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듯한데 잘못 쓰는 낱말 - 곶, 만, 후미
쉬운 듯한데 잘못 쓰는 낱말 - 곶, 만, 후미
  • 이광식 작가(내가면 거주)
  • 승인 2020.12.31 18: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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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곳리'가 아니라 '월곶리'다

바다와 뭍이 만나는 경계선

천문학적으로 지구 행성의 최대 특징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지표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구는 '물의 행성'이라 불린다. 이 지구의 바다는 40억 년 전 태양계 초기 수많은 소행성 포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지구에 뭇 생명들이 살고 있는 것은 소행성이 가져다준 선물인 바다 덕분인 셈이다.

모든 생명체를 품으며 또 길러내고 있는 바다-. 결국 뭍에 살고 있는 생물들도 바다에서 맨 먼저 나타났으며, 이윽고 뭍으로 올라왔다고 고생물학은 말해준다. 인류를 포함한 지상의 모든 동물들은 그 언젠가 조상들이 바다와 뭍의 경계, 해안선을 넘어 오늘의 자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바다와 뭍이 만나는 해안선은 대체로 '()'''으로 이루어져 있다. 만은 바다가 뭍 쪽으로 쑥 들어와 있는 활대 꼴의 지형을 가리키며, 곶이란 바다로 돌출한 뭍을 말한다. 서로 반대말인 셈이다. 대체로 만과 곶이 번갈아 이어지면서 온 지구상의 육지와 바다를 경계 짓고 있는 셈이다.

바다로 돌출한 지형인 곶에 축조된 강화도 분오리돈대. 곶과는 반대로 육지 쪽으로 활대처럼 휘어져들어온 지형인 '만'은 우리말로는 '후미'라 한다. (사진=문화재청)

곶을 한자로는 관() 또는 갑()이라고도 하지만, 표준말은 곶이다. 곶이 대규모이면 반도가 된다. 곶의 영어는 케이프(cape). 지리 시간에 배운 케이프 혼(Cape Horn)은 남미 칠레의 최남단 꼬리 부분으로, 이 혼곶이 1914년 파나마 운하가 개통하기까지는 마젤란 해협과 함께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중요항로였다. 또 포르투갈의 항해자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아프리카 최남단 케이프 반도의 맨 끝 곶을 돌아갔는데, 이때 이름붙인 것이 희망봉(Cape of Good Hope), 정확히 말하자면 희망곶이다.

아프리카 최남단 곶인 희망봉(Cape of Good Hope).  정확히 옮기자면 희망곶이다. 인도항로를 개척한 바스코 다 가마가
1497년 거쳐갔다.(출처=wikipedia)

곶이 만들어지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육지가 가라앉거나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이전의 산줄기였던 곳이 바다에 잠겨 생성되는 경우로, 이때 골짜기였던 곳은 만이 된다. 또는 해안 지형에서 파도의 침식으로 해식절벽 등이 형성될 때, 몇 가지 원인으로 침식을 덜 받은 지점이 바다로 돌출되어 곶이 되는 경우 등이다.

지명중에도 곶이 들어간 것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곶으로는 장산곶, 호미곶, 간절곶 같은 지명을 들 수 있는데, 대체로 아름다운 일출이나 일몰 등을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 11일 새해 원단에 일출을 보는 명소로 자리매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곤 한다.

강화에도 월곶, 갑곶, 장곶, 송곶, 북일곶 등 수많은 곶들이 있는데, 바다로 돌출되어 있는 지형상의 이점을 이용해 해양 방어기지인 돈대들이 축성되기도 했다. 불은면의 용두돈대와 화도면의 분오리 돈대 등이 대표적이다.

바다로 돌출된 곶의 암반 위에 축성된 불은면의 용두돈대. 활대처럼 휘어져들어온 지형이 후미이다. 강화해협을 지키는 천연요새로서 신미양요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다.(출처=문화재청)

''의 우리말은 '후미'

'곶이란 우리말은 있는데, 왜 그 반대인 만의 우리말은 없는 걸까?'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어제, 오늘은 우리말인데, 내일의 우리말은 없는 것처럼. 그런데 그건 내 무지의 탓인 것으로 드러났다. 만의 우리말인 '후미'란 낱말이 사전에 버젓이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잘 쓰이지는 않고 있지만, 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후미[inlet, bay] 바다의 일부가 육지 속에 깊숙이 들어간 곳을 말하며, 침식에 의하여 기복이 생긴 육지가 침강하면, 골짜기 부분에 바닷물이 밀려들어 후미가 만들어진다. 침강량이 클수록 후미의 너비는 넓어진다.

그러니까 한자어인 후미(後尾)가 아니라, 순 우리말 '후미'가 바로 만을 가리키는 낱말인 것이다. 산길이나 물가의 굽어서 휘어진 곳을 일컫는 후미-. 우리가 잘 쓰는 말로 '후미지다' 또는 '후밋길'도 같은 파생어다. 여름이면 즐겨 찾는 해수욕장은 흔히 후미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후미의 양끝에는 대개 곶이라 일컫는 돌출한 지형을 볼 수 있다. 곶의 반댓말인 후미-. 알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강화대로에 세워진 한 도로표지판에 잘못 쓰인 우리말이 공존한다. '월곳리'가 아니라 월곶리'가 바른 우리말이다.(사진=이광식)

그런데 ''을 흔히 ''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강화도 동북면에 '월곳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원래 달뜨는 광경이 잘 보이는 곶이라 '월곶'이라 불리었는데, 이것이 잘못되어 '월곳리'가 되고 만 것이다. 염하를 사이에 둔 '월곳리' 맞은편 동네 이름은 보구곶(浦口串)이다. 그런데 이 잘못된 지명 '월곳리'가 그대로 찍혀 있는 지도가 적지 않다. 심지어 곳곳의 도로표지판에도 버젓이 '월곳리'라 붙어 있다.

월곶리가 애초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월곳리'가 되었고, 이것이 관공서의 각종 문서, 기록에 그대로 버젓이 쓰이고, 수십 년 동안 누구 하나 이를 바로잡지 않는 바람에 우리는 지금도 자료들 곳곳에서 잘못된 이름 '월곳리'를 만나게 된다.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적인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명저 <, , >에서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게 고안된 문자 체계"라고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했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한글은 한류를 타고 붐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잘못된 '월곳리'를 그냥 둔다는 것은 직무태만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자랑거리인 우리 한글에 대한 모독이다. 관계당국은 빨리 바로잡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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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2-31 19:48:15
갑곳리도 있다는 독자 제보가 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