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관계 통장 잔액(殘高)은?
나의 관계 통장 잔액(殘高)은?
  • 이민선
  • 승인 2018.11.3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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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계 통장 잔액(殘高)은?

이민선(감리교신학대학 외래교수)
이민선(감리교신학대학 외래교수)

 

얼마 전 직장 동료가 속도위반 과태료 고지서를 내보이며 “부부싸움은 여러모로 불이익이네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과 다툰 후 출근하는 길 내내 속이 상해있었고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 그것도 속도위반을 알리는 길도우미(내비게이터)의 요란한 경고음도 듣지 못한 채 과속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상한 감정 혹은 기분은 업무 시행 능력이 떨어뜨리고, 음주, 흡연만큼이나 건강에 해로우며 심혈관과 면역체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사람의 감정과 상황이 한결같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행복하기 원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정신은 감정, 의지, 그리고 이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세 기능의 조화와 균형이 중요함을 강조해 왔다. 인간의 감정 혹은 기분이 상하면 일상생활에서 익숙했던 일에서조차 실수를 하게 되고, 건강, 자신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적신호가 들어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정은 무엇보다 사람의 행복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행복의 비밀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그중 하버드(Harvard) 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지’에 관해 알고 싶었던 하버드 대학 성인 발달 연구팀은 1938년~2013년까지 75년이란 긴 세월 동안은 남성 72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그들의 직업, 가정생활, 건강상태를 추적-관찰 연구 조사했다. 한 집단은 하버드 대학 학생들이었고 다른 집단은 보스턴(Boston) 빈민 지역의 소년들이었다. 두 집단 모두 성장하여 다양한 직업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았다. 그중 어떤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 조현병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들은 75년이란 긴 세월 동안의 연구로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그들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너무나 평범했다. 외롭고 고독한 삶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 그리고 뇌 건강에 독이 되지만, 가족, 친구, 그리고 공동체와 맺은 좋은 관계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장수하도록 도우며 기억력을 증진하는데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어렵게 얻은 직장을 떠나야 했던 많은 이들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퇴사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인간관계, 쉽지않다.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의 원인이 있지만, 라이언 홀리데이(Lian Holiday)는 자신이 쓴 <에고라는 적: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가지> 책 속에서 자아(自我, ego)에 주목한다. 그는 에고를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믿게 하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에고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니 에고를 잘 통제하라’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하면 에고를 조절할 수 있을까? 종교학자이자 자기 계발 전문가인 스티븐 코비(Stephen Richards Covey) 박사는 감정 통장이라는 은유를 통해 우리의 감정 통장 관리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감정 통장이란 결국 ‘우리의 인간관계 통장’을 의미한다. 우리가 은행에서 돈의 입출금을 잘 관리할 때 건강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의 입출금을 잘 관리할 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계 통장 잔액을 높이고 더 나아가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자신이 모든 관계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자. 쌍둥이도 세대 차가 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생각하고 나와 같이 행동한다면 세상이 혹은 삶이 얼마나 지루하고 심심할지 상상해 보면서 말이다. 신뢰와 합의가 이루어지면, 다름은 서로의 약한 점을 보완하는 자원이 된다.

두 번째,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할 때 관계 통장의 잔액이 올라간다. 경청은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중요한 기술이고 ‘당신을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고 당신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침묵의 응원이다. 이탈리아의 신경생리학자인 자코모 리촐라티(G. Rizzolatti)와 그의 동료들이 우리 뇌 안에 다른 사람을 모방하고 공감하며 사람의 의도 혹은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신경체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신경회로에 문제가 없는 한 그리고 특별히 폭력, 학대, 혹은 방치와 같은 극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는 한 누구에게나 공감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 바꿔 생각하기)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그 혹은 그녀의 말을 경청할 때 관계가 시작되고 깊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은 일에 주의를 기울이자.’ 사소한 일에 관심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은 친절과 배려, 안아주기(hug), 미소짓기 등은 사소한 듯 보이나 서로 간에 신뢰를 쌓고 관계를 깊게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미소는 단합, 유대감, 그리고 호감을 촉진하는 훌륭한 사회적 감정이며 특별한 노력 없이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

2018년을 마무리하려면 아직도 1개월이 남아있다. 나의 관계 통장을 자세히 살펴본 후 나의 무엇이 적자 상태의 관계 통장을 흑자 상태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고민하며 좀 더 색다른 방법으로 해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싶다. 정말 ‘인생은 짧고 한순간이기(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 Mark Twain)’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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