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환의 江華漫筆
홍성환의 江華漫筆
  • 인터넷 강화뉴스
  • 승인 2019.04.03 17: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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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선생(67세)은 서울 종로학원에서 20여 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으며, 씨알 함석헌 선생으로부터 큰 배움을 얻었으며 지금도 씨알재단에 참여하고 있다. 2011년에 강화로 이주하여, 2014년에 온라인 카페 강화도이웃사촌 을 개설, 초대촌장으로 활동했다.

 

영화<시인할매>를 보고

 

  강화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아 한 시간쯤 차를 타고 일산에 가서 보았다.

  영화는 전남 곡성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80세 무렵의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워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며 고생만 하고 살다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나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마을에서 작은 도서관을 하는 김선주 관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어느날 할머니들의 도움을 받아 책들을 정리하는데 책들이 거꾸로 꽂혀 있는 것을 보고 한글을 모르시는 분들이라는 걸 알고 한글을 가르치고 시도 짓게 하고 그림도 그리게 한다.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는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감동한 내용을 그 중 한 할머니가 이런 취지의 시로 표현한다(대사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취지만 쓰는 것을 양해주시기를)

 

  “ 자식이 핵교 갔다와 숙제하는데 무얼 물으면 한글을 몰라 아버지 오기까지 지달리라 할 때 맴이 아팠다. 이제 한글을 아니 하늘나라에 가신 남편께 편지를 쓰고 싶다.”

 

   한글 배우는 일은 힘들지만 즐거웠으나 시를 쓰는 일은 힘들었나 보다. 한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노래를 부르라면 금방 부르겠지만 시를 쓰라니 대갈박이 깜깜하다’. 그래도 할머니가 쓴 시들은 투박하지만 맑은 개울물 속에 노는 물고기들이 환히 보이듯 인간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감동적이다. 공자님은 시경을 한마디로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思無詐 사무사)라고 했는데 이 할머니들의 시는 그런 점에서 시경의 수준에 버금간다.

 

내년엔 농사를 질란가 안질란가

몸땡이가 모르겠다 하네

 

   그 중 한 할머니는 80이 넘었는데 아들도 죽고 남편도 죽어 혼자 살면서 자식들 먹거리 주겠다고 산비탈 밭에 힘들게 농사를 짓는데 딸이 와서 보고 그 모습이 안쓰러워 내년에는 농사를 안짓겠다는 약속을 받고 어기면 백만원의 벌금을 내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또 다른 딸은 어머니 고생하는 것 보면 그냥 눈물이 난다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새끼들이 왔다 간께 서운하다.

집안에 그득허니 있다 허전하니

달도 텅텅 비어브렀다

 

늙으니 여기 저기 아프지 않은데가 없다. 그래도 자식들 위해 밭에 나가 일을 쉬지 않는다. 자기를 위해서라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픈 몸을 표현한 시들이 가슴 아프다.

 

늙은께 뼈다귀가 다 아픈지

한발작이라도 덜 걸어올라고

왈칵 밤이 내려와 안잡다

 

인자 허리 아프고--

몸이 마음대로 안된께

마음이 쎄하다

저 사람은 저렇게 반듯이 걸어가니 좋것다

나는 언제 저 사람처럼 잘 걸어 갈끄나

 

가난한 시절 고생한 얘기들도 감동적인 시로 표현했다.

 

눈이 사뿐사뿐 오네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워서

사뿐사뿐 걸어오네

 

젓이 떨어져 젓먹이 동생에게 준 흰밥이 어찌 맛나보여 먹고잡던지

 

    학교에 가본 적도 없던 할머니들이 시집과 그림책을 출판하자 학교로부터 작가로 초청받아 대담을 나누고 싸인을 해주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시인들과는 달리 이들의 어눌한 말과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어찌 그리 감동적인지.

 

   나는 영화를 보며 배우지 못한 이들이, 평생 자식들 위해 땀 흘려 수고한 할머니, 아니 우리들의 어머니들이야말로 인간의 원형이고 구세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하신 어머니 마음 하나 알면 사람 공부는 다 된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런 어머님의 모습을 전혀 과장하지 않고 다소 지루할 정도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일부러 감동을 주려는 시도가 거의 없는 것이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다.

 

   요즘 극한직업이라는 별 의미 없는 코믹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데 이렇게 인간의 깊은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영화는 관객이 나 포함 고작 다섯명이다. 영화비를 내주고라도 아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이들어 이미 구식이라 나만 이런 영화가 좋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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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순아지매 2019-04-16 21:24:34
샘 저도. 할머니들 모습이 세상 제일 이뻐보였어요

땅콩 2019-04-03 21:36:32
걍화 눈을 떳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