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바다에서 마음껏 조업할 그날을 꿈꾼다
평화의 바다에서 마음껏 조업할 그날을 꿈꾼다
  • 김세라 기자
  • 승인 2019.04.16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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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북부수협 민명섭 비상임이사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었던 분쟁의 바다 서해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이후 남북 한강하구 공동이용 수역조사가 이뤄지고, 지난 41일부터는 새롭게 확대된 서해5도 어장에서의 조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서해5도는 북방한계선(NLL)을 바로 앞에 둔 접경지역이어서 어업활동에 지장이 많았는데요, 이번 조치로 어민들이 활동할 수 있는 어장이 확장 되었습니다. 경인북부수협 민명섭 비상임이사에게 서해5도 어장확대에 대한 강화어민들의 기대를 물어보았습니다.

민명섭 경인북부수협 비상임이사
민명섭 경인북부수협 비상임이사(사진: 나윤아 기자)

 

강화뉴스(이하 강화) 배는 언제부터 타셨나요?

민명섭 비상임이사(이하 민이사) 조상 대대로 동막리에서 터를 잡고 살아왔는데요, 배는 2대 째 부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따라 배에 오른 지 벌써 30년이 되었네요.

강화 대를 이어 어업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자녀분들도 이 일을 하고 계시나요?

민이사 제 아들들도 저를 도와 배를 탄 적이 있지만, 무척 힘든 일이라 자식에게는 절대 물려주지 않을 겁니다. 일도 고단하지만 갈수록 살림도 점점 어려워 지는 형편이죠. 예전에 아버지랑 같이 다닐 때는 농어를 잡았어요. 요즘에는 가을 젓새우가 주 소득원이죠. 10년 전 까지만 해도 강화 어민들은 살만 했어요. 그때는 조개를 열흘만 캐도 주머니가 두둑했죠. 꽃게는 워낙 흔해서 먹지도 않았어요. 갯골에서 손으로 건졌으니까요. 작은 2~3톤 배 하나만 소유해도 자식 대학 보내고 돈도 모았지만, 지금은 힘들죠. 저 건너편이 연안부두잖아요. 40년 전에는 연안부두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동검리를 거쳐 사기리까지 들어갔어요. 이 분오항이 원래 여객선 항구였어요. 그런데 제방 막고, 신도시랑 인천공항 건설되면서 바다 조류가 바뀌었습니다. 쌓이고 파여서 이쪽 바다에서는 조업이 불가능합니다.

강화 무리한 도시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어족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민이사 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부들이 가장 바다를 사랑해야 하는데, 내일이 없는 것처럼 싹쓸이 하는 부류가 있어요. 아주 뿌리째 뽑아버리려고 작정 한 것처럼 잡아가는 경우가 있지요. 하지만 대다수의 어민들은 스스로 법규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마구잡이 때문에 바다가 황폐화 되면 제일 먼저 손해를 보는 게 바로 우리 자신이니까요. 환경오염 문제도 절감하고요. 바다 나가보세요. 마트에서 사용하는 비닐봉지들이 둥둥 떠다니거든요. 그게 안 썩는다는 거 아닙니까. 우리는 바다 사람들이기 때문에, 바다가 환경오염으로 죽어간다는 걸 너무 잘 알죠. 어부들은 마트에서 비닐 판매 금지한 거 잘했다고 박수 칩니다.

강화 그밖에 조업활동의 어려움은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민이사 어민들의 실정을 잘 모르니까, 저희의 요구사항 반영이 잘 안됩니다. 탁상공론식 어업정책이 많죠. 얼마 전 해수부 어업정책과장과 간담회가 있었어요. 애로사항이 뭐냐 질문하시기에, 바다에 한번 같이 나가주시길 요청 드렸죠. 어업 관련 규제가 많거든요. 어족자원을 보호하려면 당연한 조치지만, 현실과 동떨어졌어요. 예를 들면, 개량 안강망으로는 젓새우를 못 잡아요. 강화어민은 가을 젓새우가 1년 벌이인데. 추젓 잡을 때 딱 3개월만 안하겠다, 그렇게 부탁드렸죠. 어업정책과장이, 평생 처음 배를 탔대요. 깜짝 놀라더라고요. 이걸 못하게 했으니, 바로 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뿐만 아니라 저희가 또 힘든 건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에요. 쌍끌이배가 얼마나 무섭냐면, 바다 생태계 자체를 파괴 해 버려요. 우리는 자손 대대로 먹고 살아야 할 바다니까 그걸 염두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자기네 바다가 아니니까 씨를 말려 버려요. 밤에 몰래 와서 싹쓸이 하고 도망치니까, 당해낼 재주가 없어요. 중국 선박의 불법 조업은 남과 북이 함께 막아야 해요.

조업하는 강화어민(사진: 민명섭 이사 제공)
조업하는 강화어민(사진: 민명섭 이사 제공)

강화 서해5도 어장확대를 강화어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민이사 남과 북이 평화를 향해 손잡는 건 환영할 일이죠. 남북교류로 어장이 확대되고 야간조업도 1시간 늘었다지만, 실질적으로 어민들에게 별 혜택이 없어요. 백령, 대청도 쪽은 조업시간이 하루 12시간 정도인데, 대청도에서 신설어장까지 왕복 6시간이 걸린대요. 어장이 확대되면서 어업지도선이 추가로 배치돼 단속이 심해지는 등 조업조건은 오히려 나빠졌고요. 강화어민들도 큰 변화가 없는 건 마찬가지에요. 저희는 만도리어장 야간조업을 요구하고 있거든요. 거기에서 새우젓이 많이 나는데, 밤에는 못해요. 북방한계선 근처여서. 야간조업이 가능할 때 강화어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강화 현장에서 조업활동을 하는 어민들의 현실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민이사 평화의 배를 띄우려는 한강 하구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뱃길 만들려면 모래를 파야 하는데, 거기는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곳이어서 황복, 참게 등, 여러 어종 산란처죠.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바다를 건드리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함부로 접근하면 안돼요.

강화 70년간 이어온 남과 북의 긴장이 제대로 완화되려면 많은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혜가 모여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민이사 우리 속담에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지요. 남북 교류와 협력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 되었으니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정책을 결정 할 때는 바다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야 합니다. 우리는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것을 바다에서 배운 사람들이에요. 바다에 관련한 사항을 결정하는 과정에 어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때 좀 더 현실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가 도래하여 강화어민들도 마음껏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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