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의병장 희순, 정용연 작가를 만나다.
만화 의병장 희순, 정용연 작가를 만나다.
  • 박흥열
  • 승인 2020.08.17 0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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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여성의병장 윤희순 의사를 만화로 만나다.
고우영, 이두호, 방학기, 백성민, 박시백을 잇는 한국 역사만화물

고우영의 삼국지, 이두호의 객주, 임꺽정, 방학기의 다모, 백성민의 장길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다 봤을 만화들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역사를 소재로 하는 시대물, 역사만화를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만화는 방대한 자료 조사. 정확한 고증, 치밀한 연출과 각본, 탄탄한 그림 실력이 구비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분야이다.

하지만 웹툰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이와 같은 역사만화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을 찾기 힘들어졌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 뿐만 아니라 일부 관심 독자층을 제외하고는 찾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쉽게 말해 돈이 되지 않으니 만화가도 그렇고, 일반 독자들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역사만화를 잇는 좋은 만화책이 출판되어 주목되고 있다. 정용연 작가의 <의병장 희순>(휴머니스트. 21,000)이 바로 그것이다.

<의병장 희순>, 어떤 만화인가?

<의병장 희순>은 여성 의병장이었던 윤희순 의사를 다룬 만화이다.

윤희순 의사는 춘천의 유씨 집안 며느리인데 1895년 명성황후 시해 후 유씨 가문 남성들이 의병에 참여하자, 후방에서 식량 조달, 탄약 제조에 힘썼고, <안사람의병단>을 만들어 훈련하기 까지 한다. <안사람의병가>외 다수의 의병가사를 만들어 의병의 사기를 북돋웠다.

1910년 한일합병이 되자 중국으로 망명하여 노학당운영, ‘조선독립단조직 등 항일무장투쟁에 나섰다가 시아버지, 남편과 두 아들을 일제의 고문과 총에 잃게 된다. 윤희순 의사는 장자인 유돈상 선생이 일제의 고문으로 순국한 후 11일만에 세상을 떠난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일생록>을 남겼다.

만화 <의병장 희순>은 당시 의병운동, 특히 위정척사 계열의 의병운동과 만주에서의 독립운동에 대해 드라마틱한 서사로 다루고 있다.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또 간악한 일제 식민통치와 이에 맞서는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투쟁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만화 <의병장 희순>의 장점은 고증이 매우 철저하다는 점이다. 우선 거의 완벽하게 강원도 말투를 재현하고 있다. 관서지방의 말투를 통해 작품은 단연 생기를 부여받았다. 뿐만 아니라 복식이나 격문 등도 매우 꼼꼼하게 그려져 있다. 일례로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장면에서 일본자객들이 양복을 입고 있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사무라이 복장의 낭인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역시 고증을 통해 그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낮게 평가되고 있던 위정척사 계열의 의병운동 역시 매우 치열하게 투쟁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만화 <의병장 희순> 은 다음(DAUM)독립운동가 33인 웹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으며, 수개월에 걸친 보강작업을 걸쳐 출판되었다.

 

작가 정용연은?

1968년생. 모악산이 바라보이는 김제 들녘에서 나고 자랐다. 열두살 무렵에 서울에 왔고, 참새 방앗간처럼만화방을 드나들던 청소년기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만화가의 길을 걸었다. 스물네 살 되던 해 단편<하데스의 밤>으로 만화가로 데뷔하였다. 2012<정가네 소사>1,2,3권을 출간하고, 부천만화대상 우수만화상을 수상하였다. 2019<목호의 난, 1374 제주>를 강화군 동문 근처에 자리잡은 출판사겸 책방인 <딸기책방>에서 출간하였다.

글작가 권숯돌은 1972년 생으로 한국에서 방송일을 하다가 현재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으며, 글과 그림으로 소통하는 일을 좋아하며, 2020년부터 한국국학진흥원웹진<담담>에 웹툰을 그리고 있다.

 

정용연 작가와의 인터뷰

<의병장 희순>을 그린 계기가 무엇인지요?

성남문화재단에서 33명의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를 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제가 그 당시 조선시대를 무대로 하는 중단편 만화를 꾸준히 그려오고 있던 중이라 조선시대와 닿아있으면서 여성이면 좋겠다싶어 찾아봤어요. 그러다가 윤희순 의사를 알게되어 그리게 되었습니다.

다음 웹툰에서 24회 연재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매회 예상 분량을 넘더라구요. 또 내용 중에 3.1운동이나 안사람의병단도 이야기가 미흡하다고 느껴서 연재가 2회 정도 늘어났어요. 연재가 끝난 뒤 3개월 정도 수정해서 마감을 하게 되었습니다전체적으로 17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그리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출판사에서 편집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주었습니다. 역사 전문 편집자가 한문을 전공한 사람이라 의암 유인석의 팔도격문을 찾아보고 거기에 맞게 쓰고, 명성황후 시해때 자객의 복장을 양복으로 그릴 수 있게 한 것, 유인석의 의병거의가 자양서사가 아니라 장담서사였다고 밝힌 것, 위정척사계열의 의병들의 인간관계등의 오류도 일일이 다 잡아내고 해서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지요.

특히 글을 쓰신 권숯돌작가가 관서지방의 말투를 완벽하게 재현한 것도 작품을 생생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저로서는 고마운 일입니다.

책을 내고 난 뒤 남는 아쉬움이라든지 그런 것은 없나요?

특별히 아쉽다기 보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은 있죠. 그래도 이 정도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미덕 중 하나가 아낙네들을 많이 그렸다는 겁니다. 윤희순 선생과 함께 한 아낙네의 활동들을 그리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망명떠나는 모습도 더 잘 그리고 싶었고, 또 그리면서 제가 울컥한 장면이 있는데 인쇄가 너무 새까맣게 나와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윤희순 의사가 만주에 가서 벼농사 짓는 모습은 스스로 뿌듯하고 아끼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그리면서 접하는 윤희순 선생은 글도 잘쓰고, 멋있었던게 싱어송라이터가 아닐까. 자기가 의병가사를 만들고, 음률을 붙여 노래로 만들어 퍼뜨렸다는 거 아닙니까? 사람들을 격동시키는데 천부적인 자질이 있었던 분 같아요. 연설을 굉장히 잘했다는데 연설 부분을 많이 넣지 못해 아쉬워요. 또 총을 들고 안사람 의병단을 만들고 굉장히 매력적인 분인데 의외로 서훈 등급이 낮습니다.

독립운동가의 삶을 등급으로 나누는 것은 결례이긴 하지만 이분의 삶에 비해서는 서훈등급이 낮아 섭섭한 것은 사실입니다. 시아버지,남편, 사돈은 물론 두 아들은 고문과 일본군의 총에 맞아 돌아가시고, 한분은 다리 총상으로 평생을 불구로 사셨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친정나들이>라는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홍경래의 난을 무대로 하는 두 여자 이야기, 동서지간으로 감정적으로 가깝고 친밀한 관계로 설정하여 그리고 있습니다. 두 여자가 홍경래의 난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첫째는 착하고 전통규범을 따르고, 둘째는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는 캐릭터입니다.

홍경래는 새 세상을 외칩니다. 역사 기록을 보면 신분차별을 없애고, 남녀 차별을 없앤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홍경래의 난이 실패로 끝나면서 한사람은 일찍 죽고, 둘째며느리는 끝까지 살아남는 것으로 설정하였습니다. 홍경래군이 정주성 전투에서 패했을 때 관군들이 그래도 여자들은 살려주거든요. 그 와중에 둘째는 살아남아서 새세상을 보라는 남편의 요구에 따라 살아남습니다.  약 280쪽 정도 되는데 올 연말에 출판될 예정입니다.

<정가네 소사>1,2,3권은 7년 걸렸고, 그 다음이 <목호의 난>(딸기책방, 2019)이 있었습니다. 저는 조선시대 후기 철종, 순조 그 시기가 참 좋습니다. 조선다운 분위기, 외부세계와 담을 쌓고 있지만 조선다운 느낌을 간직한 시대라고나 할까. 그 시대를 배경으로 중, 단편을 꽤 그렸는데 그것도 3권 분량으로 묶어 출판할 예정입니다. 그후 임진왜란을 10권 짜리로 하자는 제안이 있어서 그것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태극기를 달아 8.15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독립과 광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이들의 삶을 진지하게 반추함으로써 그 정신을 이어가는 일 또한 게을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화 <의병장 희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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