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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에서 제자로 50년 간 이어진, 강화읍에서 가장 오래된 문구사 - 선일문구사 최병철 사장
김세라 객원기자  |  lew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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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7  13: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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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에서 제자로 50년 간 이어진, 강화읍에서 가장 오래된 문구사 - 선일문구사 최병철 사장

 

순돌이, 석이, 만수아빠.. 이 이름을 기억하시나요? 8,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가족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의 등장인물인데요, 아파트 중심의 대도시 환경이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신선한 풍경일 것입니다. 도시가 마을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게 변해가면서, 이웃 간에 크고 작은 갈등도 늘고 있지요. 삶이 점점 더 강퍅하게 흘러간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최근에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행복을 나누는 이웃사촌에 대한 도시인들의 향수가 아닐까요. 다행히 우리 고장 강화도는 참된 배려를 실천하는 따뜻한 공동체문화가 살아 있습니다.

곱게 새 단장한 강화읍 옛 골목을 50년 동안 지킨 이웃이 있습니다. ‘강화가 제일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선일문구사의 최병철 사장을 강화뉴스가 만났습니다.

 
   
 

강화뉴스(이하 강화) 고려궁지까지 이어진 길이 참 예뻐요. 간판들도 주변경관과 조화롭네요.

선일문구(이하 선일) 예전에는 골목이 좁았어요. 함께 웃고 울던 이웃들은 여럿 떠났지만, 앞집 청운서림처럼 여전히 이 거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도 있지요.

강화 사장님은 강화 토박이신가요?

선일 강화초등학교, 강화중학교, 강화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조상 대대로 강화사람입니다. 고려시대부터 800년 쯤 되었지요.

강화 문구점은 어떻게 경영하게 되었나요?

선일 원래 이 가게는 강화중학교 은사님이셨던 강종은 선생님 사모님께서 하셨어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문구점 점원으로 취직했죠. 점원생활 17년 만에 선일문구를 인수받아 현재까지 꾸리고 있습니다.

강화 선일문구사 발자취가 길군요.

선일 50년입니다. 강화에서 가장 오래된 문구점이지요. 제가 3대 사장입니다.

강화 선일문구사 역사를 들려주세요.

선일 선일문구사를 시작한 것은 강화고등학교 1회 졸업생인 이영성 교장선생님이십니다. ‘선일이라는 이름은 바른 길만 걷겠다.’는 바람이 담겨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영성 선생님이 슬하에 8형제를 두셨는데, 이 가게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제자인 강종은 선생님께 남겼습니다. 강화고등학교 8회 졸업생이시죠. 강종은 선생님도 8형제가 계셨는데, 제자인 제가 물려받았습니다. 저는 강화고등학교 30회 졸업생입니다.

강화 동네 문구점의 3대 경영도 흔하지 않은데, 동문 출신 사제지간으로 연결된 사연은 온 나라를 통틀어서 선일문구사 하나일 것 같아요.

선일 강화고등학교 신문에 실린 적이 있어서 가게 이력을 아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강화 훈훈한 미담입니다. 직원으로 근무하다 가게를 인수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선일 문구점에 일 할 때는 가게를 맡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좀 더 큰 꿈을 꿨었는데, 발길이 이쪽으로 닿았습니다. 1998년에 막상 문구사를 인도 받고 나니, 전통 있는 상점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강화 직원부터 35년 넘게 선일문구사를 운영하고 계신데요, 이전과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선일 전반적으로 자영업이 힘들다고 하잖아요. 문구점은 IMF부터 쭉 어려웠어요. 문방구 사장은 치매 안 걸릴걸요. 물건 가짓수가 워낙 많고, 회사마다 금액이 달라 몽땅 외워야 해요. 과거에는 신학기, 졸업식, 크리스마스 시즌에 장사가 잘됐어요. 식사 할 틈이 없을 정도로 분주했죠. 이제는 안 그래요. 초등학교에서 준비물 다 챙겨 주잖아요. 3월 초에 이틀 정도만 정신없어요.

강화 어릴 적에 새 학년 되면 문구점 가서 학용품 사는 게 낙이었어요.

선일 학생들이 노트필기 보다는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잖아요. 학기가 바뀌어도 평소보다 조금 번잡한 정도지, 일 년 동안 뚜렷하게 바쁜 때는 없는 것 같아요. 대신 사무용품 구매하러 오는 고정 단골들이 있어요.

강화 문구점 사정이 달라졌다고 하니, 강화읍의 문구사들이 꽤 줄었을 것 같아요.

선일 학교 앞 문방구는 좀 없어졌지만, 중앙로에 있던 문구용품점들은 거의 그대로에요. 크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강화 선일문구사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무엇일까요?

선일 지나고 나니 힘들었던 사건들이 떠오르데요. 가게 인수하자마자 IMF가 터져서 당황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1998년에 강화도에 물난리가 났어요. 가게가 물에 잠겨서, 새로 장만한 물건들을 싹 못쓰게 된 거에요. 손해액이 500만원이 넘었는데 당시 기준으로 큰 금액이었죠. 국가에서 70만 원 쯤 보상을 받았는데, 복구하기 까지 곤욕을 치렀습니다.

강화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아요.

선일 뿌듯했던 추억도 있어요. 강화군 책자에 1960년 대 강화거리 사진이 실렸는데, 제가 제출한 겁니다. 옛날에는 고려산에 미군기지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재직했던 미군 중 한 분이 할아버지가 되어서 강화를 방문하셨어요. 어느날 80대 서양 노인이 이 동네를 이리 저리 기웃 거리 길래, 무슨 일인지 여쭈었어요. 1960년대에 강화도 미군기지에 있으면서 찍었던 흑백사진을 꺼내며 사진 속 장소를 찾더라고요. 봉지 커피 한잔 타드리고, 안내 해드렸어요. 그랬더니 고국으로 돌아가서 고맙다며 본인이 찍은 60년대 사진들을 CD로 제작해서 보낸 거여요.

강화 돈으로도 구할 수 없는 귀한 자료를 선물 받으셨네요.

선일 강화대교 건설 전에 보트 타고 오가는 사람들, 민둥산인 고려산, 뽑기 하는 아이들, 소방서 리어카, 이런 사진을 강화군청에 제공했어요.

강화 애향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선일 어디 가면 꼭 강화지킴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해요. 어르신들도 모르는 강화의 역사, 문화와 음식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강화 저희 강화뉴스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려요.

선일 강화도는 포구마다 생산되는 해산물이 달라요. 동막은 가을 보약이라는 갯벌낙지, 창우리는 황복이 유명하죠. 서도면은 강굴, 볼음도는 상합이라고도 하는 백합이 납니다.

강화 미리 준비한 대답도 아닐 텐데, 거침없이 줄줄 답변 하시니 대단합니다.

선일 직접 발품 팔며 기록한 결과물들입니다. 대를 이은 강화 토박이들도 그동안 몰랐다며 놀라기도 해요.

강화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네요.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강화지킴이로서 한 말씀 해주세요.

선일 경주는 신라, 공주부여는 백제, 서울이 조선의 수도였다면, 강화도는 남한의 유일한 고려 문화 중심지입니다. 옛 고려의 도읍지에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오가는 이웃 한 분 한 분 더욱 정성스레 맞이하는 강화지킴이, 선일문구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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