읽느냐며 대세는 오디오북이라고 하는데요. 

거기에 “노안이 와서 이제 책 못 읽겠어.”라고 이야기도 곁들이면 뭐라고 할 말도 없고요. 손쉬운 미디어 환경이 있는데 굳이 종이책이, 동네 책방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나? 

이제 6개월 차 초보 책방지기인 저희는 명쾌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도 희망인 건 우리 강화에는 이미 그 답을 보여주는 좋은 책방들이 많다는 겁니다. 곳곳에 마음 설레게 하는 책들이 고유의 색깔로 다채롭게 자리하고 있어요. 

저희도 쫓아가다 보면, 찾아가다 보면 보이지 않을까요. 책방이 거기 있어서 좋다는 거요. 그래서 고민합니다. 꿈공작소 모모가 왜 있어야 하는지, 우리의 색깔은 무엇인지를요.

꿈공작소 모모의 정원 겨울풍경

책과 공감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이면 되는 거죠

인생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데 책방도 그렇더라고요. 원래 창업할 때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줌마들의 책방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처럼 아이도 다 키우고 직장도 퇴직하고 이런 분들의 소통공간이 되어야겠다고요. 

경로당에 갈 수도 없고, 문화센터보다는 자유로운 공간이 있으면 하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막상 열고 보니 책방이 청춘의 장소입니다. 문방구처럼 특정 소비자가 있는 것처럼. 

책은 어릴 때 젊을 때 읽는 거라는 생각, 아니면 강화읍이라는 특수성. 사실은 초보 책방지기의 부족한 큐레이션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요. 

어쩌지, 하고 고민한 순간도 있었지만, 줌마가 아니면 어때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 이야기도 나누고 재능도 나누는 공간이기를 바랐던 건데요. 

책을 통한 나눔에 굳이 나이를 생각한 것 역시 편견이다 싶습니다, 나이보다는 얼마나 열린 마음이냐가 더 중요한 거잖아요.

‘모이자 모여라, 꿈공작소’ 이름처럼 소통과 나눔에 더 큰 무게를 가지고 무게 중심을 이동하자 싶었습니다. 

책속구절과 추천자의 편지글로 만나는 감동책, 블라인드북

10대부터 60대 추천자의 다채로운 블라인드북

6개월 사이 책방의 곳곳에 소소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꿈공작소 모모의 정원이 크리스마스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바뀐 거죠. 실은 그곳에 있던 화분들이 안쪽으로 오다 보니 변신하게 된 거랍니다,

아마도 실제 가장 큰 변화는 불라인드북이에요. 전시공간을 보기 편하게 감동 구절과 추천 편지글로 분리했어요. 추천자의 연령층도 다양해졌어요. 
아무래도 비밀책이란 눈을 가리고 누군가의 손에만 의지하고 걷는 것과 같아,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필요한 모험인가 봐요. 

젊은 층의 블라인드 북 선호도가 높고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도전하기를 꺼리시더라고요. 

그래서 블라인드북 공간도 꿈공작소 모모를 찾아주신 새로운 인연으로 채워가면서 자연스럽게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어요. 

“이 책 어른들도 읽으면 좋겠어요.” 한 마디에 여고생에게 부탁하기도 하고요. 순무 민박에 머물며 한달살이 예술작업을 하러 온 젊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감동책에 대해 말하는 걸 들으며 권유하고요. 

그러다 보니 책방을 찾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공감과 소통이 늘어갑니다, 지금은 열아홉 번째까지 준비되어있어요. 스무 번째는 누구의 감동책이 될까 기대감도 생깁니다.

릴레이 시필사하는 모습

기쁨 두 배 릴레이 시필사

소통과 나눔을 위한 두 번째 프로젝트는 릴레이 시필사에요. 시필사 공간을 마련해 두었지만, 더 많은 추억을 남기고자 해서 릴레이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처음은 강화 대표 시인 함민복 님의 ‘꽃봇대’를 한 편 한 편 순서대로 필사하는 건데요. 특히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시인의 감성을 꾹꾹 담아 적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 행복 수치도 마냥 고점에 달한답니다, 

세월이 지나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책방을 다시 찾는다면 하는 상상으로 앞서 달려가는 거죠.뭐 꼭 우리 책방이 아니면 어때요. 시를 마음에 품고, 책방에 대한 즐거운 추억을 안고 가면 그것도 좋지요. 

지금은 정호승 시인의 ‘밥값’으로 이어가고 있어요. 코로나 정국이 심화되면서 느리게,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열 살의 진심이 반짝이는 릴레이시필사

나눔의 공간, 책방의 가능성

독서공간인 모모의 서재에는 신간도 많이 있는데요. 책방을 하면서 젊은 문학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응원하고 싶어서 인스타와 블로그에 ‘낙비의 책수다’라고 책리뷰를 올린 책들이지요. 

그런데 많이 읽어야 소개하잖아요. 코로나 시국이라 독서할 시간이 늘어나서도 있지만, 모모의 서재에 있으면 책이 잘 읽혀서 순조롭게 가고 있습니다. 

오신 분마다 ‘편하다’. ‘책이 잘 읽힌다.’, 고 말씀해주시니 객관적 판단인 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렇게 모모의 서재는 독서공간으로도 좋지만, 소통공간으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인답니다. 

강화여고 도서반 동아리 독서 모임 활동

강화읍이라는 지리적 위치 덕분이지요. 강화여고 도서반 동아리 활동도, 강화 청년들의 모임 ‘청촌내일’의 밍기적 프로젝트 1, 2차 모임, ‘한강하구와 유엔사’를 주제로 이시우 작가님의 저자특강도 이루어졌고요. 

행사하기에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10명 내외의 모임을 하기에 적합합니다. 청년의 미래, 강화의 미래, 강화의 역사성, 지리적 특수성에 대한 여러 고민과 진지한 토론 활동을 보면서 지금은 잠시 멈추었지만, 코로나 이후 꿈공작소의 미래를 꿈꾸게 됩니다.

아, 이럴 때 책방하기를 잘했다 싶어요.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촛불을 함께 밝혀 나가는 일, 각박한 세상 위로가 되는 한 권의 책을 찾아 나누는 일, 초심도 지키며 변화는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정답보다는 함께 모색하는 소통과 나눔의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21년 힘차게 출발합니다. 모이자 모여라, 꿈공작소 모모 아자! 

인천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10
 0507.1329.4362 / 010. 8761. 4362
 http://instagram.com/momo_ggum
 blog.naver.com/momo_gg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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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2021-01-05 09:36:11
이시우 작가와 한강하구 특강때 처음으로 간 꿈공작소 모모 정말 따뜻하고 정감어렸습니다..
옛 인천 가톨릭회관 옆 광야서점 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