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어요.
7년 동안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어요.
  • 박흥열
  • 승인 2020.12.22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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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셋째주 토요일이면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가 강화에서 진행되고 있다. 칼날처럼 매운 겨울바람이 불던 지난 12월 19일(토) 오전, 연미정에서 네 사람이 모여 변함없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기도가 끝난 뒤 만난 네 사람은 모두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쭈삣쭈삣 수줍어하면서도 수다를 떠는 모습이 영락없는 중년의 아줌마다. 평범한 이 분들이  어떻게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를 7년 간 한번도 빠짐없이 할 수 있었을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평범함에 깃든 힘이 느껴진다. 인터뷰는 김미현님을 중심으로 참석한 김윤숙, 이경화, 김명주님이 함께 했다.

한 마음 일으킨 욕심이 서로를 끊임없이 갈등하고 싸우게 했습니다
한 마음 일으킨 분노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였는지를 보았습니다.
한 마음 일으킨 어리석음이 우리 민족에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왔는지를 보았습니다.

<중략>

이제 간절하게 발원하옵니다
한번 절할 때 해방이후 쌓였던 민족의 한이 사라지기를
한번 절할 때 남과 북으로 갈라진채 저질러졌던 아픔과 고통이 사라지기를
한번 절할 때 과거에 우리가 저지른 어리석음을 반성하며 미워했던 마음을 녹여,
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돕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내겠습니다.

갈등과 경쟁을 위한 분노를 내려놓고, 투쟁과 전쟁으로 이어가는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절제와 만족을 계율로 삼고, 화해와 협력을 정진으로 삼아
평화와 통일의 지혜를 닦아가기를 발원합니다

먼저 이해하고 먼저 화해하고 먼저 손을 내밀겠습니다
우리 민족의 관세음보살님이 되는 원력으로 함께 정진하겠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참회기도 발원문> 중에서

플랭카드를 보니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1만배 참회기도라고 되어있는데, 왜 그런 것인가요?

한반도에 쌓여있는 원한을 녹이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원한이 쌓인 것이 6.25 거든요. 서로 죽이고 죽은 남한군(인), 미군, 북한군, 중공군인이 서로에게, 또 우리가 그들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남한 군인의 입장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인에게, 중공군인의 입장에서 남한군과 미군에게 참회를 합니다. 북한군인과 미국군인도 마찬가지고요. 8천만 민족을 대신하여 돌아가신 분에게 참회하는 심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참회의 마음이 모여 무의식에 잠겨 있는 원한, 미움, 갈등, 공포, 두려움을 녹일 수 있기를 바라고, 이런 마음들이 모여 이 땅의 기운이 바뀔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평화와 통일의 기운이 싹트는 것 아닌가해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참회기도'라고 이름붙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도를 하는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요?

월광법사님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참회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안산다문화센터장으로 계시는데요. 그 분이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1만배를 하고, 나중에는 청와대 앞에서 1만배 하는 걸 보고 감동한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말 연시에는 임진각에서 1만배 정진을 하고 있구요. 다른 곳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또는 한 달에 한 번씩 기도회를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강화에서도 2013년부터 매월 셋째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양사면 평화전망대에 모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이번에는 연미정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정토회 차원에서 진행하나요?

저희는 평화재단 회원들입니다. 물론 평화재단과 정토회가 가깝고, 또 강화의 참회 기도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정토회 회원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평화재단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토회 강화법당 소속 평화재단 회원들은 매달 참여하고, 인천의 6개 법당의 평화재단 회원들은 번갈아 가며 참여합니다.

연미정에서 기도하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오늘 연미정에서 기도하는데 발가락이 너무 시려웠어요. 하지만 언젠가 영하13도의 날씨에도 절하고 기도했다는 생각이 들고, 월광법사님이 정말 추운 날 세종대왕상 앞에서 일주일을 기도했던 기억도 생각났습니다. 게다가 나도 이렇게 추운데 강 건너 사는 저 분들은 얼마나 추울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도를 꾸준히, 끊이지 않도록 이어가려 합니다. 이런 마음들이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돌게 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기도 마무리할 때 해탈주를 하는데 돌아가신 분들이 분노와 억울함, 고통을 놓아버리고 해탈하시라는 바램을 담아 하게 됩니다.

해탈주를 할 때 울컥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여기 강화 갯벌에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런 분들이 좋은 곳으로 천도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이 들더군요.

요즘 심란한 마음이었는데, 평화발원문을 읽고 기도를 마치고 나니 편안해지고 좋습니다. 그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켜준 보리심님께 고맙고, 추운날 인천에서 와주신 두분도 고맙습니다.

오늘 참회기도에 오신 분들은 어떠셨습니까?

<김윤숙님>

군인이 와서 기도하면 안된다고 하니 당황스러웠어요. 여태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군인이 막 그러니까 오늘 여기서 못하는 건가? 그러면 어디로 가야하나? 생각이 들면서 순간 저항감이 훅 올라오더라구요.

그런데 발원문을 읽는데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화해 협력으로 간다라는 내용을 보는 순간, '나에 사로잡혀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어린 군인한테 가졌던 그런 마음을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혼자라면 할 수 없었을텐데 함께 하니까 하고 있구나, 7년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았던 것은 함께 해서입니다. 같이 하시는 분들에게 고마움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뭐든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빨리 10년 채워서 여기 철조망도 걷고,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경화님>

손가락 발가락이 너무 시려가지고 너무 춥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런데 앞을 보면(강건너 개풍) 다 민둥산이고 그러잖아요. 저기는 더 춥고 배고프겠지. 춥고 배고픔이 가장 아프고 힘든 데 잘 넘기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2년 만에 왔어요. 그동안 오고싶었지만 차례가 오지 않았어요. 이번에 참석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아까 젊은 군인이 와서 못한다고 할 때 새벽같이 나서서 왔는데 어디로 가야되지? 잠시 멘붕 상태였어요.

나중에 기도할 때 군부대 CCTV가 나를 정면으로 보고 있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통일되면 참 좋은데 언제 저길 한번 가보나 생각이 드네요.

<김명주님>

저도 오랜만에 왔습니다. 여기 올 때 정말 즐거웠어요. 코로나 때문에 활동도 못하는데 여행가는 기분으로,  이야기하면서 왔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와야 할 이유가 있으니 더 당당하게 올 수 있었답니다.

군인이 와서 안된다고 했을 때 예전같으면 하기 싫은 마음에 아 잘됐구나 했을 텐데, 오늘은 하기 싫은 마음, 저항감보다 뜻대로 해야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갈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발원문을 읽을 때 일상에서 살아가다보니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통일은 저멀리 사라지고 내 살기 바빴는데 이렇게 다시 와서 상기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춥지만 잠시 후면 따뜻한 곳으로 옮기는데 저쪽 사람들은 그렇지 못할 것같다. 기온이 우리보다 낮고, 먹을 것도 부족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면서 울컥했습니다.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고, 앞으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정진하고 같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부터 10년 동안 기도하신다고 했는데, 앞으로 3년이 남았군요.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2023년은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전국에서 그때까지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캠페인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기도를 시작한 지 10년 째 되는 해가 그런 의미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듣고보니 뭔 일이 있을 것 같은, 좋은 평화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강화는 역사의 고장이라고 하지만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려, 조선시대 이야기만 하니까 관심이 떨어지는데 근현대 이야기를 하면 훨씬 재미있게 강화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강화는 외지사람이나 연세가 많은 사람은 공기좋고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그런 줄 만 알지 근현대사는 잘 모르거든요. 강화군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어요.

강화에서 평화의 배띄우기 행사도 하는 걸로 아는데, 한강하구에 배뜨는 것이 결국 평화 아니겠습니까? 평화전망대에서 기도할 때마다 새들도 날아다니고, 물고기도 왔다갔다 하는데 우리는 무언가? 들어가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눈 앞에 두고, 바라만 보고 갈 수 없다는 게 너무나 큰 모순으로 다가왔습니다. 큰 배도 필요없고 작은 배라도 띄워서 왔다갔다하면 좋을텐데 그게 안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철조망이 쳐진 지 얼마되지 않았어요. 옛날부터 철조망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60년대 후반부터 치기 시작해서 여기 연미정의 철조망은 90년대에 쳤다고 들었습니다. 저기 양사면 철산리 사람들은 60년대만 해도 강뚝에 나가서 고기도 잡고 헤엄치고 놀았대요.

그런데 70년대 들어서면서 철조망을 치고 그랬대요. 철산리 가는 해안도로의 철조망 중에 맨 안쪽 철조망은 작년에 쳤어요. 배다니고 철조망이 사라지고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면서 사는게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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