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섬재발견, 마을이야기] 사라진 포구와 남아있는 사람들 - 두번째
[강화섬재발견, 마을이야기] 사라진 포구와 남아있는 사람들 - 두번째
  • 김시완 기자
  • 승인 2020.11.25 17: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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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사면 철산리 편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고단함

산이포가 쇠락하고 마을살이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요?

예전에 이곳은 버섯 작목으로도 한몫 했지요. 양사에서 처음 시작해서 우리 마을, 다음으로 덕하리에서 따라했죠. 그런데 양사에서 초창기 버섯 작목이 병해로 실패했어요. 영지버섯은 병에 걸리면 노란 곰팡이가 생겨서 하나도 살릴 수가 없는데, 이때 버섯 재배하던 농가들이 모두 망해버렸어요. 강화에 영지버섯이 모두 없어졌지요. 그 후로 농사를 짓고 싶어도 철산리는 땅이 많이 없고 그나마도 이웃 마을 사람들 땅이 많아요. 예전에 주 생업이 포구 중심이라 농사지을 땅을 마련해 놓지 않은 것이지요.”

김기태 철산리 이장

현재 이장인 김기태 씨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김기태 이장은 마을 발전을 위해 여러모로 애써 봤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한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농업을 주 생계로 하고 있지만, 연세들이 있어서 농사짓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재 마을 청년회의 주 연령대가 60대이고, 젊은 층의 유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이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축허가가 나지 않아서 집을 지을 수도 없고 개발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지역이다 보니 외지인은 물론이고 젊은이들이 들어와 터를 잡기가 힘들다. 게다가 철조망이 쳐진 산이포 포구 안쪽의 땅은 군대에서 매입한 것이 아니어서 보상도 못 받고, 실제로는 내 땅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지물의 땅이 되어버린 상황이란다.

이 땅에 대해 군부대에서 철조망을 친 땅을 사든지 보상을 해주든지 하라고 몇 십 년째 협상했지만, 말만 앞세우고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고 한다.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이제는 군도, 정책도 믿을 수 없는 지경이라며 그동안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던 기대도 이제는 완전히 포기한 상태, 라고 한다.

철산리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철책과 일출, 철책 너머에 있는 산이 북한이다.

산이포의 꿈

평화전망대가 가깝고 분단과 평화라는 측면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해 강화군에서는 2019년 해안순환도로 2공구의 개통으로 말미암아 승천포는 고려 천도 공원으로 팔만대장경 조형물과 기억의 비 등을 건립해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다.

2019년 국비 공모사업을 통해 관광객에게 산이포의 역사를 알리고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민속 마을로 부활해 수도권 최고의 민통선 안보 관광코스를 개발할 계획을 추진한다고 한다. 2022년까지 총 98억 원이 투입되어 개발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산이포는 아직도 황량한 철조망이 남, 북의 경계를 가로막으며 분단의 아픔만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평화전망대가 철산리에 있고, 분단과 평화라는 측면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 같아요. 강화군 지원사업도 있던데 어떤지요?

이에 대해 10년 전부터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이광구 씨는 이렇게 말했다.

산이포에 살다가 덕하리로 이주해 살고 있는 이경진 양사면 노인회장님이 이런 의견을 내시더라고요. ”주점 두어 개 지어서 산이포 정취를 되살린다는 계획으로는 사람들 관심을 끌 수 없어요. 요즘 사람들 눈높이가 얼마나 높아졌는데요. 적어도 철책에 통문을 만들어 포구에 드나들 수 있게 하고, 데크를 설치해 바다와 북한을 지척에서 볼 수 있게 해야지요. 낚시 정도는 할 수 있게도 하고요.“ 좀 파격적인 의견이신데, 사실 못 할 것도 없고, 그 정도 해야 인기가 있을 겁니다.”

산이포 앞바다는 정전협정에서 민간선박이 자유롭게 항해하도록 정한 중립수역이다. 그러나 현실은 협정과 달리 유엔사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강화의 민간단체에서 해온 평화의 배 띄우기행사가 바로 이곳 중립 수역에 민간선박을 띄우자는 운동이다.

강화 북단 산이포에 통문 열고 관광객용 데크 설치

이런 뉴스 제목을 떠올려본다. 마을을 다니면서 철조망 사이에 지척으로 보이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철산리와 산이포가 정말 최전방이라는 느낌이 와 닿았다. 마을 사람들이 애타게 바라는 산이포의 꿈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건 철산리 뿐만 아니라 우리 강화사람들 모두가 바라는 바다. 다시 강화의 번영을 되찾아올 꿈이다. 분단으로 70년 넘게 갇힌 강화의 꿈이다. 지금은 가장 외딴곳이 되어 버린 강화 북단 민통선 철산리에서, 그 꿈이 어느 날 갑자기 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주 즐겁고 신나는 상상이다.


산이포 복원과 돈대 개방

이광구 씨는 마을의 앞날에 대한 다른 의견도 내놓았다.

철산리는 돈대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입니다. 천신, 철곶, 의두 돈대가 있는데, 모두 군부대 안에 있어서 민간인들이 들어가지 못합니다. 돈대보다 상급(부대)인 철곶보는 평화전망대 바로 아래에 있었다고 하는데 전혀 복원되지 않았습니다. 널다리돈대는 행정구역상 당산리이지만 철산리와 경계에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유적이 있지만 이곳이 민통선 지역이라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접근할 수도 없습니다. 평화전망대만 유일하게 철산리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어요. 그런데 이제 남북 화해 시대를 준비하면서 철산리도 바뀌어야 합니다. 산이포를 일부라도 복원하는 사업이 현대적 감각으로 준비돼야 하고, 군부대 안에 있는 돈대들도 개방하고 복원해야 합니다.”

이광구 씨의 이야길 들으며 역사와 문화가 함께 복원되고 계승될 때, 진정한 의미의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생활 구석구석 분단 현실을 느끼고 살아가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단지 경제적 문제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옛 역사의 유적을 살리고 가치를 알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올바른 계승이자 발전이 아닐까 싶었다.

사정 다 아는 어르신들 돌보며 살아가요

마지막으로 마을 부녀회장 이명숙 님과 어르신들과의 마을 살이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이명숙 부녀회장

부녀회장 이명숙 님은 이곳으로 시집온 지가 40년이 다 되어간다고 한다. 그동안 살면서 외부 사람이 없고 모두가 토박이라 서로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어 편하기도 하지만 올해는 특히 코로나 때문에 겨울나기가 걱정이 많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마을 회관에서 식사를 못 하게 하니까 어른들이 겨울 걱정을 많이 해요. 겨울이 되면 난방비도 많이 드니까 마을 회관을 열면 낮에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화투도 치면서 소일할 수 있는데 이번 겨울은 아예 모이는 것도 안 된다고 하니 부녀회에서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어르신들이 연세가 많기도 하고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아 우리가 챙기지 않으면 고립될 수밖에 없어요.”

다들 사정 아는 동네 분들이라 양사면 사회복지보장협의체가 있는데 거기서도 노인들 돌봄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기금을 마련해서 노인들에게 필요한 조끼, 잠바, 잠옷 등 준비해 드렸는데 어려운 어르신 가져다드리기도 하고, 올해는 오래된 집 형광등을 엘이디 등으로 모두 갈아 드렸는데 어르신들이 무척 좋아하셨다고 한다.

고구마를 판 수익금으로 돌봄 활동을 하고, 어르신을 보살피고 있는 모습은 어느 농촌의 정겨움보다 따뜻해 보였다.

이명숙 부녀회장은 철산리에 소창공장을 하던 분도 있었다고 한다. 강화가 워낙 소창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렇게 깊은 산골까지 소창공장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장을 운영했지만, 연세가 너무 많아 현재는 공장을 멈춘 상태다. 또 철산리 부녀들은 집마다 화문석을 짰는데 누가 더 오래 화문석을 짜는지 내기를 할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화문석을 만드는 과정이 하루 10시간 가까이 앉아서 해야 하는 작업이라 고되고 힘들어 이 역시 대부분은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노인회장님이 화문석의 맥을 잇고 있었다고 한다

 

양사면을 평화관광의 마을로

부녀회장은 전통의 맥이 끊기고 있고, 이걸 이을 사람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며, 마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이 와야 하며 살고 싶은 마을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는 다 있는 나들길을 철산리에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강화군을 찾는 관광객 중에 나들길을 찾는 사람들이 제일 많다고 하는데, 양사면에만 없다는 것이다.

연미정과 평화전망대 그리고 철산리 뒷산 별악봉까지 이어지는 나들길21 코스를 마련해야 해요. 북쪽 해안도로는 가장 가까이에서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길이고, 중간에 승천포 고려천도 공원도 있고, 평화전망대와 별악봉은 한강과 임진강 등 북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지요. 이 길이 안보 관광 나들길로 가장 좋아요.”

강화 동북쪽 해안 철책 모습. 철책 옆으로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부녀회장은 자전거 관광객 얘기도 했다. 주말이면 양사면을 도는 자전거족들이 많다는 것이다. 강화 본도에서 가장 차가 적은 지역이고, 민통선 지역이라는 이국적 특성 때문에 많이 찾는 것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 개통된 북쪽 해안도로가 차도 거의 없고 해안가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곳이라 더 많이 찾는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면서 철산리를 중심으로 해안도로와 양사면이 자전거 관광객들의 선진지가 되도록 강화군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전망대가 우리 철산리에 있지만, 우리 마을에 아무런 혜택이 없어요. 산이포에 포구를 재현해 장사할 권리를 준다는 말도 있었는데, 언제 할지 까마득해요.”

그동안 강화는 분단 때문에 불이익이 많았다. 취재하면서 보니, 철산리를 비롯한 북쪽 민통선 지역이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컸다. 이제는 철산리를 비롯한 강화 북쪽 민통선 지역도 변할 때라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산이포의 꿈이 되살아나는 것은 그동안 억눌려왔던 강화의 꿈이 피어나는 상징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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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2020-11-28 12:12:37
그동안 최전선으로 피해가 많았던 철산리,
이제 남북평화시대에 맞게,
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