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결국 지구를 떠난다
달도 결국 지구를 떠난다
  • 이광식(천문학 작가)
  • 승인 2020.09.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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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3.8cm씩 멀어져 15억년 후엔 이별

올해 추석은 코로나 때문에 고향을 찾지 못해 하염없이 추석 보름달만 쳐다볼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개기월식이 진행 중인 보름달. 초록색 빛줄기는 미국 뉴멕시코 남쪽에 있는 아파치 포인트 천문대의 천체 망원경에서 쏜 레이저광이 지구 대기에 의해 산란돼 나타난 것이다. 레이저광이 달에 설치된 반사경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시간을 재면 달까지 거리를 밀리미터 단위까지 정확힐 잴 수 있다. 

달의 위상변화

달의 모양이 변하는 것은 지구와 달, 태양의 상대 위치가 늘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달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달의 위상 변화라고 한다.  달, 지구, 태양의 상대 위치가 규칙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달의 위상변화도 규칙적으로 일어난다. 초저녁 서쪽하늘에 오른쪽만 밝은 얇은 초승달로 시작해서 점점 커져서 반달이 되고 보름달이 된다. 그 후에 새벽에 동쪽하늘에 왼쪽만 밝은 가느다란 그믐달이 된다.

달의 앞면. 지구에서는 떡방아 찧는 옥토끼가 있는 달의 앞면만 볼 수 있다. 검은 부분이 달의 바다라 불리는 지역이다. 과천에서 촬영.(사진:김경환)

그런데 우리가 보는 달은 항상 옥토끼 모양이 보이는 달의 앞면이다. 달의 뒷면은 지구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면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번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3일(항성월)인데, 이는 달의 한 번 자전시간과 같은 것으로, 이를 동주기 자전이라 한다. 말하자면 달이 지구의 중력으로 꽉 묶인 상태이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항상 ‘계수나무 옥토끼’가 보이는 달의 앞면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인류는 지구상에서 수십만 년을 살아오면서 최근까지도 달의 뒷면을 볼 수가 없어, 갈릴레오가 최초로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한 17세기 초부터 달의 뒷면은 인류에게 하나의 미스터리였다. 외계인의 기지가 있을 거라는 음모설도 떠돌았다. 인류가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은 1959년 소련의 루나 3호가 달의 뒷면을 돌면서 찍은 사진을 전송했을 때였다. 그후 루나 3호는 달에 추락하여 고철 덩어리가 됐지만.   

그런데  지난 60년 동안 달 착륙 로버와 아폴로 우주인들이 탐사한 결과, 달의 앞면과 뒷면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 밝혀져 과학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달의 바다(mare)라고 불리는 지역은 달의 앞면에서는 31%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뒷면은 겨우 1%를 차지할 뿐이다. 물론 물은 없다. 과거에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한 갈릴레오가 달에 바다가 있다고 착각하여 '달의 바다'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되었을 뿐이다.

앞면과는 너무 다른 달의 뒷면.  달의 바다가 앞면과는 달리 뒷면은 겨우 1%를 차지할 뿐이다. 멀리 지구가 보인다. 2019년 2월 중국의  초소형 달 궤도선 롱장 2호에서 촬영한 사진.(출처:Harbin Institute of Technology)

달의 탄생..거대충돌설 

그러면, 달은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달의 기원을 간략히 짚어본다면, 태양계 초창기인 약 44억년 전 화성 크기의 천체가 초속 15km의 속력으로 원시 지구를 들이받아 만들어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른바 '거대 충돌설'이다.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천문학자들은 난데없는 나타난 이 천체에다 ‘테이아’라는 멋진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테이아란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셀레네의 어머니다.

충돌 당시 지구와 달은 충돌 에너지로 인해 엄청나게 뜨거워졌으며, 암석과 마그마 등의 파편 일부가 증발해 지구를 원반 구조로 둘러쌌고, 이 물질이 점차 중력으로 뭉쳐지면서 달을 형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시점의 달은 오늘날보다 10~20배 정도 지구와 가까웠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지구 중심으로부터 달 중심까지의 거리는 평균 38만km로, 지구 지름의 30배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지구를 30개쯤 늘어놓으면 달에 닿는다는 얘기다. 이 거리는 지구-태양 간 거리의 약 400분의 1이며, 달의 크기 역시 희한하게도 태양 크기의 약 400분의 1이다. 이런 우주적인 우연으로 인해 개기일식 때 우리는 달과 태양이 딱 포개지는 장관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44억 년 동안 지구와 마주 보며 서로 껴안듯이 돌았던 이 달이 지구에 끼친 영향이란 참으로 엄청난 것이었다. 하루가 24시간으로 된 것도, 지구 바다의 밀물 썰물도 다 달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 자전축을 23.5도로 안정되게 잡아줌으로써 사계절이 있도록 한 것도 오로지 달의 공덕이다.

그런데 영원히 지구랑 같이 갈 것 같던 달이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더욱이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빨리 멀어져가고 있다는 말인가? 수십 년에 걸친 측정 결과 1년에 3.8cm의 비율로 멀어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 벼룩꽁지만한 길이를 어떻게 쟀는가 하면, 1971년 아폴로 15호의 승무원이 달에 설치한 레이저 역반사 거울이 그 답이다. 역반사 거울은 빛이 온 방향 그대로 반사시켜주는 특별한 반사체다.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 거리는 약 80만km고, 지구에서 쏘는 레이저빔이 이 반사거울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시간이 약 2.7초다. 반사되어 돌아오는 레이저광의 시간을 측정하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1mm 오차도 없이 정밀하게 잴 수 있다. 그 측정 결과가 일년에 3.8cm씩 달이 지구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구와 테이아의 '거대충돌' 상상도. 44억년 전 원시 지구에 테이아라는 화성 크기의 천체가 대충돌하여 달이 탄생했다는 가설이다.(출처: © NASA/JPL-Caltech)

밀물과 썰물이 달을 밀어낸다

그런데 대체 달은 왜 지구로부터 멀어져가는 걸까? 달도 인제 인간들이 난리치는 지구가 지겨워졌다는 건가?

이유는 달리 있다. 달이 만드는 지구 바다의 밀물과 썰물 때문이다. 풀이하자면, 이 밀물과 썰물이 해저 지표와의 마찰로 지구 자전운동에 약간 브레이크를 걸어 감속시키고, 그 반작용으로 달은 지구에서 에너지를 얻어 앞으로 약간 밀리게 된다. 원운동하는 물체를 앞으로 밀면 그 물체는 더 높은 궤도, 더 큰 원을 그리게 되는 이치와 같다. 달이 그 힘을 받아 해마다 3.8cm씩 지구와의 거리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이 3.8cm의 뜻은 심오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우주에서도 진리다. 이것이 채곡채곡 쌓이다 보면 10억 년 후에는 달까지 거리의 10분의 1인 3만 8천km가 되고, 100억 년 후에는 38만km가 된다. 달이 지구에서 2배나 멀어지게 되는 셈이다. 아니, 그 전인 10억 년 후 달이 지금 위치에서 10% 더 벌어져 4만km만 떨어져도 지구는 일대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 동안 자전축을 잡아주어 23.5도를 유지하게 해서 계절을 만들어주던 달이 사라진다면, 자전축이 어떻게 기울지 알 수가 없다. 만약 태양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지구에 계절이란 건 다 없어지고, 북극, 남극 빙하들이 다 사라져, 동식물의 멸종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이처럼 달이 없는 지구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달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면 지구는 대재앙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기온은 극단적으로 변해 물을 증발시키고 얼음을 녹여 해수면이 수십m 상승하게 된다. 또한, 흙먼지 폭풍과 허리케인이 수 세대 동안 이어지게 된다. 달의 보호가 없다면 결국 지구의 생명체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15억 년 후 목성이 달을 떼어내 간다

15억 년쯤 후, 달은 지구에서 상당히 멀어져 목성의 중력이 지구와 달을 떼어낼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지구의 자전축이 90도로 기울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극점이 정확히 태양을 바라보게 되어 양극의 빙원이 녹아버리고, 지구의 반이 얼고 나머지 반은 사막이 된다.

똑바로 내리쬐는 태양은 지구의 상당 부분을 사막으로 만들고 모든 것을 모래로 뒤덮어 지구의 10분의 1을 없애버린다. 그리고 햇빛 부족으로 전에 없던 엄청난 겨울을 경험할 것이다. 식물들은 고사하거나 동사하고, 뒤이어 동물들은 대량 멸종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혼돈은 시작에 불과하다. 달이 멀어졌을 때 지구의 움직임은 예측 불가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시기가 분명히 다가오고 있으며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결국엔 어떻게 되는가?  확실한 것은 언제가 되든 달이 결국은 지구와 이별할 거란 점이다. 그후  태양 쪽으로 날아가 태양에 부딪쳐 장렬한 최후를 맞을 것인지, 아니면 외부 태양계 쪽으로 날아가 광대한 우주 바깥을 헤맬 것인지, 그 행로야 알 수 없지만.

문제는 44억 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지구와 같이 껴안고 같이 돌던 달도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을 존재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석에는 바깥에 나가 꼭 보름달을 보기 바란다. 우리 지구의 동생인 저 달도 언젠가는 형과 작별을 고할 것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다. 여기에는 결코 예외가 없다. 그런 생각으로 달을 바라보면 더 유정하고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달이 떠난 후에도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을까? 백억 년 사는 별에 비하면 고작 백년도 못 사는 인생이 몇억, 몇십억 년 후의 일을 걱정한다는 것은 하루살이가 겨우나기를 걱정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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