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지 않은 당신이 세상을 바꿉니다. ‘소녀와 여자’의 김효정 감독
침묵하지 않은 당신이 세상을 바꿉니다. ‘소녀와 여자’의 김효정 감독
  • 김세라
  • 승인 2018.06.28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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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지 않은 당신이 세상을 바꿉니다.

여성 할례를 다룬 다큐멘터리 소녀와 여자의 김효정 감독

 

지난 6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제주도 난민 문제에 대하여 찬반논란이 뜨거운데요, 우리는 어느덧 지구촌 공통 과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경제대국의 세계시민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낯선 타인의 아픔을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을까요?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619, 덕신고등학교에서 인권을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행사가 열렸는데요, 이날 상영된 소녀와 여인의 김효정 감독과 학생들의 열정 넘치는 대화 현장을 강화뉴스가 찾았습니다.

강화뉴스(이하 강화) 여성 할례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김효정감독(이하 김감독) 원래 저는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프로듀서입니다. 2001년에 김성수 감독의 무사에 참여하면서 촬영지였던 사막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2003년에 사하라 사막에서 매일 40km씩 일주일을 달리는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13kg 무게의 배낭을 짊어지고 모래언덕 자갈밭을 달리는 극한의 레이스입니다. 영화 작업이 끝날 때마다 사막을 달렸습니다. 중국 고비사막, 칠레 아타카마사막, 남극 사막까지 총 4대 사막 레이스를 완주한 이에게 주어지는 사막 레이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였는데요, 전 세계 세 번째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여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죠. 그런데, 아프리카를 몇 년간 오고 갔어도 여성할례를 전혀 몰랐습니다.

강화 그 전에는 여성 할례를 모르셨어요?

김감독 대다수의 한국 사람처럼 저 역시 여성 할례에 대하여 무지했어요. 2009년에 데저트 플라워라는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소개되었는데, 소말리아 난민 출신 톱모델 와리스 디리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전 세계에 여성 할례를 제일 처음 알린 여성인데요, 이 작품을 수입한 제작사에서 관객과의 대화자리에 저를 초대했어요. 사막 마라톤 출신이니 영화랑 잘 맞겠다고 생각했나 봐요. 관람 후 큰 충격에 휩싸였어요.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사막을 달리며 자신은 충만해졌지만 내 발이 닿았던 그 땅 사람들의 삶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 하다가,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강화 상업영화 프로듀서 출신인데요, 직접 연출까지 하셨죠.

김감독 처음에는 아는 감독님께 부탁드렸어요. 자료조사를 엄청 했거든요. 떠나기 한 달 전, 그 감독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김효정PD의 열정을 보니까 이 작품은 직접 연출하는 게 맞다. 소위 멘붕이었죠. 여성 할례는 학생들 방학기간인 12~1월에만 진행하거든요. 그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까 용기를 냈어요.

강화 솔직히 여성 할례는 그것은 알기 싫다는 진실이여요. 영화를 봐야하나 갈등이 있었는데요, 이국적인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려운 형편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소녀들 한명 한명이 모두 사랑스럽더라고요.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요.

김감독 주변 분들도 차마 못 보겠다고 그러시더니, 막상 관람 후에는 영화가 참 따뜻하다고 평을 해주시더라고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어요. 먼저, 절대로 여성 할례 장면은 찍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굳이 노출하고 싶지 않았어요. 또한 문명화된 서구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으려고 했고요. 우리도 서양인의 입장에서는 변방의 동양인이잖아요. 종교적·전통문화 계승의 입장에서 할례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했어요. 이런 저희의 마음이 관객들에게 통한 것 같아요.

강화 촬영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김감독 201012월부터 90일간 케냐, 우간다, 에디오피아 세 나라에서 촬영했어요. 보충부분은 2011년 겨울에 했고요. 150일간 하루도 안 쉬고 찍었는데, 당시에는 숙소에만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죠. 후편을 위해 작년에 재방문 했더니 다들 스마트폰 들고 다니더라고요. 아프리카 사람들이 전부 못 산다는 것도 편견이여요. 원시 부족도 있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소박한 살림이지만 행복해요. 가난해도 다들 몸단장에 신경 쓰고요. 물이 탁해서 그렇지, 매일 빨래를 하고 깨끗하게 씻지요. 오히려 그 친구들이 우리 팀에게 너네 왜 이리 더럽냐.’고 타박 했다니까요.(웃음)

강화 민감한 질문인데요, 여성할례의 원인이 무엇인가요?

김감독 여러 주장이 있지만 여성성욕 통제 수단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일부에서 코란과 성경에 등장한다고 하는데, 근거가 없어요. 전통할례 기간 동안 소녀들에게 계속 세뇌를 시켜요. 너는 이제 어른이 되었어.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어. 학교에도 갈 필요도 없어. 그 문화권에서는 성기절제만으로도 모든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진심으로 딸들을 위해 여성할례를 시켜요.

강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할례 반대 난민 캠프를 찾는 소녀들이 있어 다행이여요.

김감독 케냐만 해도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지만 학교를 다니는 비율이 낮아요. 왜냐면 학비는 무료인데 급식, 교복, 교과서는 자부담이거든요. 1년에 1명 학교를 보내려면 우리 돈으로 60만 원 쯤 드는데, 대부분의 서민가정 한 달 수입이 5만 원 선이여요. 한 가정에 자녀가 대략 5~6명 되니까, 아들만 학교를 보내요. 영화를 찍으면서 얻은 결론은, 교육의 중요성이여요. 학생은 물론이고, 부모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여전히 딸은 학교를 안가도 된다는 부모들이 많아요. 전통할례 지지자들도 그들 나름의 교육을 해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내와 며느리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가르치죠. 교육의 목적이 어느 방향을 향해 있느냐가 중요해요. 할례반대캠프에 온 소녀들은 나쁜 전통은 끊어야 한다는 것을 배워요.

강화 우리 사회에도 불합리한 규범들이 많잖아요.

김감독 맞아요. 여성할례란 소재는 특수한 지역의 낯선 이야기 일 수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보편적이에요. 우리사회에도 여전히 권위적인 가부장 문화가 남아 있잖아요. 우리에게는 익숙한 당위적인 가치나 법칙이 인권에 반하는 행동양식일 수 있어요. 그 문화권 안에 있으면 보이지 않거나, 알고 있어도 저항이 어려울 거여요. 저도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만약 내가 이곳에 태어났다면, 과연 할례를 거부할 수 있었을까? 누구도 장담 할 수 없어요.

강화 마지막으로 강화뉴스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감독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장면인데요, 어린 시절 여성할례를 당했던 한 여성이 울면서 호소해요.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할례를 하게 된 것은 당신들의 침묵 때문이라고. 아프리카 28개국에서 여성할례가 이미 법으로 금지 되어있지만, 모두의 묵인 속에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이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셔요. 다함께 ‘NO’를 외치면 견고한 벽 같은 세상도 바뀌니까요.

: 김세라 / 사진: 나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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