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두 개의 딸기책방
여기는 두 개의 딸기책방
  • 위원석(딸기책방 지기)
  • 승인 2020.08.03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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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딸기책방이 출판사예요? 서점이에요?”
딸기책방은 출판사이기도 하고 동네 책방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두 가지 일을 다 하세요?”
저희가 두 가지 다 제대로 못합니다. 그런데 하나만 하면 잘해야 하잖아요?”

근래에 자주 나누는 질문과 답입니다. 딸기책방은 강화도에 있는 출판사이자 그림책과 만화가 있는 동네 책방입니다. 작년에 책방 문을 열고 출판사의 첫 책도 나왔으니 이제 막 한 돌이 지난 신생 출판사, 책방입니다.

아직 내놓은 책도 몇 권 되지 않아 지면을 통해 인사드리기 쑥스럽지만 사는 이야기를 들려드리렵니다. 그러다보면 우리가 만든 책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이 강화에 거처를 정한 것은 2007년 봄입니다. 한 해 전, 무작정 향한 강화도의 초지대교를 건너자마자 마주한 갯벌이 참 좋았습니다. 부정형의 덩어리들이 세상의 시작처럼 막막하게 지평선까지 펼쳐졌습니다. 섬을 타고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우람한 나무와 숲을 지났고, 그 끝에서 만난 낙조는 짧은 여행의 완벽한 마무리였습니다. 이날은 우리가 강화를 새롭게 발견한 날이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으로 우리는 강화에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해를 거듭하면서 강화에 살아야 하는 이유, 강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점점 늘기는 했지만 강화도 사람으로 살지는 못했습니다. 10년이 넘도록 파주나 서울로 출퇴근(편도 90)을 해야 했기에, 이른 출근과 늦은 귀가를 피할 수 없었고, 주말이나 휴일이 되어야 강화의 하늘, , 바다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만하지만 강화의 깊은 매력을 깨닫게 된 것은 비교적 근래 일입니다.

강화도 출판사 딸기책방!

2017년 봄, 저는 7년간 다니던 출판사를 퇴사했습니다. 1995년 출판사에 입사해 밥벌이를 시작했으니 20년이 조금 넘는 편집자 경력이 일단락된 것입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습니다. 단지 지금까지 늘 해왔던 일이기에 자연스럽게 출판을 이어가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조차 잠시 미루어두고일단은 놀았습니다!

해방감과 여유로 충만한 꿀 같은 석 달이 지나자, 문득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이러다가 책 만드는 일을 놓게 되는 거 아닐까?’ 급한 마음에 출판등록부터 서둘렀습니다. 출판사 이름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딸기책방으로 정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을 뿐, 특별한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어감이 좋잖아요? 딸기!)

본격적인 창업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강화군도서관으로 출퇴근했습니다. 현실적인 고민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한 번도 고민해본 적 없는 자금운영, 영업, 회계 등등을 어찌 감당해야할지한껏 위축된 출판 시장까지 생각이 이어지면 희망보다는 마음과 생각이 엉망으로 꼬여버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도서관을 나와 목적지 없이 강화읍내를 산책했습니다.

강화도에 10년 넘도록 살았지만 늘 집 주위만 맴돌았기에 읍내 체험은 처음이었는데, 눈길이 닿는 곳마다 놀랄 만큼 멋져 깜짝 놀랐습니다. 고려궁지, 성공회성당 같은 유적지는 물론이고 작은 규모의 한옥들이 모여 있는 동네나 오래된 구옥들조차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마을,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집에서조차 솜씨 좋은 주인의 부지런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지붕에 매달아놓은 벽돌이나, 자동차 타이어로 꾸며놓은 화단, 골목길 화분에 키우는 상추, 정성껏 쌓아올린 돌담고단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지키려는 누군가의 흔적들이 무엇보다 아름답고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길 중 가장 좋아했던 동문안길 빈 점포에 임대현수막이 붙었습니다.

딸기책방 작가되기
딸기책방 작가되기 모임

강화도 동네책방 딸기책방!

서둘러 계약을 맺었습니다. 창고로 쓰던 점포에 들어와 석 달 동안 열심히 천장을 뜯고, 바닥을 깔고, 벽을 고치고, 형편껏 꾸몄습니다. 동네 책방, 딸기책방의 탄생입니다.

딸기책방이 내가 존경심을 갖게 된 읍내의 오래된 골목처럼, 실로 꿰맨 듯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낡은 집처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간절함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간절함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오롯이 드러나서 거추장스러운 군더더기들은 무심하게 벗어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딸기책방은 긴 복도처럼 생겼습니다. 긴 공간의 한쪽 끝은 작업실이지만 나의 업무는 반대쪽 끝에 있는 출입구 계산대 테이블에서 이루어집니다. 그곳에 앉아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과 눈을 맞추며 기분 좋게 인사 나누는 일은 멋진 일입니다. 책을 권해달라는 요청에 침을 튀기며 좋아하는 책을 홍보하는 일도 신나는 일입니다. 날씨에 맞는 음악을 고르고, 커피를 내려 서빙하고, 카드를 받아 결제하는 일, 새로 나온 신간들을 도매상에 주문하는 일 또한 딸기책방 주인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입니다.

가장 즐거운 일은 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 일입니다. 무심하게 모니터를 보며 바쁜 업무를 하는 척하지만 사실 귀는 쫑긋 세워 책 읽는 소리를 들을 때가 많습니다.

한껏 연기 혼을 불사르며 책을 읽어주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 그 소리에 까르르르 웃어 넘어가는 아이들 숨소리, 어떤 책을 살지 조곤조곤 토론하는 부모와 아이들, 그림책 페이지를 넘기며 어떻게! 너무 멋져!’를 연발하는 그림책 애호가들, 그림책 이야기를 나누다 펑펑 울어버리는 동네 엄마 모임까지딸기책방의 방문객들이 나누는 대화 한 마디 한 마디가 책을 만드는 내게는 가장 소중한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돌이켜 보면 늘 추상적인 무엇에 골몰하여 있었습니다. 어린이책을 통해 어린이를 배웠고, 판매부수를 통해 독자의 요구를 이해했으며, 베스트셀러 분석을 통해 요즘 독자들의 정서를 파악했습니다.

책이 좋아 뛰어든 출판계였지만 마지막 직장을 그만 두기 직전의 나에게 출판은 내가 종사하는 산업으로 주로 의미를 가졌습니다. 이제는 내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생활 방식이면 좋겠습니다. 딸기책방을 통해 만나는 방문객들의 목소리는 제가 그럴 수 있도록, 독자에 대한 생동감 있는 이해와 구체적인 긴장을 일깨워 줍니다.

독자들 곁에서 만드는 딸기책방의 책들이 사소하지만 간절한 진심들이 담긴 책이면 좋겠습니다. 알맹이가 단단해서 조금 엉뚱해도 책의 의도가 오롯이 어린 독자들의 마음에 자리할 수 있는 책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독자들과 함께 책을 읽고, 공감하고, 새로운 책을 만드는 이 장소, 딸기책방이 세상의 속도와 상관없이 판타지처럼 언제나 이곳에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 딸기책방: 강화군 강화읍 동문안길 33/ 070-8865-0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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