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식의 뒷마당 천문학] 지구의 바다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광식의 뒷마당 천문학] 지구의 바다는 어디서 온 것일까?
  • 이광식 작가
  • 승인 2020.11.30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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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물'

물은 지구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강화도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사실 강화도뿐만이 아니다. 지구상의 모든 육지들은 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바다가 지표 면적의 71%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구는 거대한 소금물로 뒤덮인 '물의 행성'인 것이다. 이것이 지구라는 행성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강화도-주문도 뱃길. 바다에 나오면 원초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있다. 바로 물이다. 저 많은 물은 대체 언제 어디서 온  
것일까? 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로는 저 물은 지구보다 먼저 우주에 나타난 것이며, 우주에서 지구로 온 것이라 한다.

당신이 오늘 아침에도 마시고 세수한 그 물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아는가? 물은 지구나 태양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이며, 지구의 바다는 최소한 지구 역사에 버금가는 40억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것이라는 학설이 최근에 발표됐다.

지구 행성의 지표 면적의 3분의 2이상을 뒤덮고 있는 바다는 수백만 종에 이르는 지구상의 생명들을 빚어냈고, 오늘날에도 뭇생명들은 물에 의지해 생을 영위해나가고 있다. 우리 몸 역시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을 마시지 않고는 단 며칠도 버틸 수 없다.

이처럼 바다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보듬고 있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지구가 푸른 행성으로 불리는 것도 바다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지구상 언제 물이 생겨났는지, 어떻게 바다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사실 지구의 바다는 최대 미스터리 중의 하나다. 과연 지구의 바다는 어디서 온 것일까? 바다의 기원을 추적하는 과학이 최근에야 지구내부설, 소행성설, 혜성설 등의 가설 중에서 대체적인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물은 지구 내부에서 나온 것이거나 혜성이 가져온 게 아니라, 소행성들이 가져왔으며, 그 시기는 지구에 막 암석층이 형성될 무렵이었다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물 분자들은 태양과 그 행성들을 만든 가스와 먼지 원반에 포함된 물질이었다. 그러나 38억 년 전의 원시 지구는 행성 형성 초기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바위들이 녹아버린 상태여서 물이 존재할 수가 없었다. 지구의 모든 수분은 증발하여 우주로 달아나고 말았던 것이다.

이후 엄청나게 큰 소행성과 혜성들이 수없이 지구로 쏟아져들어오는 '소행성 포격시대'라는 격변의 시기를 겪었다. 이때 얼음과 가스 덩어리로 이루어진 소행성들이 가져온 물이 지구의 바다를 이루게 되었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물은 언제 어떻게 우주에 나타나게 된 것일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물은 우주가 탄생한 지 10억 년 남짓 지났을 무렵인 120억 년 전부터 우주에 등장했다고 하며, 인류는 그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까지 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거대한 우주 저수지. 지구 바닷물 양의 140조 배 이상의 물이 포함되어 있는 초거대 블랙홀 천체인 퀘이사 APM 08279+5255. 지구에서 120억 광년 거리에 있다.

20117월 초거대 블랙홀 천체인 퀘이사 APM 08279+5255라는 활발한 은하 부근에서 천문학자들은 거대한 우주 저수지를 발견했다. 그곳 구름에는 지구 바닷물 양의 140조 배 이상의 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무시한 수량이다. 그렇다면 물은 우주 초창기부터 아주 풍부하게 우주에 존재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토록 많은 물은 어떤 경로로 만들어졌을까? 그 경로를 한번 따라가보도록 하자.

 

빅뱅의 우주공간은 수소 구름의 바다였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출발한 직후, 태초의 우주공간은 수소와 헬륨으로 가득 채워졌다. 수소와 헬륨의 비율은 약 10 1 정도였는데, 그 비율은 오늘날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130억 년 이상 별들이 수소를 태웠지만 우주 전체 규모로 봤을 때는 미미한 양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주의 물질 구성은 수소와 헬륨이 99%를 차지하며 다른 중원소들은 1% 미만이다.

어쨌든 수소와 헬륨 외의 90여 가지 원소들 중 원소번호 26번인 철 이하는 모두 핵융합하는 별 속에서 만들어졌으며, 그 이후 우라늄까지의 중원소들은 모두 거대 항성이 종말을 맞는 방식인 초신성 폭발 때 만들어졌다. 폭발 때의 엄청난 온도와 압력으로 인해 핵자들이 원자핵 속을 파고들어 금이나 우라늄 등 중원소들을 벼려냈던 것이다.

이런 엄청난 고온이나 압력은 지구상에서는 도저히 재현해낼 수 없는 것으로, 옛날 연금술사들이 온갖 방법으로 금을 만들어내려던 것은 사실상 헛고생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그 연금술사 속에는 인류 최고의 과학 천재 뉴턴도 끼어 있다.

초신성이 터질 때 별 속에서 만들어졌거나 또는 폭발시에 벼려졌던 모든 원소 가스와 별먼지가 우주공간으로 내뿜어진다. 이 별먼지가 바로 성운으로 다른 별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이른바 별의 윤회인 셈이다.

그러나 별을 만드는 데 사용되지 않은 원소들은 우주공간에 떠돌다가 다른 원소들을 만나 결합한다. 산소 원자 하나가 수소 원자 두 개를 붙잡으면 H2O, 바로 물분자가 되는 것이다. 이들이 행성이나 소행성들이 만들어질 때 합류한다. 지금도 우주를 떠도는 수많은 소행성, 혜성들은 이 물분자가 만든 얼음덩어리로 되어 있다.

우주에서 물이 생성되는 과정을 축소하여 태양계 버전으로 살펴본다면, 내부 태양계가 물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하나는 아래 그림에 나오는 설선(雪線) 안에서 물 분자가 먼지 입자에 들러붙는 것이고(말풍선 그림), 다른 하나는 원시 목성의 중력 영향으로 탄소질 콘드라이트가 내부 태양계로 밀어넣어지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인에 의해 태양계가 형성된 지 1억 년 안에 물이 내부 태양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원시 태양계를 묘사한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흰 점선은 설선(雪線)이다. 이 선의 안쪽은 따뜻한 내부 태양계로 얼음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데 반해, 푸른색의 외부 태양계는 얼음이 안정된 상태다.

우주공간에서 만들어진 물은 태양과의 거리에 따라 다른 양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따뜻한 내부 태양계에서는 외부 태양계에 비해 얼음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데 반해, 푸른색의 외부 태양계는 얼음이 안정된 상태다. 그 경계선을 설선이라 한다.

 

지구 바다는 소행성이 가져다준 것

그렇다면 물의 행성이라 불리는 우리 지구의 바다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지구의 바다가 원래 지구에 있던 물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지 않고 있으며, 태양계 내의 어디로부터 온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구 바다의 기원은 종래 소행성과 혜성이 지목되었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거의 소행성의 소행으로 굳어져가는 추세다.

지구 바다의 근원을 결정짓기 위해 과학자들은 물을 이루는 수소와 그 동위원소인 중수소의 비율을 측정했다. 중수소란 수소 원자핵에 중성자 하나가 더 있는 수소를 말한다. 우주에 있는 모든 중수소와 수소는 138억 년 전 빅뱅 직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그 비율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수소의 비율은 물의 화학적 족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구상의 물은 거의 비슷한 중수소 비율을 갖고 있다.

물에 있는 이 두 원소의 비율은 그 물이 만들어진 때의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외부 천체에서 발견된 물의 중수소 비율을 지구의 물과 비교해봄으로써 그 물이 같은 근원에서 나온 것인가, 곧 같은 족보를 가진 것인가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중수소는 지구상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원소이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바닷물을 모아 물공을 만든다면 지름이 겨우 1,400km로, 지구 지름 12,800km의 10분의 1보다 조금 큰 정도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는 지구 바다보다 2~3배나 많은 물을 가진 바다가 지각 아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왼쪽).(출처:NASA) 

이 중수소의 비율을 측정해본 결과, 지구 바다의 물과 운석이나 혜성의 샘플이 공히 태양계가 형성되기 전에 물이 생겨났음을 보여주는 화학적 지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은 적어도 지구와 태양계 내 물의 일부는 태양보다도 더 전에 만들어졌으며, 지구의 물이 지구의 암석과 같은 시기에 생성되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나아가 이 같은 상황은 지구상에 생명체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유럽우주국(ESA)67P 혜성 탐사를 위해 띄운 로제타 호가 이온 및 중성입자 분광분석기(Rosina)를 이용해 혜성의 대기 성분을 분석한 결과, 지구의 물과는 다른 중수소 비율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로제타의 분석은 혜성이 지구 바다의 근원이라는 가설을 관에 넣어 마지막 못질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또한 우리 행성에 생명을 자라게 한 장본인은 소행성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38억 년 전 불구덩이 원시 지구에 소행성 포격이 시작되어 무수한 얼음 덩어리 소행성들이 지구에 쏟아져내렸다. 그 결과 저 같은 바다가 지구 표면의 70%를 평균 수심 4,117m로 뒤덮기에 이른 것이다. 그 물이 조금도 줄지 않고 바다가 되어 수십억 년 저렇게 파도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물이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 행성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행성인가. 이런 행성에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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