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작은 책방이 있어요
여기, 작은 책방이 있어요
  • 신안나
  • 승인 2020.06.30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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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바람숲’ 이야기
신안나 책방지기

책방 바람숲? 강화에 그런 서점이 있었어?”라며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이 많을 것 같다. 책방 바람숲은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안에 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그림책 전문 도서관으로 2014년에 개관했다. 지난해 기존 도서관 옆에 새 건물을 신축했고 그 안에 문화공간인 책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책과 함께 간단한 음료도 판매하는 북카페 형식이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전경, 건물 안에 책방이 자리잡고 있다

책방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마음에 쏙 들어온 책을 구입해 가고 싶은 분들의 문의가 많아지면서다. 또 다른 이유는 책방 수익이 도서관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다. 책이 많이 팔려 부디 그런 날이 꼭 오길 간절히 바래본다.

도서관이 주고 책방은 더부살이를 하다 보니 공간이 작다. 어떤 책을 어떻게 갖추어야할까 고민이 많이 담긴 정말 작은 책방이다. 당연히 책방지기의 취향에 따라 엄선된 그림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낮은 비율이지만 동화책,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 인문서적도 선별해서 비치한다.

책방 서가
책방 서가

주기적으로 주제별 북큐레이션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첫 번째 주제는 시작이었다.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그림책을 골라 비치했고 그 뒤 가족’, ‘초록등의 주제를 정했었다. 때에 따라 계절의 변화에 따르기도 하고.. 작가별로 그림책을 선정하기도 한다. 책방지기로서 무엇보다도 그림책에 대한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새로 나온 그림책을 꾸준히 살펴보며 그림책 동향을 잘 읽어나가려 노력 하고 있다.

몇 년 사이 전국 각지에 특색 있는 작은 책방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책방 여행을 다니는 여행자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다행스럽고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오죽했으면 문을 닫았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어 편치 않다.

책 보며 차 마실 수 있는 공간
책 보며 차 마실 수 있는 공간

사실 책방 매출이 좋은 편은 아니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것도 아니고 주변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책방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은 책방 바람숲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며 찾아주는 손님들에게서 나온다.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할인과 포인트까지 얻으면서 손쉽게 책을 구입할 수 있음에도 책방에 책을 미리 주문하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바람숲까지 찾아와 직접 책을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이들이 있어 다시금 힘을 내게 된다.

책방 바람숲을 애용해주시는 한 분, 한 분이 모두 소중한데, 특별히 바람숲 최고의 고객은 강화읍에 사는 상현이네다. 상현이네는 1년 동안 구입할 책값을 미리 결제해 놓고 매달 정기적으로 10권 가량의 책을 책방에서 찾아간다. 상현이가 읽으면 좋을 책을 책방지기에게 추천 받아 미리 주문하고 찾으러 온다. 가끔 너무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느긋하게 그림책 들여다볼 시간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상현이에게 추천해줄 책을 찾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차분히 앉아 책을 보게 되기도 한다.

책의 중요성을 알고 아이가 부담 없이 책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이런저런 연구를 하는 그 생각도 참 멋지고, 동네 책방도 함께 잘 살자며 일부러 찾아주시는 마음도 너무 고맙고, 덕분에 책방지기가 게을러지지 않을 수 있어서 또 고맙고. 여러모로 참 감사하다. 강화도 안에서 이렇게 슬기로운 착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책방 입구
책방 입구

지혜의 샘은 책 사이로 흐른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우리는 조금씩 되어가는 존재이고,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바로 이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과 책방이 있기까지 큰 힘이 되어준 그림책을 한권 소개하고 싶다.

[미스 럼피우스]라는 그림책이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일이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주인공 앨리스는 저녁이면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머나먼 세상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어른이 되면 아주 먼 곳에 가 볼 거예요.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살 거고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 때마다 할아버지는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네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구나.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른이 된 앨리스는 도시에서 사서로 일하다가 먼 곳을 여행 다녔고 더 나이가 들어서는 바닷가에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아주 근사한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

책 속 주인공이 꽃씨를 뿌려 주변을 아름답게 했던 것처럼 바람숲은 책 씨앗을 뿌리고 싶다. 바람숲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좋은 책을 만나고, 자기 안에 잠자는 감수성을 깨워 자연을 닮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책방 바람숲이 오래오래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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