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대담 네번째: 백범 김구선생을 지원한 주윤창 선생의 증손 주영원님
릴레이대담 네번째: 백범 김구선생을 지원한 주윤창 선생의 증손 주영원님
  • 김세라
  • 승인 2019.05.30 11: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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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대담 네번째: 강화3.1운동 100, 통일로 새 100
백범 김구선생을 지원한 주윤창 선생의 증손 주영원님

 

 

조롱을 박차고 나가야 진실로 좋은 새이며
그물을 떨치고 나가야 예사스런 물고기가 아니리
충은 반드시 효에서 비롯되니
그대여 자식 기다리는 어머니를 생각 하소서

- 김주경이 감방의 김구 선생에게 보낸 시, 백범일지 중에서 -

 

훗날 백범 김구가 된 청년 김창수는 치하포에서 명성황후를 시해한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인 쓰시다를 습격하고 인천 감리서에 수감된다. 재판 중 심문을 받으면서도 나라에 대한 의리를 저버린 조선인 관리를 꾸짖었던 약관의 김창수. 이 의로운 청년에 대한 소식을 들은 강화사람 김주경은 일면식도 없는 김창수를 위해 후원자를 자처하고 전 재산을 바쳐 구명운동에 앞장선다.



백방으로 노력한 구명운동이 실패하자 김주경은 위의 시를 전하며 우선 탈출할 것을 권유한다.  탈옥에 성공한 김구 선생은 신분을 숨기고 은인을 만나기 위해 19002월 강화를 찾는다. 강화 남문안에 도착한 김구는 김주경이 이미 강화를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망해 가는 그의 집안 풍광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면서 김주경의 아들 윤태와 김주경의 둘째 동생 무경의 두 아이의 공부를 지도하기로 결심한다. 그로부터 3개월, 김구 선생은 인근 30여명의 아이들을 수업료도 받지 않고 성심성의껏 가르친다.

 

김주경 이외에도 백범을 도운 강화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강화의 3대 부자 집안으로 알려진 신안 주씨 가문의 주윤창 선생이다. <백범일지>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민족운동가 유완무의 제자 주윤호의 형인 주윤창 선생에 대하여 증손 주영원님께 물었다.

주윤창 선생댁 앞에서 주영원님
주윤창 선생댁 앞에서 주영원님

   “증조할아버지가 정말 인자하시고 많이 배우셔서 감찰 벼슬까지 했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주감찰이라고 불렀어요. 백범일지에 유완무의 제자인 강화장곶 주윤호 진사를 찾아갔다고 되어 있지만 사실 그 주진사는 증조할아버지 동생입니다. 백범일지에 써있기를 주진사 집에 머물렀던 때는 11월인데도 아직 감나무에 감이 달려 있었다는 것과 백동전 4,000냥을 유씨에게 보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 주진사 집이 바로 증조부 댁이에요. 옛날부터 왕재고개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어디 가쇼 하고 물으면 다들 장화리 주감찰댁으로 양식얻으러간다고들 했답디다.

 
강화에 왔던 김구 선생이 김주경네를 왔다갔다 할 형편이 아니니까. 증조부 댁에 계셨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뭔고하니 우리집 구조가 방이 8개인데 안채랑 사랑채가 각각 있고, 대문이 큰대문, 샛대문, 사랑대문에 동쪽 대문이 하나 더 있었어요. 동쪽 문은 안채와 사랑채가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서쪽 문, 동쪽 문에 사람을 하나씩 세워두면 일본놈들이 들이닥쳐도 뒤쪽의 산으로 도피할 시간을 벌 수 있었어요. 큰 사랑채에는 방이 2개 있었는데 가운데는 미닫이로 안팎이 나뉘었죠. 우리 증조부님이 훨씬 연장자이지만, 김구 선생이 손님이니까 아랫목에 모시고, 증조부가 바깥에서 지내셨다고 합니다."

 

주영원 선생은 유완무의 제자였던 주윤호 진사의 소개로 청년 김창수가 주감찰댁에 머물렀고, 백동전 4,000냥을 마련하여 유완무에게 보낸 것인데, <백범일지>에는 주윤호 진사로 기록되어 있어서 증조부인 주윤창 선생의 독립운동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뒤늦게 국가보훈처에 탄원서를 낸 주영원 선생은 살아 생전에 증조부께서 독립운동 서훈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었다.

 

증조부는 강화지역의 민족교육운동에도 참여하셨습니다. 강화의 민족 지사들과 함께 이산학원, 보창학교 등을 설립하여 민족교육을 펼치셨습니다. 또 임시정부에서 누군가 왔다고하면  땅을 팔아서 독립자금을 대줬답니다. 할머니께서 저에게 얘기해 주셨는데요, 할머니는 죽산 조봉암 선생의 6촌이었어요. 증조부는 아들인 주시용 할아버지보다는 며느리인 조은하 할머니를 비서처럼 믿고 일을 맡겼는데요, 그렇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할아버지 주시용 선생은 해공 신익희 선생과 동창이셨어요. 할아버지는 해공 선생과 함께 상해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에 투신하기로 결심하고 아버지인 주윤창 선생에게 망명자금을 요청합니다. 이에 주윤창 선생이 나 하나면 족하다며 호통을 치며 목침을 던지셨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증조부는 아들의 사회활동을 금하고, 며느리와 함께 다니셨다고 해요. 김구 선생에게 4,000냥을 건넨 것이 발각 되어 큰일을 겪으셨기 때문에, 아들까지 잃게 될 까봐 우려하셨던 거죠.”

 

증조부에 대한 각별한 추억을 떠올리던 주영원 선생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12살의 어린 나이지만, 조국이 해방되던 순간의 감격은 지금도 또렷하다.

 

“  아버지께서 조선약학과를 나와 남원도립병원에서 근무를 하다가 전주도립병원으로 전근을 가셨어요. 당시 나는 전주 풍납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군산비행장에 미군들이 폭격하고 난리가 났었죠. 그때 증조부가 병원에 계셨어요. 형이랑 동생들은 밖에 나가 놀았지만, 셋째인 저는 증조할아버지랑 있는 게 좋았어요. 제가 증조할아버지 다리 주물러 드리면, 그래, 네 손이 약손이다, 그러셨어요. 그러다가 해방 소식을 듣고 우셨는데, 그 모습이 눈에 선해요. 조국이 독립을 했으니까 기뻐서 눈물을 흘리셨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얼마나 일본놈들 때문에 고난을 겪으셨을까, 얼마나 마음의 고통이 심하셨으면 저리 우실까 싶어서 마음이 안좋았어요.”

 

주윤창 선생은 1945910일 세상을 떠나셨다. 평생 염원이던 조국의 해방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가셨으니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친일파의 후손들은 부귀영화를 대물림하는데 비해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신산한 삶은 굴곡깊은 현대사의 그늘이다. 주윤창 선생의 후손인 주영원 선생 형제들 역시 곡절많은 인생을 살았다.

 

한국전쟁 때 둘째 형이 학교 선생님이었어요. 난리 통에 둘째 형은 이북으로 가게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요시찰 가족이 되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었죠. 큰형님은 고문 후유증으로 돌아가셨고, 70년대 초까지 이장을 했던 저 역시 강화도에 더 이상 살 수 없어서 서울 대성연탄에 취직하여 트럭을 몰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회사 과장이 보안대가 왔다고 하더라구요.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담담하게 까만 차에 올랐습니다.
 

뒷좌석에 앉으니까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더라고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끌려가는데, 와글와글 소리가 나더니 한참 가다 조용해져요. 지하실에서 취조하면서 이북으로 간 형을 만난 적 있느냐 묻더라고요. 당시에 남산 끌려가서 큰일 치룬 사람들 소문은 이미 알고 있었죠. 이런 날이 올 줄 알았기 때문에 무섭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여하튼 저는 운이 좋아서 무사히 돌아왔고, 그 이후에도 한 번 더 끌려 갔지만 별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겨우 요시찰에서 풀려났지요.


그 후에 서울 적십자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이산가족 신청하라고. 제가 화가 나서 그랬어요. 야 이 놈들아, 또 이런 식으로 올가미 씌워서 잡아가려 하냐! 소리를 지르니까, 아니라고, 진짜 형님 만나게 해드리겠다는거예요. 결국 2003년에 이산가족 상봉으로 둘째 형을 만났습니다.”

2003년 이산가족 상봉 당시 모습(주영원님과 둘째형)
2003년 이산가족 상봉 당시 모습(주영원님과 둘째형)

 

식민 지배와 동족 상잔의 비극이라는 부침 많은 역사의 질곡 속에서 친일파 단죄와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재조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윤창 선생을 비롯하여 일제의 국권 침탈에 항거해 민족 자존의 기치를 세운 강화의 독립지사를 발굴하여 명예를 회복 하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임을 주영원 선생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 김세라

사진: 나윤아, 주영원 선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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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록 2019-05-30 18:36:39
분단에 가려진 귀한 역사 잘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