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옥잠
물옥잠
  • 신종철
  • 승인 2012.08.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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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들꽃 산책(8)
오늘은 들꽃을 찾아 논길을 함께 걸어보자. 벼가 무럭무럭 자라가는 한 여름 논 가장자리 조그만 웅덩이에서, 논둑을 따라 난 좁다란 물길에서, 드물게는 벼 포기 사이에서도 들꽃들을 만날 수 있다. 
 
벼 포기 사이에서 드물게 흰색의 꽃이 보이는 것은 보풀이다. 가꾸지 않아도 절로 나서 자라는 물에 사는 식물 중 푸른색의 빛이 도는 보라색의 예쁜 꽃을 피우는 것이 물옥잠이다. 잎이 뜰에서 심어 가꾸는 옥잠화를 닮았으나 물에서 산다하여 물옥잠이라고 한다. 
 
8월 말복 때쯤의 기온은 정말 덮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 이런 더위 때문에 벼는 쑥쑥 자라는 것이다. 옛 어른들의 말로는 복중에 논길을 걸으면 벼가 자라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였다, 우리의 주식인 벼농사를 위해서는 여름은 더워야만 벼가 쑥쑥 자라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더위를 고맙게 여겨야 하리라. 이런 더위 속에서 물옥잠의 하늘 빛 보라색 꽃은 이를 보는 이에게 더위를 잊게 해주는 시원한 꽃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 때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면 아직 총각인 삼촌을 따라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파놓은 작은 웅덩이를 찾아다니며 조그만 손 그물로 미꾸라지며 붕어를 잡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 때 물에 사는 식물들의 꽃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예전엔 손으로 논의 김매기를 하였다. 한두 번도 아니고 세 차례 이상 김매기를 한 것 같다. 그러고도 모자라 볏과의 잡초인 피 뽑기를 해주어야 했다. 그러니 논농사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손으로 김을 매다 보니 논 가장자리 논둑 가에는 물에 사는 식물들이 많이 남아 자라기 마련이었던 관계로 논길을 걸으면 물에 사는 들꽃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흔한 들꽃이 아니다. 묵은 논이나 벼를 심지 않는 늪이나 못을 찾아가야 만날 정도로 귀한 것이 되었다. 손으로 하는 김매기 대신 제초제를 뿌리기 때문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집 앞의 한 논에서는 보풀이, 그리고 고개 넘어 국화리 저수지 옆 작은 못에서는 물옥잠이 자라고 있어 한 포기씩 뽑아와 널따란 자배기에서 기르며 꽃을 즐기고 있는데, 꽃집에서 비싸게 사온 어느 화분 못하지 않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들꽃이요, 어릴 적 논길을 걸으며 고기잡이 할 때 흔하게 보았던 추억이 깃든 정든 들꽃이기에 더욱 사랑스럽다.
 
물옥잠을 닮은 것으로 물달개비가 있는데, 꽃 색은 같지만 물옥잠 보다는 잎이 좁고 꽃도 작다, 꽃집에서 여름이면 사다가 작은 항아리나 돌절구에 띄워 기르는 부레옥잠이 있는데, 이는 열대 아메리카 원산으로 외국에서 들여와 가꾸는 것이다. 이 보다는 해마다 절로 나서 자라는 물옥잠이 더 정겹지 않을까?(사진은 선원사 앞 연 밭에서 찍은 것임)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국화리 시리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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