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강연 “전화선은 끊긴 것이 아니라 받지않고 있을 뿐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강연 “전화선은 끊긴 것이 아니라 받지않고 있을 뿐이다”
  • 박흥열
  • 승인 2020.06.29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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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비서관을 역임하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통일부 차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두차례 역임하였다. 6.15남북정상회담의 실무접촉 수석대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 등을 지낸 우리나라 최고의 남북, 통일문제 전문가이다.
6월 25일 강화 라르고빌리조트에서 개최된 2020 한강하구 평화컨퍼런스에서 정세현 전 장관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전재한다.

 

 

 

 

 

남북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남한에 대한 불만 팽배

 

지난 64일부터 25일 오늘 아침까지 20여일 동안 걱정이 많았지요. 북한이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무자비하게 폭파하는 장면, 남한의 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1200만장의 대남 전단을 제작했다는 엄포, 그리고 오늘(25) 오전, 북한 김영철이 당분간 4대 군사조치를 자제한다는 발표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태도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이유는 간단합니다. 남한에게 4.27판문점선언, 9,19군사합의에서 한 약속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유엔의 대북제재와 별도로 남한과의 관계 개선과 교류, 협력을 원했던 북한으로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을 매우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165월에 북한 인민들을 풍족하게 하겠다는 국가발전5개년계획(2020년 목표)을 세웠어요. 이제 5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핵무력은 어느정도 갖춰졌다고 판단하고 경제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이 핵실험하는 북한을 가만두지 않고, 유엔 대북제재를 강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고, 화염과 분노를 안길 것이라고 협박합니다.

 

그러자 북한은 트럼프의 말을 비웃듯이 20177월 사거리 10,000Km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몇 달 뒤에는 워싱턴, 뉴욕까지 날아가는 사거리 13,000Km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버립니다.

우리는 북한이 돈이없어서 못할 것이다하지만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과학기술자 어깨를 두드리며 동무만 믿소하면 기를 쓰고 만듭니다. 연료값만 있으면 됩니다. 미국이나 남한은 돈이 없으면, 예산이 없으면 과학기술을 개발하지 못하지만 북한은 안 그래요. 우리는 일종의 물질자극 방식인데, 북한은 사상자극방식입니다.

 

그래서 뒤늦게 이렇게 놔두다가는 안되겠다 싶어서 미국이 201712월 초에 유엔 사무차장을 평양에 보냅니다. 김정은에게 북미회담이 그리 하고 싶으면 만나주겠다.”고 언질을 준 것이죠.그런데 미국과 바로 이야기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으니까 남한 대통령을 이용한 겁니다. 29일 김여정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 38일 대통령특사 평양방문, 427일 판문점선언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죠.

 

 

대북정책의 핵심은 경제지원, 군사적 긴장 완화가 되어야

 

대북지원이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지만, 퍼주기가 없으면 남북평화는 없습니다. 제가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비서관을 했습니다. 그때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김영삼 대통령이 저에게 김일성을 어떻게 다루느냐고 묻길래 제가 그랬습니다.

간단합니다. 북한은 경제가 어렵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경제적 지원을 할테니, 대신 군사적으로 장난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돈주면 되긋나? 돈주면 평화가 오지 않겄나?”라고 하셨습니다. .

서독의 꾸준한 지원이 동독의 민심을 녹여서 통일이 된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지금까지 모든 정상회담의 대북정책 기조는 대북 경제지원 - 대남 군사 긴장완화 였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완전히 후퇴하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6.15, 10.4 선언에 들어있던 서해평화협력지대가 원래대로 추진되었더라면 어민들이나 농민들이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 지금처럼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을 것이구요.

 

지금 북한이 이렇게 세게 나오는 것은 남한이 미국 핑계대고 4.27, 9,19 합의사항 이행을 미적거리고, 대통령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개별관광, 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을 말해도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화가 나서 고함을 질러대는 형국입니다.

욕구불만을 떠뜨리는데 지난 530일 전단 살포가 핑계가 된 것이죠.

 

 

페트병 쌀보내기는 지원이 아니라 모욕

 

그리고 페트병에 쌀 담아서 보내는 것도,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모욕하는 일입니다. 인도적 지원을 하려면 판문점을 통해서 정식으로 운송해야하는 것이지, 물에 띄워보내서 주워 먹어라하는 것은 매우 모욕적인 일입니다.

 

울고싶을 때 뺨때린 것처럼 곧바로 4대 군사조치, 즉 개성, 금강산지구 군사투입하고 비무장지대 GP 다시 복원하겠다, 군사분계선상에서 군사훈련하고, 남한에 대규모 삐라 보내겠다는 등 관계가 험악해질뻔 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누그러졌습니다. 623일 당중앙군사위원회 전원회의(화상회의)에서 급하게 군사조치를 포함하여 4대 조치를 보류시켰습니다.

 

그동안 대남사업을 총괄했던 김영철이 해설하는 등 직접 나섰으니 이 정도로 정리되지 않을가 싶어요. 사실 북한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거나 삐라를 뿌리면 4.27 선언을 스스로 깨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컸을 겁니다.

 

삐라살포를 표현의 자유라고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혼자 고성방가하고 야심에 떠드는 것은 자유가 아닙니다. 자유를 보장한답시고 접경지역 국민들이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은 자유도 아니고 범법행위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727일 정전협정일까지 어떻게든 삐라를 뿌리려고 할 겁니다. 이 단체들은 우리 정부가 단속해도 민주주의를 위한 기금(NED) 등 미국 자금을 받아서 하니까 근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삐라를 뿌리는 사람들은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5개 중에 1개만 날아갔고, 그것도 강원도 어디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떨어져봐야 접경지역 근처에 떨어지고, 설사 평양시내에 이 삐라가 떨어진다고 해서 북한 사람들이 이런 나쁜 놈, 우리가 몰아내야겠구나하겠습니까? 북한은 통제사회라서 소문을 듣고, 남한테 알리면 처벌받습니다. 한마디로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남북 전화선이 끊어진 것이 아니라, 다만 받지 않을 뿐이다

 

한반도 통일을 하려면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못살면 이런 말 못하는데, 지금은 충분히 이런 정책을 펼칠 수 있습니다. 동서독 통일이 어떻게 된 줄 아십니까?

서독은 동서독으로 나눠진 뒤 죽어라 경제발전에만 신경썼어요. 그러다가 1969년에 정권이 보수적인 기민당에서 진보적인 사민당으로 바뀝니다. 그때 빌리 브란트 수상이 동독에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적 지원을 합니다.

 

동독 방문객 한도액을 1백만 마르크에서 2백만 마르크로 늘리고, 신문방송의 자유, 왕래의 자유 모두 돈이예요. 이런 정책들을 20년 동안 꾸준히 하니까 동독 민심이 서서히 서독으로 넘어온 겁니다. 그런데 우리하고 다른 점은 야당이 다른 건 반대해도 동방정책만큼은 딴지를 걸지 않았다는 겁니다. 13년 뒤 보수적인 기민당이 정권을 잡은 뒤 동방정책을 멈추었더라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많이 안좋긴 하지만 완전히 등을 돌린 상황은 아닙니다. 남북한 당국자들이 험한 말을 주고 받기도 했지만, 전화선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저쪽에서 우리의 전화를 안받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나라 일각에서 남한과 북한이 예전처럼 으르렁대고 더 싸우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남북의 적대관계 틀 속에서 이익을 본 사람들이 그러는 것입니다. 민족의 운명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래서는 안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대북정책을 죽도 밥도 안되게 만들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그나마 어렵사리 지혜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관료들이 너무 미국 눈치를 본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한미워킹그룹이란 것이 있는데, 여기서 자꾸 간섭을 하니까 이제는 그만 발목잡아라” “비핵화하고 남북관계를 병행하라느니 압박하지말라 ”, “우리가 북한을 설득할 시간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남남갈등이란 말이 언제부터 생겼습니까? 군사정권 때에는 남남갈등이란 단어도 없었습니다.

조선일보같은 데서 만든 말이고, 그런 말들이 국론을 분열시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전쟁없이 남북한이 하나로 살자면 경제적으로 지원해서 북한이 개방되도록 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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