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의 최고령 할머니, 불은면 임상임 어른
강화의 최고령 할머니, 불은면 임상임 어른
  • 김세라
  • 승인 2017.02.02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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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의 최고령 할머니, 불은면 임상임 어른 인터뷰

 
고인돌의 고장 강화도는 구석기 시대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기름진 옥토에는 보리, 감자, 옥수수, 조와 같은 농작물이 잘 자랐고, 일 년 내내 햇빛이 들었으며, 갯벌 덕분에 해산물도 풍족했으니, 사람 살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강화에는 무병장수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으십니다.
오복을 상징하는 붉은 닭의 해를 맞이하여, 강화의 최고령 할머니를 강화뉴스가 만났습니다. 1916년 용띠, 우리 나이로 102세인 불은면의 임상임 할머니입니다.
 
강화뉴스(이하 강화) 할머니, 고향이 어디세요?
임상임할머니(이하 할머니) 국화리에서 태어났어. 9대 독자 집안의 무남독녀였지. 일정 때 부모랑 적적하게 살았어. 손바닥만 한 땅에 농사를 지으면 일본 놈들에게 죄다 뺐기고 남는 게 없었어. 먹고 살기 고단해서 18살 때 3살 위 소띠였던 황서방댁으로 시집 왔지.

강화 혼례식 기억 나셔요?
할머니 국화리에서 불은까지 가마 타고 왔어. 이불이랑 장롱이랑 혼수 싹 했지.

강화 혼수품에 화문석은 없었어요?
할머니 그 시절에는 화문석은 혼수품이 아니었어. 양우리에서 시집온 큰며느리가 혼수로 화문석 해오더라고. 며느리 시대 양우리 사람들은 화문석이 혼수였나 봐. 얼마 지나니까 너나 할 것 없이 집집마다 시집갈 때 화문석을 하더라고.

강화 모르는 동네로 시집 와서 낯설진 않으셨어요?
할머니 일가친척 하나 없이 쓸쓸하게 지내다가, 5남매 둘째 며느리가 되었는데, 시댁은 복작 거려서 좋더라고. 서방님은 부지런하고 다정다감하고, 색시에게 일을 안 시켰어. 나는 가마니 한번 안쳤어.

강화 그 시절에는 부녀자들이 가마니를 만들었나 봐요.
할머니 농사일 없는 겨울에는 짚으로 가마니를 쳤지. 팔 힘 좋고 요령 있는 색시들은 하루에 스무 가마니도 쳤어. 그런데 나는 평생 해본 적 없어서, 칠 줄 몰라.

강화 화문석도 안 하셨어요?
할머니 나 때는 화문석 안했다니까. 큰며느리가 시집와서 발 사다가 화문석을 매더라고.

강화 할머니, 자녀는 몇이나 두셨어요?
할머니 아들 셋, 딸 넷 낳았는데, 딸 하나는 출가 한 후 먼저 세상 떠났어. 19살에 낳은 큰아들 내외랑 같이 살고 있는데, 아들이 84살이야. 자식들이 다 잘 자랐어. 다른 자식들은 서울이랑 경기도 여기 저기 흩어져 사는데, 모두 착해. 손주, 증손주도 그렇고. 큰댁 작은댁 조카들도 이 근방 사는데, 황씨 집안사람들 하나같이 점잖고 똑똑해. 친정 식구 하나 없어서 서글펐는데, 큰집 작은집 모여 살고 자손들이 다 번성해서 하나도 외롭지 않아,

강화 할머니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이셔요. 살면서 힘든 적은 없으셔요?
할머니 내가 원래 잘 웃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이야. 가정도 평온했고. 아무 염려 없이 잘 살았어. 6.25때 피난도 안 갔어.

강화 난리통에 별일 없으셨어요?
할머니 그냥 여기 살아도 된다고 하더라고. 서방님이 막 나돌아 다니는 편도 아니시고, 성품이 좋으셔서, 북한군이든 국군이든 탈 없이 넘어갔어. 큰일 치룬 집도 많은데, 고마운 일이지.

강화 할머니 뵈니까, 긍정에너지가 넘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래 오래 건강하신가 봐요.
할머니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웬만하면 안달복달 안하는 편이야. 놀러 자주 다니고. 이제는 다리 힘이 없어서 못하지만, 예전에는 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서울 사는 자손들 만나러 다녔어. 서울 길 빠삭 하다니까. 마을에서 관광 가면 다 따라 갔어. 제주도도 3번이나 가고, 배타고 일본도 다녀왔다니까.

강화 다녀본 곳 중에서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드셨어요?
할머니 막상 가보면, 남들 사는데 좋은 줄 모르겠더라고. 내 집이 최고지.

강화 할머니, 어디 아픈 곳은 없으셔요?
할머니 한동안 아팠는데, 지금은 끙끙거리긴 해도 큰 병은 없어. 밖을 못 돌아다녀서 종일 TV만 보니 좀 답답해. 가끔 사위가 와서 맛있는 집 데리고 가는데, 그게 유일한 외출이야.

강화 이제 곧 설인데, 워낙 다복하셔서 행복한 명절 보내실 것 같아요.
할머니 가래떡 뽑아서 떡국도 하고, 시루떡 해서 차례상에 올려야지. 이번 설에는 군대 간 증손자가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어.

강화 할머니,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할머니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정 들어서 어쩌누. 또 놀러와.
강화. 할머니.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김세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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