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무릇
  • 신종철
  • 승인 2012.09.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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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들꽃 산책(9)

8월 말에서 9월 초에 이르는 동안 무릇 꽃이 한창이다. 높은 산이나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의 낮은 산이나 들, 둑의 풀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산소 근처의 풀밭에서 무리지어 꽃이 피는 것은 햇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무릇은 우리나라가 원산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들꽃이라서인지 지방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물고리, 물구, 물굿, 물구지 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2~3cm 크기의 둥근 알처럼 생긴 땅속 비늘줄기에서 봄, 가을에 두 장씩의 잎이 나오는데 봄에 나온 잎은 여름에 말라버린다. 8월 말쯤에 비늘줄기에서 긴 꽃줄기가 올라와 많은 꽃들이 붙어 아래에서부터 피어 올라가기 때문에(총상꽃차례)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제법 길다. 
 
봄엔 다른 풀들과 섞여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무릇 꽃철이 되면 무리지어 분홍색을 띤 엷은 보라색의 꽃을 피우기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올 뿐 아니라 녹색의 풀밭을 배경으로 한 꽃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아름다움에 반한 필자는 강화에 집을 마련하면서 부모님 산소에 지천인 무릇을 한 무더기 캐어다 뜰에 심었는데 해마다 예쁜 꽃을 피워 기쁨을 준다. 필자가 보기엔 이처럼 아름다운 꽃이 너무 흔해서 무시당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독자들도 봄에 몇 뿌리 캐어다가 화분에라도 심어 가꾸면 해마다 꽃을 보며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가 무릇 꽃에 듬뿍 정이 가는 것은 아름다운 꽃 때문만이 아니다. 어렸을 적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무릇 음식이 추억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련한 기억으로는 봄에 싹틀 때 캐어온 무릇 알뿌리와 쑥, 송기, 엿기름을 넣고 고아 질척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달콤하면서도 아린 맛이 났다. 아직 장가들지 않은 삼촌들은 소나무를 베어다가 낫으로 겉껍질을 벗겨낸 뒤 속껍질을 벗겨내는 모습도 기억에 떠오른다. 소나무의 속껍질이 바로 송기다. 
 
일제 강점기 말에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무릇은 구황식물 중 하나였던 것이다. 무릇을 고아 만들었다 하여 음식 이름이 무릇곰이다. 얼마 전 자주 들르는 냉면집을 찾았는데 직접 만든 무릇곰이라며 먹어보란다. 추억이 깃든 음식이기에 이렇게 맛있을 수가? 아내도 너무 좋아한다. 인심 좋게도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한가득 담아주기까지 하였다. 아내는 그것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아, 무릇곰의 추억이여~! 그 냉면집으로 가는 길 가의 산소엔 무릇이 무리지어 꽃을 피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듯싶은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알뿌리는 진통효과가 있으며 혈액의 순환을 왕성하게 하고 부어오른 것을 가시게 하는 효능이 있어 허리와 팔다리가 쑤시고 아픈데, 타박상 등의 치료와 종기를 치료하는데 민간요법으로 많이 이용되어 왔던 우리의 삶과 친한 들꽃이다. 꽃말이 ‘강한 자제력’이라니 아마도 알뿌리의 진통효과 때문인가 싶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국화리 시리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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