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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기사] ‘나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연기자입니다’ - 배우 정현석씨
김세라 객원기자  |  ganghw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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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30  1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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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연기자입니다

- 배우 정현석씨
 
   
 
강화읍의 한 초등학교 하교 시간. 야구 모자를 눌러쓴 남성이 운동장 벤치에 앉아 자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녀의 등하교길 동행은 물론, 공개 수업, 학부모 모임, 크고 작은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아빠가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는데요, 어쩐지 낯이 익어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TV 브라운관 안에서 자주 본, 여러 드라마에서 다양한 배역으로 활약 중인 배우 정현석씨를 강화뉴스가 만났습니다.
 
강화뉴스(이하 강화) 원래 고향이 강화도인가요?
정현석(이하 정) 아뇨, 춘천이 고향입니다. 대학입학 후에는 줄곧 수도권에 살았고, 강화도는 2012년에 가족들과 이사 왔습니다.
강화 성균관대 법대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배우가 된 사연이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TV에 나오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연극을 만들기도 했죠. 3때 서울에 있는 연기학원을 방문했는데, 적응할 분위기가 아니더라고요. 하루 만에 포기 했지요.정작 입시 당시에는 연극영화과에 간다고 모두 배우가 되는 것도 아니고, 법대 간다고 배우 못하지는 않을테니, 일단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법대에 진학하였습니다.
강화 부모님께서는 장래 법조인이 될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을 텐데요.
1학년 첫 헌법수업인데,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90년대 신입생들은 인기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이나 내일은 사랑에 등장하는 캠퍼스 낭만을 꿈꿨잖아요. 막상 경험해본 대학 수업은 고등학교 보다 더 재미가 없는 거여요. 학교는 안가고 놀러만 다니다가, 친구 따라 대학 연극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2학년 때 평생 배우로 살겠다고 결심했죠. 부모님께는 사법고시 준비한다고 안심시키고 연극만 했죠. 그러다가 결국 학사 경고가 누적되어 제적당했습니다.
강화 안타깝네요.
그때는 제 머릿속에 온통 연극 밖에 없었어요. 연극이 최우선이었어요. 할수록 어려웠거든요. 연극은 여럿이 함께하는 공동 작업이잖아요. 기술적으로 완성도 있는 연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한계를 느꼈고 또 그 한계를 넘고 싶었죠. 그러다가 마침 꼭 들어가고 싶던 극단에서 오디션 공고가 난 거에요. 주어진 시간은 단 사흘. 열심히 준비해서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공연 창작집단 뛰다입니다.
강화 유명한 극단이네요.
연극 동아리와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5년 간 극단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연기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제대로 연기 훈련을 받았죠. 할수록 모르겠더라고요. 공연을 올려야 하니까 기계적으로 몸은 움직이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단순하잖아요. 다른 사람 되기. 그 간단한 게 안되는 거여요. 커튼콜 할 때마다 속으로 그랬어요. ‘이 박수는 나의 것이 아니다. 관객들은 다른 배우를 향해 박수를 치는 것이야.’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연기가 좋아졌어요.
강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극단에 들어가고 5년 동안 직장인처럼 매일 훈련을 반복했거든요.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까 점점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더라고요. 마음 비우기가 쉬운 게 아니잖아요. 배우를 그만 둬야 하나, 고민하면서 하나둘씩 내려놓았어요. 그러다가 불현듯 떠올랐어요. 내가 너무 잘하려 하는구나. 그냥 하면 되는 건데. 대단한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연기를 망치고 있었던 거죠. 훌륭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니까, 무대 위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저절로 알겠더라고요. 그 여세를 몰아, 2010년부터는 방송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화
드라마에는 어떻게 출연 하게 되었나요?
지인 도움으로 캐스팅 디렉터를 소개받았습니다. 드라마 제작은 워낙 시간 싸움이다 보니, 캐스팅 디렉터가 따로 있거든요. 이쪽 분야가 처음이니까 검증된 것이 없잖아요. 한 달에 한번 겨우 출연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조금씩 인정받게 되면서지금까지 활동 중입니다.
강화 강화도로 이사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화읍에 처가가 있어요. 2010년에 큰애가 태어난 후, 육아문제 때문에 강화로 오게 되었습니다. 강화도에 오니 대도시에서 아등바등 살 때보다 삶의 질이 높아졌어요.
강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호의가 있잖아요. 어디를 가든 환대를 받는 편이에요. 낯가림도 없고요. 식당가면 익숙한 얼굴이니까 단골인 줄 알고 서비스도 잘 해주시더라고요. 오다가다 만난 분들과 인연이 되어 농구 동호회, 당구 동호회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강화 강화살이의 아쉬운 점은 없으세요?
공원이요! 혹자는 사방이 녹지인데, 공원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하겠지만, 애들이 뛰어 놀 공간이 부족해요. 작년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든다는 강화군의 발표가 있어서 기뻐했거든요. 올 여름부터 사업을 추진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조용하네요. 공공 놀이터, 가족 공원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강화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극단에 있을 때 해외 초청 공연을 많이 갔어요. 잠깐이지만 세상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북아일랜드에 가니까 오후 4시면 가게 문을 닫아요. 그야말로 저녁있는 삶이죠. 반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정해진 시스템에서 벗어나면 큰일난다는 강박이 있잖아요. 그 구조에 제 아이들을 밀어 넣고 싶지 않아요. 주류 질서에 들어가면 평생 안전한가요? 그런 시대는 진작 끝났잖아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작은 학교는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너그럽고 관용적인 분위기더라고요. 자녀가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때 까지 좀 느긋하게 지켜봐주고 싶어요.
강화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배우로서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요. 저는 배우니까, 연기를 통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법대 다니면서 다른 건 다 잊었는데, affirmative action이라는 미국의 소수집단 우대정책은 기억에 남아요. 인종,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받기 쉬운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죠. 대한민국도 약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성숙된 문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것이 상식이잖아요.
연극을 하면서 사람이 가진 힘을 믿게 되었어요. 시민으로서, 배우로서, 비정상을 정상화시키고,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에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글 김세라 기자 사진 나윤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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