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테이, 각광받는 도시인의 새로운 힐링 공간
북스테이, 각광받는 도시인의 새로운 힐링 공간
  • 이광식(천문학 작가)
  • 승인 2020.06.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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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을 위해 온 나라 1만 골짜기에 북스테이를...

필자 이광식선생은 젊은 시절부터 품었던 화두, '우주란 무엇인가?' ‘나와 우주는 어떤 관계인가?' 등을 주제로 한 책 <천문학 콘스트>를 출간한 후, <십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 <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 <별아저씨의 별난 우주 이야기>(전 3권) <내 생애 처음 공부하는 두근두근 천문학>  등을 내놓았다. 지금은 강화도 내가면 퇴모산에서 개인 관측소 '원두막 천문대'를 운영하면서 일간지, 인터넷 매체 등에 우주·천문 관련 기사·칼럼을 기고하는 한편, 각급 학교와 사회단체 등에 우주특강을 나가고 있다. 

이광식 선생(내가면 외포리 거주)

진정한 여행이란 혼자서 떠나는 것이라고 믿는 나는 여유가 생기면 배낭을 둘러매고 길을 나선다. 버스, 기차, 배 등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로 바다와 섬들을 떠돌아다니는 여행이지만, 여행 때마다 느끼는 점은 우리나라의 대중 교통비와 음식 값이 참 싸다는 것, 치안이 양호하다는 것, 그리고 숙박비가 저렴하다는 것 등이다.

숙박비 대목에 약간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있을 것 같은데, 내 경우에는 대처에서는 찜질방, 오지에서는 펜션이나 민박을 이용하니까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근래 여행자에게 바람직한 새로운 유형의 숙박소가 등장하고 있는 판이다. 이른바 북스테이(Book Stay). 영국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에서 더러 만나는 책마을의 한국판인 셈인데, 책과 더불어 하룻밤을 보내는 시골 책방을 일컫는다.

근래 들어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독립서점인 북스테이는 경치 좋고 조용한 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을 읽으면서 하룻밤 보낼 수 있을 뿐더러, 아침 식사까지 나온다니, 여행객에게는 참으로 이상적인 잠자리가 아닐 수 없다. 여행객뿐 아니라 재충전을 위한 휴식을 찾는 도시의 가족이 하룻밤을 자연 속 책의 숲에서 지낼 수 있는 낭만적인 공간으로, 책을 매개로 각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함께 나누며 행복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아늑한 잠자리다.

북스테이가 최초로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4년 충북 괴산 미루마을에서 문을 연 '숲속작은책방'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북스테이의 원조 격인 셈이다. 그 후 파주, 속초, 양평, 통영, 제주 등 전국 여러 곳에 북스테이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저마다 특징 있는 책과 휴식의 공간들을 창조해냈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돌고 돌아 마을 깊숙이 자리 잡은 책방 국자와주걱. 올해 6월 28일 이미경 작자 초청 북콘서트 모습

이런 북스테이들이 최근 강화도에만도 서너 군데 생겼다. 책방 국자와주걱, 우공책방, 책방시점, 바람숲그림책도서관 등으로, 여기서 가끔 문화행사, 예컨대 북콘서트, 시 낭송회 등을 연다고 하니 마을의 문화 사랑방인 셈이다. 앞으로도 강화에 북스테이들이 몇 개 더 들어설 거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강화도가 북스테이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이런 북스테이들은 대개 예약 손님을 받는데, 도시의 가족단위 손님이나 여행객들이 주로 애용하는 편으로, 대체로 경치 좋고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하룻밤 묵으면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지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 북스테이에 따라 손님이 의무적으로 책을 한 권 사야 하는 규약도 있다 .

나는 전국 경치 좋고 조용한 골짜기마다 이런 북스테이들이 하나씩 들어서서 휴식을 원하는 도시인들이나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만년 불황인 출판경기도 살리고 동네 서점도 살릴 수 있는 양수겸장의 훌륭한 방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량은 OECD 35개 회원국 중 꼴찌다. 독서량 최상위 미국은 1인당 한 달에 6.6, 일본은 6.1, 프랑스는 5.9, 그리고 중국마저도 2.6권을 읽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은 겨우 1.3권을 읽을 뿐이다.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니 부끄러운 노릇이다. 성인 3명 중 1명은 일 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니 서점 경영인이든 책 쓰는 작가든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책을 써봤자 최저 인건비에도 못 미친다. 이래서야 문화강국이 되기 어려울 뿐더러 요즘 한창 기세를 올리는 K-팝이니 K-드라마, K-무비가 얼마나 지속될까도 심히 걱정스럽다

강화도 길상면에 있는 북스테이 '책방시점'의 주인과 어린이 책방손님들. (책방시점 제공)

독서가 문화의 가장 밑바탕인데도 이처럼 국민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동네서점들이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지역서점은 2,312곳으로 20092846곳에 비해 534곳이나 감소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이 5곳이고, 단 한 곳뿐인 지역도 44곳이나 된다.

이 같은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문화 트렌드인 북스테이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국 방방곡곡 조용하고 아름다운 골짜기에 북스테이 1만 개만 들어선다면 우리도 백범 김구가 꿈꾸었던 문화강국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책과 자연을 사랑한다면 은퇴자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일터로도 고려해봄직하다.

강화군 내가면에 있는 우공책방 모습

북스테이 공간에 단출한 천체관측소를

끝으로 천문학 작가로서 북스테이 경영자들에게 훈수 하나를 한다면, 간단한 천체망원경을 준비해 천체관측 할 공간을 만들어보라고 강추하고 싶다. , 빛공해가 적은 곳이어야 한다. 요즘 망원경 값이 그리 비싸지 않다. 특히 코스트코에 가면 20~30만 원대의 훌륭한 천체 망원경들이 있다. 쌍안경도 4~5만 원대면 훌륭하다. 또한 밤하늘 지식도 책 한두 권이면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천체 팬시 제품도 좀 갖추어 놓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요즘 한국에도 아마추어 천문인 층이 많이 두터워졌다. 별지기 동호인 카페 중 큰 것은 회원이 4만에 육박하고 있다. 그만큼 우주 마니아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천문학 책들도 솔잖게 팔리고 있는 추세다. 또 머잖아 화성 유인탐사, 우주여행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자연 속에서 자녀들과 함께 별자리와 은하, 성단들을 보고 책을 읽으면서 하룻밤을 보낸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갈무리될 것인가. 은하수와 유명 별자리, 안드로메다은하 등을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본전을 뽑는다고 할 수 있으리라.

천문학 테마 크루즈 여행에 참여해 안드로메다은하를 처음으로 본 미국의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그 감동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클라이맥스는 나와 아내 재넛이 쌍안경으로 난생 처음 안드로메다은하를 보았을 때였다.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크루즈에 참가한 본전은 뽑은 느낌이었다."

이 안드로메다은하는 지구로부터 250만 광년 거리에 있는데, 이는 곧 오늘밤 당신이 보는 안드로메다는 250만 년 전 그 은하에서 출발한 빛이라는 뜻이다. 이 은하는 시간당 40km로 우리은하에 접근하고 있는데, 45억 년 후에는 우리은하와 충돌하여 지구 밤하늘에 장대한 우주 쇼를 벌일 것이며, 이윽고 합쳐져 밀코메다란 타원은하를 만들 것이다.

아이들에게 우주를 많이 보여주는 것만큼 정서적-교육적으로 강력한 것이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책과 천체망원경이 있는 북스테이 공간은 도시인의 이상적인 휴식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주변에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이 둘러싸 있고 산림욕을 할 수 있는 호젓한 산책길이 있다면 금상첨화로, 몸과 마음이 함께 힐링될 것이다.

참고로, 북스테이 운영자들이 함께 만든 북스테이 네트워크' (www.bookstaynetwork.com)를 검색하면 전국의 아름다운 북스테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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