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효과(father effect)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
  • 인터넷 강화뉴스
  • 승인 2018.09.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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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선(감리교신학대학 외래교수/신삼리 거주)

우리 가족 앨범 속에는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리고 우리 기억 속에도 아버지와 함께 만든 추억도 거의 없다. 아버지는 사업 실패 이후 우리 가족과 함께 살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우리 삼 남매의 양육과 살림을 꾸려나가느라 힘든 세월을 보내셨다.

어머니의 고통과 흐느낌을 보면서 아버지를 얼마나 원망했던지! 나는 임종 전 병실 침대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향해 우리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질문했고 아버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몰랐어. 그리고 알았을 때는 너무 늦었어. 미안해! 미안해!”라고 답하시곤 눈을 감으셨다.

내 삶 속에서 아버지의 자리가 크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슬프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특히, “몰랐어. 너무 늦었어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은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좋은 부모 혹은 좋은 아버지를 위한 지침서 같은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이상적인 아버지되기가 조금은 더 쉬웠을 텐데 말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교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정보와 자료는 넘치고도 넘친다.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그리고 아버지와 자녀의 좋은 관계 형성이 자녀의 인성, 진로, 성공적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리학자 스테판 폴터(Stephan Poulter)는 아버지의 태도, 행동, 가치, 직업윤리, 인간관계가 자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아버지-자녀의 관계를 기초로 다섯 가지 아버지 유형을 소개한다.

첫째, 성취지상주의형(superachiever): 재산, 지위, 명예, 성적, 외모, 업적 등이 판단 기준으로 자녀들이 아무리 잘해도 아버지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둘째, 시한폭탄형(time bomb):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기준 없이 화를 내기 때문에 자녀들은 아버지 눈치를 보고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다.

셋째, 수동형(passive): 아버지 인구 중 50%가량이 이 유형에 속할 정도로 가장 흔한 아버지 유형으로 자녀 양육과 가정 살림은 어머니의 역할, 가정 경제는 아버지의 역할이라 믿고 성실하지만, 가정생활에 소극적인 아버지 유형을 말한다.

넷째, 부재형(absent):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 가족의 곁에 없는 아버지 유형을 말한다. 자녀들은 자기 때문에 아버지가 부재하다고 생각하며 분노, 죄책감에 시달린다.

다섯째, 자상한 멘토형(compassionate mentor): 일관성과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자녀를 양육하되 자녀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일방적인 훈계보다는 자녀를 공감하는 아버지 유형을 말한다. 아버지 인구의 10% 만이 이 유형에 속한다.

당신의 아버지는 어떤 유형이었고 당신은 지금 자녀에게 어떤 아버지 유형인지 생각해 보자.

나의 아버지는 당연히 부재형 아버지였다. 나는 아버지의 부정적인 요인을 걷어내고 아버지를 용서하기 위해 오랫동안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이 세상에 100% 좋은 아버지란 또 100% 나쁜 아버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내가 임신하고 입덧을 하면 예비 아빠도 입덧한다. 부인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과정에서 아빠의 뇌, 신체, 신경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아버지가 자녀를 등에 업거나 자녀에게 음식을 먹이는 등 자녀와의 유대감이 형성될 때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호르몬 프로락틴의 수준이 상승한다고 한다.

다만 남성의 육아 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고정관념 때문에 아버지는 자기 자녀의 성장과 발달 과정에 소극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관계 형성이 자녀의 행복과 웰빙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이제는 아버지와 이 사회가 생각을 바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버지 역할은 누구나 처음이고, 이상적인 아버지는 타고나는 것도 아니다.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아버지 유형은 자상한 멘토형이다. 무엇보다 이 멘토형 아버지 스타일의 핵심은 내 자녀에게 어느 사람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자녀들과 양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없다면 어떻게 하면 질적인 시간을 만들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노력과 더불어 아버지를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법적이고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엄부자모(嚴父慈母)라는 전통적인 사고를 기초로 수동형 아버지를 유지 강화하려는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 전환도 병행되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와 인구절벽이라는 그 거대한 숙제를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자녀의 유치원 학부모 회의에 참석해도 낯설지 않은 환경, 아빠의 육아 휴직이 적극적으로 권장되는 직장문화,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자연스러운 가정이 조성될 때 젊은 부부, 특히 여성들이 자녀 출산과 양육하는 일에 용기를 내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아버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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