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환의 江華漫筆3 - 시인이 되지 못한 이의 변명
홍성환의 江華漫筆3 - 시인이 되지 못한 이의 변명
  • 홍성환
  • 승인 2019.07.17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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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막상스 페르민이 쓴 하이쿠같은 소설'눈'을 읽고서

 

 

 

 

시인은 천국과 지옥을 잇는 가느다란 선 위를 걷는 곡예사다.

 

그는 탁한 어항 속에서 숨쉬기도 힘들어 헐떡이는 물고기도 보고

푸른 바다 위를 날아올라 햇빛에 찬란한 비늘을 반짝이며 춤추는 물고기를 보기도 한다.

그는 바위 위에 떨어진 씨앗이 어떻게 힘들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지도 알며

비옥한 땅에서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는 꽃들과 나무들의 천국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는 흰눈처럼 순결하기도 하고 악마처럼 불순하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 지옥과 천국이 함께 있는 것을 안다.

 

그는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사랑의 기쁨도 알고 이별의 슬픔도 안다.

그는 직선이기도 하고 무수히 얽힌 곡선이기도 하다.

 

그는 자기가 쓰는 시를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그는 언어의 마술사인 것이 싫어 차라리 벙어리나 맹인이 되고 싶기도 한다.

그는 자기가 쓰는 언어가 자기 자신이 아님을 알기에 시를 다 쏟아버리고 침묵하기를 갈망한다.

 

그는 아름다움이 공허한 것도 알며 추한 것 속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는 균형잡힌 조화의 아름다움이 답답하다는 것도 알고 삐딱한 것의 묘한 매력을 알기도 한다.

 

그는 언제나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이 쌍둥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는 행복을 노래할 때는 천국에 가본 듯하고

불행을 노래할 때는 지옥의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한다.

 

그는 천길 낭떠러지가 내려다 보이는 높은 선 위에 서서 오락가락 한다.

이 길로 가면 돌아서서 걷지 못한 그 길이 금방 그립다.

 

그는 진정 시인이 되고 싶었으나 자기 속에 갇힌 시의 신()이 자기 몸에 갇혀 신음하는 소리를 들을 뿐이다.

 

모든 문을 여는 사랑이 오셔 그의 마음과 육체의 문을 여는 날

그는 그의 몸으로 단 한 줄의 사랑의 시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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