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청소년과 더불어 ②
강화 청소년과 더불어 ②
  • 이수석(강서중학교 교사)
  • 승인 2019.07.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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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깨우쳐주는 제자들에게

동산고등학교 교사 현용안 그림
동산고등학교 교사 현용안 그림

 

성적처리도 안 되는 철학/논리학 과목을 수업하면서 나는 참으로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회사를 그만두고 1990313일 동산고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선친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네가 회사를 관두고 교사로 생활한다는 것은, 내가 봐도 훨씬 네 적성에 맞는 일이다. 하지만 교사는 엄중한 책무가 따르는 직업이다. ……학생들은 앞으로 살아가야 날들이 많고, 그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씨앗이다. 그런 그들에게 교사로서, 인생 선배로서 넌 무엇을 해 줄 것이냐? 그들에게 꿈과 비전을 주어야 한다. 삶의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단순히 밥벌이를 위해서 앵무새처럼 공허한 이야기만 하는 교사라면 내가 너를 교단에서 끌어 내릴 것이다. 그것이 너나 학생들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사 생활을 시작할 무렵 1991년도의 제자들이 물었다.“선생님은 왜 선생님이 되셨나요?”그 질문의 답은 어쩌면 선친의 말씀에 들어있지 않을까.

그리고 일상의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많은 것이 변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녀와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인연으로, 동산고등학교에서 석남중학교로, 지금은 강서중학교의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29년의 세월 속에서 내게 질문했던 그 학생들도 나와 같이 그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여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젠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되었다. 그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다.

 

여러분의 선배에게도 부탁했듯이 자네들에게도 부탁한다. 자네들이 나의 선친이 되어다오. 그리하여 혹시라도 내가 가르치는데, 느끼고 소통하는데, 자네들에게 부지런하지 않고 겸손하지 않다면 나를 깨우치고 가르쳐 다오. 사람은 죽어서도 배워야 한다는 게 나의 작은 철학이니까. ”

 

장강의 물이 흐르기를 멈춘다면 물은 썩는다. 앞 물결이 뒷 물결에 밀려나기를 거부한다면, 그 물은 고인다. 고인 물은 썩는다. 썩은 물속에서는 생명이 살 수 없다. 주역에는 큰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말이 있다. 큰 과실을 다 먹지 아니하고 남긴다는 뜻으로, 자기만의 욕심을 버리고 후손을 위해서 씨앗으로 쓸 제일 실하고 맛있는 과실은 남겨 놓는다. 생명을 기르는 농부들은 다음해의 씨앗으로 쓰기위해 가장 좋은 열매를 먹지 않는다. 가장 좋은 열매를 씨앗으로 하였기에, 다음 해 추수할 때는 올해 보다 더 좋은 열매를 걷을 수 있다.

 

논어(論語)』 「자한편에는 젊은 후배들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이 나온다. 제자들은 그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씨앗이다.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위대한 학자, 교수가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을 보고, 장차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포부가 큰 사람은 세계 경제의 빈익빈 부익부를 보고, 온 세계인이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질병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위대한 경제인이 나올 수도 있다.

사람들은 모두 그 무엇인가가 되려고 노력하며,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본보기로 삼아, 그를 본받고 뛰어 넘으려고 한다. 그들의 장래가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없기에, 가르치는 나는 오히려 그들에게서 겸손을 배운다. 오늘의 아버지나 선배보다도 훨씬 크고도 뛰어난 사람이 될 것이라 믿기에. 그건 자연의 이치이며 삶의 지혜이기도하다.

 

자네들이 나의 선친이 되어 다오. 그리하여 언제나 배우고 익히는 데 게으름피지 않는 선배,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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