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기독교연합회장 원명희 목사 대담 - “강화는 숨을 틔우는 곳입니다.”
강화기독교연합회장 원명희 목사 대담 - “강화는 숨을 틔우는 곳입니다.”
  • 박흥열
  • 승인 2020.06.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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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종교지도자에게 듣는 두 번째 인터뷰가 지난 5월 하순, 동문밖 옥림교회에서 있었다. 속도와 현란함이 난무하는 현대 문명의 소용돌이에서 살짝 비켜선 듯, 얕으막한 언덕받이에 자리잡은 교회의 모습이나 마을을 지키는 오래된 나무처럼 언뜻 심심하다싶을 정도로 담백한 목사님의 말씀이 오히려 신선했다.

담임목사인 원명희 목사는 30년 전에 강화에 들어와 28년째 옥림교회에 재직 중이며 현재 강화군 기독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강화는 기독교가 강한 곳이라 들었습니다. 강화의 기독교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강화는 감리교가 많습니다. 옛날 선교지역을 나눌 때 감리교 지역이었거든요. 강화에서 기독교가 시작된 것은 1893년 인천 내리교회의 존슨 목사님이 와서 동네 사람 한분에게 선상 세례를 준 것이 출발이었어요. 지금 양사면 교산교회가 강화 최초의 교회입니다.

강화에 기독교가 확산된 것은 마리산 기도회 덕분입니다. 그때 신자들은 부흥회나 교회 집회를 하고나면 항상 마리산 기도회를 열었어요. 교회 지도자들이 민족의식이 강하고, 강화를 이끌었던 분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의 헌신과 기도의 열정 덕분에 강화에 기독교가 급속히 성장한 것입니다. 특히 감리교와 성공회의 경우가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강화에서 30년 사목하는 동안 특별히 들려주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강화에서 태어나거나, 학교를 다녀야 강화사람이라고 배타성이 강합니다. 그래서 새로 오시는 분들이 적응하는데 애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어요. 89년도에 당산교회에 왔다가 92년부터 옥림교회에서 시무하고 있습니다. 공부방도 함께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좋아했습니다. 되돌아봐도 특별한 게 없는데, 오히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았나 할 정도로 굴곡이 없었습니다.

작년에 사택 짓느라고 어쩔 수 없이 큰 은행나무를 베었어요. 많이 아쉽죠. 마을의 오래된 나무가 있으면 그 그늘에 사람들이 모이고, 나그네도 쉬어 갑니다. 교회의 역할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살다보면 어느새 오래된 나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지요.

가끔 군대나 외지에 나갔던 아이들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그러면 ? 목사님이 아직 계시네. 반갑다.”고 말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저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도님들한테 한 나무만 심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자기가 다 하려고 하지 마라. 나는 터를 닦고 후세대는 기둥을 세우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채워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린 알면서도 잘 안 됩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올해 안에 내년 안에 다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옆에서도 가만 두지를 않습니다. 왜 일의 성과가 안나냐고 막 채근합니다. 이제는 조금씩 욕심을 덜어야 합니다. 나만 욕심부리지 않으면 됩니다. 교회는 목회자가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괜히 욕심부리면 이상해지고 타락하기 마련입니다.

 

코로나19가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힘들어하는데 이럴 때 우리는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가족, 가정공동체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사실 우리는 너무 바쁘고, 또 밤늦게까지 사람들과 어울리잖아요. 그러다보니 가족문화를 많이 소홀히 여겼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로 뜻밖에 가족들이 함께 지내야 할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문화, 가족 중심으로 사는 것을 익히면 좋겠습니다.

또 주변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도 있는 것 같아요. 나누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터지자 큰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는 작은 교회를 돕는 일이 많아졌어요. 작은 교회의 월세나 임대료를 지원하기도 하구요. 사실 원래 그랬어야 하는 일인데, 잘 못했거든요. 앞으로 더 많이 나누고, 돕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나 교회는 그동안 무척 활동적이었습니다. 성장하고 규모를 키우는데 관심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잎사귀는 무성한데 정작 열매가 없는 무화과나무와 같은 것이 우리의 모습 아닐까요? 이제는 열매를 맺는데 마음을 두어야 합니다. 코로나19도 크게 보면, 하느님께서 좀 쉬어라, 그리고 무성하게 뻗은 가지들을 잘 정리해서 좋은 열매, 알찬 열매를 맺으라는 말씀처럼 들려요.

 

올해가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70년이 됩니다.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의 비극은 없어야 하고,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강화는 실향민이 많고, 또 민간인들이 전쟁 때 많이 희생당하기도 하고, 또 강화를 지킨 사람들 이야기도 알고 있습니다. 강화는 역사적으로 외적의 침입을 막으며 싸웠지 않습니까? 고려때 몽골군에도 맞섰고, 조선시대는 청나라, 일본의 침입에도 맞서 싸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고 죽는 전쟁이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도 사람을 죽고 죽이는 전쟁은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게다가 6.25 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싸운 최대의 비극 아닙니까. 그래서 어느 편이든 아픔이 없을 수 없고, 예민함이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상처들이 치유가 되어야겠지요. 다만 그것 때문에 서로 상처받고, 갈라지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성경에서는 평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남북이 평화롭게 사는데 특히 강화의 역할이 있을까요?

성경에서는 평화를 샬롬이라고 합니다. 샬롬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샬롬을 이루려면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 힘은 남을 정복하는 힘이 아니라 나를, 가족을 지킬 힘을 말합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 끼어있어서 무슨 결정을 내리기 굉장히 어렵거든요. 미국 입장을 따르면 중국이, 중국 입장을 따르면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지 않습니까. 옛날부터 숙명적으로 그런 것인데, 우리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하는 걸 보면 문재인 정부한테 실망이 되기도 하고, 안보도 걱정스럽습니다. 국민들의 걱정이나 염려를 충분히 귀담아 들어야 해요.

평화를 지키는 힘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나옵니다. 샬롬은 나만 아니라 빈부귀천이나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두 무화과 나무 아래서 서로 보살펴야 가능해집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누구나 신나게 살 수 있게 해야죠. 샬롬이 깨지는 것은 순전히 욕심과 죄 때문입니다. 권력이나 재물을 내가 많이 가지겠다 하는 순간 내부 사람을 짓누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샬롬은 깨집니다.

 

평화를 지키는 힘을 키우려면 서로 돕고 살아야한다고 말씀하셨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도자가 중요해요. 그 지도자는 평화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보수-진보가 아니라 그걸 뛰어넘고, 융합하도록 이끌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독단적으로 이끄는 것은 현대 사회에 잘 안맞습니다. 각계 각층 사람들에게 묻고 의논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요즘처럼 어려울 때는 역발상으로 큰 학교나 큰 건물 보다 작은 학교, 특색있는 교육, 예를 들어 산마을고등학교처럼 이런 게 더 경쟁력이 있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어요. 강화는 자연과 더불어 살기에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 너무 개발하는 것 아닌가 싶어 걱정입니다. 산도 마구 깎는 것 같고.

 

목사님에게 강화는 어떤 곳입니까?

을 틔우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숨쉬는 곳이다. 도시에서 열심히 살다가 숨이 막힐 때 숨통을 트고자 오는 곳이 강화이죠. 숨을 못 쉬면 죽습니다. 강화는 비유하자면 사람들의 숨을 틔우는, 생명을 지키는 곳인 셈이죠. 그 만큼 중요한 곳입니다. 그러니 강화사람들이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고 불편해 하거나 미워하지만 말고, 잘 맞이해서 여기서 힘을 얻고 가도록 하면 좋겠어요. 여기서 숨을 뻥 틔우고 가라고 말입니다.

교회나 단체, 기관 같은데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영적인 에너지도 충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강화군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강화군민의 절반이 어르신들입니다. 어르신들은 평생 열심히 살아오셨는데, 항상 건강했으면 합니다. 그런 어르신들이 존경받고, 또 후세대를 기르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어르신들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일에도 관심을 두었으면 합니다. 너무 자식만 생각하지 말고 나를 위해 쓰기도 하고, 누릴 줄도 알고, 나눌 줄도 알아야겠지요.

강화사람 각자가 만족하고 행복해질 때 강화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강화에 오면 편하구나. 편안함을 느끼고 갑니다. 강화사람들이 강화를 더욱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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