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옆을 볼 자유를 허하라!
청소년들에게 옆을 볼 자유를 허하라!
  • 글: 김세라, 사진: 나윤아
  • 승인 2019.07.1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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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학교 정승관 교장

올해 초, 큰 화제를 모은 ‘SKY 캐슬이란 드라마가 있습니다. 입시 사교육의 현실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 이 작품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치와 고유성 존중 대신, 서열화하고 차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지요. ‘더 이상 지옥에서 살기 싫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결정한 청소년들이 늘고 있는 시대에, 각자에 맞는 삶의 속도를 찾을 수 있도록 한눈 팔 자유가 보장되는 학교가 있습니다. 불은면에 위치한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 인생학교입니다.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학교 정승관 교장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학교 정승관 교장

강화뉴스(이하 강화) 에프터스콜레는 무엇인가요?

정승관 교장(이하 정교장) 에프터스콜레는 복지선진국인 덴마크 행복교육의 상징인데요, 9(, )의 의무교육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전, 1년 정도 학업 부담 없이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찾을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설립된 기숙형 자유학교입니다. 덴마크엔 현재 253개의 에프터스콜레가 있는데, 9학년을 마친 학생 20% 가량이 입학한다고 합니다.

강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안학교 풀무농업기술학교(이하 풀무학교)’ 교장을 퇴임하신 후, ‘꿈틀리 인생학교의 교장이 되셨어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정교장 2013년에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덴마크에서 찾은 행복사회의 비밀이란 기사를 연재 하였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한국형 에프터스콜레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에 우리도 인생학교 만들자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는데, 그때 저에게 풀무학교 사례를 얘기 해달라고 요청 하더라고요. 사실 100년 전에도 덴마크 교육이 동아시아에서 화두가 된 적이 있습니다. 풀무학교 전신이 오산학교인데, 1907년에 세워진 오산학교에서 덴마크 교육을 이야기 하거든요. 60년 전에 개교한 풀무학교도 마찬가지고요. 이 인연을 계기로 오연호 대표와 함께 꿈틀리 인생학교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2017년 개교 당시에는 학교가 자리 잡을 때까지 1년 정도만 있으려고 했는데, 아예 눌러 앉게 되었습니다.(웃음)

강화 풀무학교꿈틀리 인생학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정교장 풀무에서 40년간 있었던 것 보다, 꿈틀리에서 4년 동안, 아이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풀무학교는 공교육 안에 있으니까요. 풀무에 있을 때 직관적으로 이렇지 않을까 싶었던 것을, 이곳에서는 마음껏 실험하고 있어요. 물론, 공교육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서, 이미 그런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나 선생님들이 계시죠. 에프터스콜레를 본 따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꿈틀리는 가장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기 때문에요, 제가 풀무에 있으면서 구상해왔던 것을 다 해볼 수 있어요. ‘그 말은 옳지만, 너무 이상적이야.’라는 반론을 받았던 것들을 막상 해보니까, 철없는 이상주의자의 몽상이 아니더라고요. 왜냐면 이곳은 아이들과 교사의 생활 공동체이기 때문이죠. 어른들의 편협하고 노회한 머리로 지시를 내리는 방식은 이미 낡았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되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상보다 훨씬 넓고, 크고, 깊어요. 이곳에서 4년간, 아이들은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 한다는 익히 알고 있던 진리를 확인 했습니다. 어른들만 정신 차리면 아이들을 충분히 잘 자랍니다.(웃음)

강화 그래도 여전히 우려가 됩니다. 지나친 자유는 방종으로 흐르지 않을까요?

정교장 아이들은 그냥 자란 게 아닙니다. 저 나이 될 때까지 알게 모르게 축적된 지식과 상식이 상당해요. 우리 학생들이 30명인데요, 자기들이 알아서 서로 방해되지 않도록 규칙도 만들고, 그걸 지켜요.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고 어려 방면으로 궁리도 하고요. 과제가 주어지면 관련 지식을 검색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 어른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유연합니다. 우리 학생 중 한명이 어릴 적부터 대장간이 하고 싶었대요. 그래서 그 친구가 학교 마당에 화로를 만들었거든요. 인터넷에서 헤어드라이기로 풀무 만드는 법도 찾아내더라고요. 병뚜껑, 폐 알루미늄 녹여서 금괴(?) 3덩어리 생산하여 페북에 올렸어요. 또 다른 학생은 닭을 키우고 싶다 길래 마음대로 하라고 했죠. 닭장 짓고, 사육해서 먹는 것까지 전 코스를 혼자 다 했어요. , 딱 하나는 못하더라고요. 닭털 뽑기(웃음).

강화 아이들에게 맡겨둬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씀을 들으니, 저 역시 머리가 굳은 어른이었다는 반성이 듭니다.
정교장 그렇게 까지 비장하게 반성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웃음) 한국 사람들이 대게 해석이 진하죠. 긴장을 조금 풀어도 괜찮은데 말이에요덴마크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해요. 자기를 완성시키는 것은 타인을 통해서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고, 그 해석을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온전하게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거죠. 덴마크의 한 고등학교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어요. 한 아이가 계속 딴 소리를 해요. 교실마다 그런 애들 꼭 한 두 명씩 있잖아요. 그럴 경우 우리는 이렇게 하죠. 교사의 권위로 제압하여 말문을 막거나, 타일러서 입을 열지 않도록 하거나. 그 수업 보니, 선생님을 비롯하여 모든 학생들이 그 아이 쪽으로 돌아 앉아 토론을 하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혼내든, 달래든, 같이 얘기하든, 시간 차이는 크지 않을 겁니다. 성의를 다해 그 아이와 대화를 하는 게 오히려 가장 효율적이라는 거죠. 학급에서 누군가 한명이 소외되었다면, 우리는 그 아이를 불쌍하게 여깁니다. 이미 그 아이는 불행하다는 전제가 있어요. 덴마크 사회는 기본적으로, 이 공간에 소외된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요. 이게 어떤 효과가 있냐면, 우리는 새로운 곳에 가면 낯가림을 하잖아요. 이 집단에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죠. 덴마크 사람들은 그런 불안 자체가 없더라고요. 이것이 교육으로부터 나와요. 나의 정체성 그대로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그 하나가 큰 차이가 됩니다.

강화 꿈틀리의 민주적 운영방식이 부러워요. 그런 학교를 다녀보지 못한 세대여서요.
정교장 꿈틀리도 마냥 천국은 아닙니다.(웃음) 수시로 어려움에 부딪히죠. 학생들끼리는 물론, 교사와 학생 간에도 갈등은 있습니다. 개교 첫해 선생님들이 하루도 편할 날 없었어요.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 할 수 없어서. 4년 쯤 되니까, 선생님들이 마음 다스리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웃음) 담임 한명에 학생들 10명이 같이 생활 하는데요, 그래도 교사니까 때로는 칭찬도 하고 꾸중도 하죠. 자연인과 자연인 사이라면 당연한 거죠. 다만, 이곳은 일 년 동안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저 선생님은 나에게 왜 그러지? 쟤는 교사인 나에게 이렇게 하지? 이런 의아함이 반복 되면서 맥락이 생기더라고요. , 저건 저 선생님이 나에게 접근하는 방식이구나, 쟤는 저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는구나, 이렇게 이해하면서 관계 맺는 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강화 요즘 사람들은 인관관계를 옵션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공동체 의식21세기 버전이랄까요? 꿈틀리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관계 맺기가 흥미롭습니다.
정교장 교사는 학생에게 져줘야 해요. 애들은 절대 안지거든요. 잃을게 없으니까. 선생님이 학생에게 한번 져주면, 그 아이는 그 선생님을 평생 멘토 삼아요. 1회 졸업생 중 이런 말을 한 아이가 있어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사랑을 받아봤다. 저 선생님과 일 년 살아보니, 혼도 많이 났지만, 돌이켜 보면 그건 사랑이었다고 결론을 낸 거죠.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은 사랑을 느끼게 되지요. 사람이니까요.

강화 꿈틀리에게 만들어 가고 있는 공동체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정교장 우리학교 교육목표가 자신을 세우고 함께 살아가는 세계시민이 되자입니다. 풀무학교의 위대한 평민이 되자.’와 같은 뜻이죠. 평민대통령이었던 링컨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신은 평민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세상에 평민이 많을 리 없다. 2016년에 편찬된 직업사전에 만 천 개가 넘는 직업이 구분되어 있는데요, 학부모와 학생들이 생각하는 직업은 10여개 정도죠. 그 밖의 직업은 생각조차 못하잖아요. 오연호대표가 덴마크 취재 갔을 때, 오기가 나서 택시기사에게 물어봤대요. 진짜 행복하냐고. 그만큼 덴마크는 평민들이 불만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라는 거 에요. 어떤 직업을 갖든, 그 일을 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는 거죠. 요즘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다 무너져요. 기존의 중2병과는 다른 개념이에요. 그동안 학교 잘 다녀왔던 애가, 성적도 제법 괜찮은데,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선언 하는 거 에요. 엄마들은 환장 하죠. 애도 엄마도 학교도 원인을 모르니까.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어지간히 닦달하잖아요. 초등학교 3학년만 돼도 알아요. 우리 애는 스카이 대학 못 간다는 걸. 그래도 계속 시켜요. 원래 점수보다 딱 10점 높은 대학 보내려고. 그것만 이루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미신으로 직진 하는 거 에요. 이젠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지 않거든요. 예전에는 하면 된다는 믿음이 동기부여가 됐지만, 애들이 알아버렸죠. 대학을 나와도 취직을 못한 다는 것을. 그러니 8시간씩 책상 앞에서 버틸 힘이 사라진 거 에요.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마을에서 어울려 살다 보면 모든 게 다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다.

강화 오늘 좋은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강화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교장 꿈틀리는 우리사회의 교육제도를 급진적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려는 곳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호흡으로 길을 갈 뿐이에요. 고무적인 것은 이곳을 찾는 교장선생님이나 교사들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에 서울시교육청의 오디세이학교를 비롯하여, 충북교육청, 창원자유학교 등 공교육에서도 에프터스콜레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굳이 우리가 덴마크 에프터스콜레를 따라갈 이유는 없어요. 우리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나, 그게 본질이죠. 우리 사회는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그런 사회가 오면 이런 학교가 더 이상 필요 없겠죠. 그런 내일이 올 수 있도록, 꿈틀리는 아들이 편하게 머물다 가는 휴식처가 되겠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꿈틀리인생학교에서 마음껏 옆을 볼 자유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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