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를 바라보는 작은 성들
석모도를 바라보는 작은 성들
  • 김경아(인천역사서포터즈 제2기)
  • 승인 2019.12.1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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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인천역사통신 제23호(2019년 겨울)에 실렸던 것으로 인천문화재단과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강화는 예로부터 국가의 보장처이자 도성의 관문이었기에 적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시설을 설치하였습니다. 그 방어시설에는 강화외성, 해안포대 등이 있고, 그 외에 돈대들이 있습니다.

돈대는 1679(숙종 5)에 김석주의 건의로 강화유수 윤이제가 지휘하여 축조한 방어시설입니다.

강화 해안의 특징인 큰 조수간만의 차, 거센 물살, 갯벌 등의 자연지형에 돈대라는 인위적인 시설을 더한 것입니다. 방어를 위하여 해안 둘레를 모두 성곽으로 둘러싸는 대신 살짝 튀어나온 지형인 곶이나 구릉의 정상부, 혹은 산지 사면 등 주변을 잘 볼 수 있는 곳에 돈대를 세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해안의 일반적인 경비 외에도 위급할 때에는 인접한 돈대와 교차사격으로 섬을 지킬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강화도 둘레 전체에는 54개의 돈대가 있고, 특히 동쪽과 북쪽에 좀 더 조밀하게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염하와 조강 연안에 대비를 튼튼히 하여 육지로부터 강을 건너오는 외적을 방어하고, 김포방면에서의 적의 침입을 대비하는 등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54개의 돈대를 다 돌아보면 좋겠지만, 사라진 곳도 있고 북쪽은 접경지역으로 군 시설이 위치하고 있어 가볼 수가 없습니다. 남북분단의 현실이 씁쓸해지기도 하면서 아직도 북쪽의 돈대는 방어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역사적 의미를 둘 수도 있겠습니다.

그 외에는 접근이 가능하다 해도 그 많은 돈대를 다 돌아볼 수 없어서 걸으면서 볼 수 있는 돈대를 몇 군데 둘러보았습니다.

강화에는 강화나들길이라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20개의 코스 중 돈대를 여럿 볼 수 있는 코스는 2코스와 16코스가 대표적입니다.

2코스는 강화 동쪽 해안에 있는 갑곶돈대(원래 갑곶돈의 위치는 구 강화대교 부근이라고 합니다.)에서 초지진까지 돌아보는 '호국돈대길', 16코스는 강화 북서쪽 해안 창후리의 무태돈대부터 외포리의 망양돈대까지 볼 수 있는 '서해황금들녘길'입니다.

2코스는 너무나 유명한 광성보, 초지진, 덕진진에 더하여 볼 수 있는 돈대도 자그마치 10곳 이상이 되는, 조선의 관방유적들을 계속 보며 강화도의 동쪽 해안을 걷는 길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잘 알려진 곳들이므로 기회가 많을 거 같아, 16코스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좀 변형을 해서 원래 코스에는 없는 삼암돈대와 운 좋게 발견한 석각돈대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둘러본 돈대는 무태돈대-망월돈대-계룡돈대-석각돈대-삼암돈대-망양돈대입니다. <강도전도>라는 고지도에서 이번에 다녀온 돈대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강도전도

재밌는 게 각 돈대의 형태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보이시나요? 무태, 망월, 계룡, 망양돈대는 사각형, 삼암, 석각돈대는 원형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돈대들은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석모도 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북서쪽에 있는 돈대들은 특히 석모도의 북쪽 끝에 있는 상주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포좌에 들어가 바라본 풍경에는 대부분 상주산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망월돈대의 포좌에서 보이는 석모도 상주산의 모습
망월돈대의 포좌에서 보이는 석모도 상주산의 모습

아마도 상주산이 보이는 포좌를 설치한 돈대들은 마주 바라보이는 석모도와 교동도 사이를 거쳐 들어오는 적들을 방어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추정해봅니다.

돈대를 분류할 때 살펴보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돈대가 속한 진이나 보가 어디인지, 돈대의 원래 모양은 어떤지, 포좌가 몇 개인지, 현재 얼마만큼 복원이 되어있는지, 문화재 지정이 되어 있는지 등입니다.

6개의 돈대를 소개해야 하므로 글이 너무 길어지지 않기 위해 각각은 이 특징 위주로 간단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북쪽에서부터 볼까요? 창후리 버스종점 바로 위에 있는 무태돈대부터 시작합니다.

무태돈대
무태돈대
계룡돈대 - 영문 소속/부정형/표좌3/전면복원(2002)/지방기념물 22호/명문 발견
망월돈대- 영문 소속/사각형/포좌 3/전면복원(2002)/지방문화재자료 11호
석각돈대-정포보 소속/사각형/포좌 확인 어려움/문화재 비지정
석각돈대-정포보 소속/사각형/포좌 확인 어려움/문화재 비지정
삼암돈대-정포도 소속/원형/포좌4/전면복원(1995)/지방유형문화재 35호
삼암돈대-정포도 소속/원형/포좌4/전면복원(1995)/지방유형문화재 35호
망양돈대-정포보 소속/사각형/포좌4/전면복원(1996)/지방기념물 37호
망양돈대-정포보 소속/사각형/포좌4/전면복원(1996)/지방기념물 37호

돈대 안에는 특별한 공간인 이방(耳房)이 있습니다. 이방은 포탄을 수납하던 곳으로 포좌 내부 좌측 벽에 약간 들어간 곳이 바로 이방입니다. 제가 둘러본 돈대 중엔 삼암돈, 망양돈 2곳이 이런 공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망양돈대는 몇 번을 들렀던 곳이었지만 포좌에 들어가 볼 생각을 못 했고 당연히 이런 공간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 곳을 제 눈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방은 모든 돈대가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고, 없는 돈대도 있고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방 속에서 누가 불도 피우고 낙서도 했네요.

망양돈대 이방에 낙서된 모습

돈대들이 인적이 드문 곳에 외로이 서 있는 경향이 있어 제가 본 어떤 돈대의 중앙에는 막걸리 병과 그 잔재들이 쌓여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습니다. 남의 눈 피해서 호젓하게 여유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곳 같아 보이긴 하나, 여유를 즐겼다면 꼭 잘 치우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른쪽 포좌는 대리석으로 복원되어 있다

망양돈대의 포좌입니다. 바로 옆 포좌인데 한 곳은 블록같이 반듯한 대리석을 이용하여 입구를 만들어놨고, 한 곳은 예전 돌로 잘 쌓아놓았습니다. 저처럼 유적을 보는 수준이 아주 낮은 사람도 좀 당황하게 만들었달 까요. 원래의 모습이 어찌 생겼었는지 100% 복원은 불가능하더라도 이런 식의 복원도 올바르진 않다고 봅니다.

돈대들을 다니면서 출입구 앞 안내판의 설명을 보다 보니 일부는 통일되었지만, 일부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아직 발굴이 제대로 안 된 돈대들도 있지만 안내판의 설명 정도는 통일시켜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안내판의 형태도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내용이겠지요. 자세한 설명은 아니더라도 어느 군영 혹은 진, 보에 소속된 돈대였는지, 포좌가 몇 개 있었는지, 어떤 모양인지와 그 돈대만의 특별한 점 등 그 돈대를 정의 할 수 있게 간단한 내용으로 알 수 있도록 통일 된 내용이 적혀 있다면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정말 돈대가 궁금해서 온 관광객한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처음엔 중요한지 몰랐지만 이번에 길을 걷는 목적이 돈대를 보기 위함이었기에 도착할 때 마다 안내를 자세히 읽었고 읽는 중에, 어떤 곳엔 있는 설명이 어떤 곳엔 없어 궁금했기에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리고, 몇 군데 둘러보다보니 초창기에 복원된 돈대들의 모습은 이제 발굴을 시작한 곳이나 요즘 복원을 한 돈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과하게 복원이 되어 보이는 모습들과 어색한 모습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흔적을 만들기 위한 어색하고 성의 없는 정 자국, 진짜 이렇게 생겼었을까 싶은 여장의 모습들, 시멘트의 흔적들…….최소한, 과대포장은 하지 않는 게 어떨까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보니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아 포기하고 가려다 도로에서 우연히 표지판을 발견하고 들렀던 국수산 기슭에 있는 석각돈대에 올랐을 때 가장 마음이 편했습니다.

석각돈대
석각돈대

산길을 좀 올라야 해서 진입도 힘들고 주변도 어수선했지만 그 자리에 서서 보이는 석모도와 석모대교의 모습은 석각돈대가 몇 백 년의 시간이 지나간 흔적을 품고 현재와 맞닿은 느낌이 들었다면 과장일까요. 석각돈대에 서면 석모대교와 석모도도 멋지게 잘 보입니다.

이제 시간이 나는 대로 망양돈대 남쪽에 있다는 건평돈대, 송강돈대, 굴암돈대를 둘러보고 싶어졌습니다. 특히 건평돈대는 가장 최근에 복원공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기에 요즈음 돈대의 복원은 어찌하는지 궁금해져서 꼭 가보려고 합니다.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됩니다. 강화도가 새삼 다른 모습으로 저에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트레킹을 위해 강화도에 가기 시작했을 때에는 돈대라는 시설물이 무엇인지 잘 몰랐었습니다.

그냥 작은 성 모양으로 돌이 쌓여있고 조용하고 아늑하고, 밖을 바라보는 풍경은 바다 쪽이어도, 육지 쪽이어도 너무나 훌륭하니 트레킹 도중에 많이 걸어 뻣뻣한 다리를 쉬기도 하고, 도시락을 먹기도 하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그게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고, 깨끗하게, 훼손 없이 사용만 한다면 그런 활용도 문화재를 이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휴식을 주는 문화재……. 멋지지 않나요?

강화도에 가게 된다면 한 군데라도 꼭 돈대에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강화 어느 해안가에 계시다면 적어도 2킬로미터 이내에는 돈대라는 작은 성이 멋진 풍경을 조망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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