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환의 江華漫筆2] - 잡초를 뽑으며
[홍성환의 江華漫筆2] - 잡초를 뽑으며
  • 홍성환
  • 승인 2019.04.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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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있는 심도학사 주변은 온통 자연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바로 눈 앞에 산들이 겹겹이 보이고 푸르른 신록이 장관이다.

바람에 여린 나무들이 흔들리는 모습은 생명의 환희 그 자체다. 봄꽃 향기가 코를 벌름거리게 하고 산비둘기, 검은등뻐꾸기, 특히 꾀꼬리 소리는 천국의 음악회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살아서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복을 누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 기도를 드릴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나의 기도는 감탄과 찬양뿐이다.

심도학사에는 의도적으로 심은 나무와 꽃이 가득하여 나는 새로운 연인을 소개받듯 일일이 그 앞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정을 표시한다. 색깔이나 향기, 모습이 독특하고 아름다워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가 없다.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살펴 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내가 너무 다 좋다고 하니 내 말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나의 고백은 아첨도 거짓도 아니고 진실이다.

나의 이런 태도는 내 평생 공부의 작은 결실이다. 강화에 이사와 내가 알지 못했던 작은 들꽃들을 무릎 꿇고 바라보면서 아름다움이 나의 눈 속에 있음을 발견했다. 이 말은 사물 자체의 아름다움 보다는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나의 인생관이 위기에 처했다. 심도학사에 잔디를 심었는데 민들레, , 개망초 등의 잡초가 우거져 잔디밭을 망친다고 길선생님이 아침마다 함께 잡초를 뽑자고 해 한 시간 남짓 잡초를 뽑았다.

잔디를 주로 생각하면 잔디밭에 나는 모든 것은 잡초다. 그러나 잡초라고 뽑아야할 민들레를 자세히 보면 그 노란 것이 그렇게 이쁠 수 없다. 민들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양지꽃이나 작은 꽃들이 다 이쁘지만 잔디밭을 가꾸는 이의 눈으로 보면 다 뽑아야할 잡초에 불과하다.

나는 아름답다고 일부러 심어 가꾸는 연산홍, 튜울립과 잡초라 여기는 들꽃들 간에 아무런 아름다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그런 꽃들만을 중시하여 들꽃들을 뽑아버리는 것은 신이 창조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독하는 것이 아닐까.

잔디를 생각해 다른 것들을 다 뽑아야 한다면 잔디야 말로 제일 나쁜 풀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걸음 더나아가 나는 자연 자체에 이미 아름다움이 가득한데 왜 그것을 자기 정원에만 특별히 옮겨놓고 즐기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꽃을 너무 좋아해 그 꽃을 가꾸느라 몸이 아파 약을 먹어가며 일을 한다고 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의 가치관은 참으로 다양하다. 농약을 주어 잡초를 제거하면서까지 잘 가꾼 잔디밭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정성을 기울일수록 아름다움의 가치도 크다며 직접 재배하고 소유하는 것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본래 내 것이라는 의식이 희미해선지 무엇이든 즐길 줄 아는 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천지의 봄을 즐기고 있다.

특정한 꽃을 가치있게 여기고 나머지는 잡초라고 여기듯이 인생에서도 자기에게 중요한 것 외에 나머지는 다 잡초처럼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가치있게 여기던 것에는 점점 관심이 없어지고, 지는 노을이나 잡초라는 들꽃이 더 사랑스럽다. 또 잘난 사람보다는 평범한 이가 좋고, 나도 잡초처럼 잡놈으로 사는 것이 좋다. 아무런 값없이 주어지는 것들이 좋고 그것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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