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 승석스님 대담 “나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전등사 승석스님 대담 “나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 박흥열
  • 승인 2020.05.22 13:4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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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경제적인 듯 해도, 없어서는 안 될 직업이 둘 있다. 시인(詩人), 그리고 종교인(宗敎人)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시()와 기도(祈禱)로 위로받거나, 삶의 길을 찾는 경우도 있으니 과히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코로나 19로 불안함이 가득한 요즘,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530(), 부처님 오신날 법요식을 앞두고 전등사 주지 승석스님에게 말씀을 청했다. 스님은 1998년 선암사에서 지허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수지하고, 1998년 통도사에서 청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 수지했다. 2006~ 2009년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4안거를 성만했다. 은사는 장윤스님이다. 송광사, 동화사, 법주사의 승가대학에서 경전을 강의하였으며, 2016년부터 지금까지 전등사 주지를 맡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방역을 잘하고, 사람들도 잘 따르고 있긴 하지만 이태원 감염이 일어나면서 또 불안함이 커지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코로나라고 해서 많이 두려움을 갖는데, 이런 때일수록 자기 자신을 잘 살펴야 합니다. 많이 쉬고, 잠도 많이 자고, 영양 섭취도 충분히 하고, 자기 면역력을 키워야지요.

우리 생활을 한번 둘러보세요. 현대 문명사회는 온통 매스컴이나 컴퓨터, 텔레비전 등에 둘러싸여있고, 너무 익숙하다보니 쉬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자신을 잠시도 내버려두지 않아요. 산만하고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병을 걱정하기 전에 먼저 쉬는 시간이 없는 걸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사람은 어떤 동물보다 많이 움직입니다. 깨어있는 시간이 많고, 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마음이 안정되고 심신이 편안한 상태가 되어야 면역력이 생겨서 병도 이깁니다.

젊은이들이 이태원클럽에 가는 것은 춤을 추든, 노래를 부르든 막힌 것을 풀어서 자기를 안정시키려는 행동이거든요. 그게 또 코로나를 전염시키는 결과가 되어 안타깝지만 말입니다. 길게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처럼 행동수칙을 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결국 자기를 안정시키는 것이 먼저이고, 우리가 그런 쪽으로 성숙해져야 합니다.

 

종교가 자기를 돌아보고, 안정시키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과 같은 때 종교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종교는 카테고리를 깨는 거예요. 사상을 깨는 것이 종교입니다.

모든 동물이나 식물, 생명체는 자기가 사는 영역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고, 그걸 벗어나면 불안해합니다. 그 바깥을 위험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가 좋다고 배운 사람은 공산주의는 나쁜 것이라 합니다. 그걸 경험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렇게 규정하고 배척하는 겁니다. 반대로 공산주의가 좋다고 배운 사람은 자본주의를 나쁘다고 배척합니다.

지금 많은 종교들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내 것을 보호하려고 하다보니 남을 배척하고, 배제합니다. 나와 다른 남을 배척하다보면 결국 사람을 해치는 일까지 저지릅니다. 그러면 편해질까요? 아닙니다. 남을 해치면 그만큼 자기도 힘들고 불안하고 괴롭습니다.

종교는 그런 면에서 보면 내가 속한 카테고리, 내가 믿는 사상을 깨고, 남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아끼고 포용하는 것이 바로 종교의 역할이죠. 그걸 불교에서는 자비이고, 기독교는 박애라고 하죠. 종교가 자비와 박애를 잃어버리면 종교라고 할 수 없습니다.

 

흔히 종교가 사람들에게 평화나 안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불가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자기한테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본성을 잘 살피고, 스스로 깨쳐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나의 독선과 아집을 깨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아껴주는 세상, 모든 생명체가 서로를 배려하는 그런 시대를 만들 수 있어요.

불가에 화쟁(和爭)이란 말이 있습니다. 화쟁이란 이런 거예요. 아함경, 반야경, 화엄경등 불교의 여러 경전들이 서로가 최고라고 하지만 , 그러지 말고 서로 격론을 벌여봐라, 서로가 소통하는 가운데, 각자의 경전이 가진 한계를 깨는 것,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단계로 나가는 것이 화쟁이라는 것입니다. 즉 사상의 틀을 깨라, 나만 옳다는 아집을 깨고 새로운 단계로 가라는 것입니다.

 

급격한 성장사회라서 그런지 우리 사회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회적 품격이 많이 약한 것 같습니다.

동양사상은 음양오행을 바탕에 둡니다. 음양오행은 주인이 없죠. 다섯가지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병이 나면 그걸 중화시키거나 고칠 수 있는 생명체가 탄생하고, 나는 그런 것들을 스스로 막아내고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잘 살피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갑니다. 결혼은 왜 합니까?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겁니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를 위해 사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잘 관찰해서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알았을 때 비로소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어요. 배려하는 것, 기독교의 박애, 불가의 자비 모두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만약 다른 생명체가 잘못되거나 싸우면 그게 바로 나한테로 돌아옵니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되는데 아직도 서로 왕래가 어렵습니다. 특히 강화는 한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개풍, 연백등 북한과 마주보고 있습니다. 강화군이 훗날 남북한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강화군의 정체성이 뭔지를 알아야 합니다. 강화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요충지였습니다. 한반도는 한강을 기준으로 남쪽 세력이 북쪽으로 가면 힘을 못쓰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강화는 한강유역 입구에 있는 섬이거든요. 여기를 장악하면 한강을 장악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요충지가 강화인데, 원래 이런 요충지는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기 쉽지 않아요. 너무 휘둘리니까. 정체성을 가질 시간이 없는 거예요.

좋은 점은 이쪽 저쪽 모두를 체험할 수 있기도 하죠. 강화에 감리교, 성공회 등 많은 종교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는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앞으로 이런 요충지의 장단점을 잘 살펴서 강화의 정체성을 밝히고, 그걸 가치관으로 정립시켜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강화사람들이 사실에 입각해서 바라보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수적인 사람들은 북한을 마냥 싫어하고, 진보적인 사람은 마냥 일본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좋지 않습니다. 선입견이 아니라 사실을 갖고 판단하고 비판해야 하는 겁니다. 앞으로 강화가 큰 역할을 하려면 이런 것을 고쳐야 해요. 실제 겪지도 않은 사람이 상대를 무조건 싫어하고 배척하는 것이 제일 고약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에서 편하게 공부하고 출세한 사람이 느닷없이 북한을 미워하고, 충동질하는 발언을 접할 때면 정나미가 떨어지더라구요.

그리고 교육입니다. 인재를 길러야 해요. 강화에서 남북한을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가 왜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까. 강화가 요충지이니 역설적으로 한반도를 경영하는 사람을 기른다는 생각을 해야죠. 교육으로 많은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강화는 지정학적으로 충분히 그럴만한 잠재력이 있는 곳입니다.

 

과연 그런 인재들을 강화에서 배출할 수 있을까요?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한문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문이 동북아시아의 공통언어이고, 우리의 뿌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한문은 천지자연,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지혜를 담고 있는 문자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이란 한자는 모든 씨앗이 껍질 안에 있는 상태를 말하고, ()는 음에서 양이 처음 생기는 것, 껍데기를 벗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갑자(甲子)월이라 하면 모든 생명체가 땅에서 나올 준비를 하는 달이구나라고 쉽게 알았는데, 지금은 1월이라고 하니 1월이 어떤 달인지 우리는 도무지 모르는 겁니다.

이처럼 한문은 큰 학문도 아니고 신비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저는 모든 사람이 모두 한문을 배워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아는 사람만 열심히 해도 괜찮습니다. 굳이 못하겠다는 사람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강화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를 위해 헌신하겠다면, 소리글자만으로 공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불교를 공부해서 나를 관찰해보니 필요한 것이 한문이고, 한문을 통해 편협한 사고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화군민에게 힘이 되도록 한 말씀 들려주십시오.

강화가 위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인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요충지는 실제 주민들은 이익보다 피해를 더 많이 입기도 합니다. 살아남으려고 한 한 행동이 죽음을 부르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니 피해의식이 많은데, 그것에 얽매여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남한과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까지도 포함해서 동북아시아의 중심이 강화라고 크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생명체 아닙니까? 모든 것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고, 태어나면 쇠하는 것이 필연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잘 살펴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일입니다. 어떤 분과 통화를 했는데, 통화를 마치면서 스님 편안하십시오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저는 이미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웃더라구요. 당연한 얘기를 하는 게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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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임 2020-05-22 14:43:09
말씀에 위로 받았습니다.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옷을 입고 사는데 때론 무엇을 입고 어디에 있나 할 때가 많습니다. 무엇을 입어도 옷일 뿐인데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 입은 옷이 편안해 집니다. 오늘도 내가 입은 옷보다 내 자신을 찾는 하루가 되렵니다. 편안하세요~

농부 2020-05-29 01:29:56
강화에 강화뉴스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한연희 2020-05-31 06:59:33
스님, 큰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