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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책방 주인의 철학이 묻어나는 인문학서점 <가망불망>, <국자와주걱>
김세라  |  seilork@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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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9  13: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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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책방 주인의 철학이 묻어나는 인문학서점 <가망불망>, <국자와주걱>

패션큐레이터 김홍기는 사회적 질서와 이에 상응하는 스타일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대신, 독특한 나만의 방식으로 저항할 줄 알아야 진짜 멋쟁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한 열망은 세상을 ‘엣지’있게 바꾸는 원동력이 되지요. 여기, 책이 있는 동네를 꿈꾸는 ‘멋쟁이 강화사람’이 있습니다. 인문학서점 <가망불망>과 <국자와주걱> 대표님들인데요, 우리 마을의 일상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가망불망>박서연님과 <국자와주걱>김현숙님을 강화뉴스가 만났습니다.

소박한 골목길 걷다 마주친 문화아지트 <가망불망>

   
   <가망불망>박서연님
강화뉴스(이하 강화) <가망불망>은 어떤 의미인가요?
가망불망(이하 불망)
제주도 방언이냐고 묻는 분들도 계셔요. 개화기 철학자인 혜강 최한기 선생의 ‘사람은 외모 보다는 그만의 분위기 혹은 아우라로 기억 된다’는 문장에서 찾았습니다. 겉치레에 현혹되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살피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강화 작은서점이 사라져가는 추세인데, 서점 창업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불망
전공이 문화산업분야여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이것저것 조사 하다가, 강화 화문석에 눈길이 갔죠. 화문석을 배우려고 무작정 3년 전에 강화도로 이사 왔습니다.
강화 갑작스런 결정에 가족 분들이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불망
아버지께서 많이 걱정하셨죠. 하점면에 있는 <화문석문화관>에서 왕골공예와 화문석을 배우는 동안 생활비를 벌기 위해 1년간 요양보호사를 했어요. 그걸 본 아버지께서 비로소 저를 인정해주셨어요. 화문석 관련 문화 사업을 찾아보니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열정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대책 없이 서점창업을 결정했습니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 한번 해본 적 없었어요. 서점에 관해 하나도 모르면서 창업을 준비하려니까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2015년 6월 개업 했는데, 개업일 기준 서가에 달랑 책 다섯 권 꽂혀 있었으니까요. 이상과 달리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웃음)
강화 그래도 오늘은 다행히 서가마다 책이 채워 져 있네요.(웃음)
불망
처음부터 단기간에 엄청난 이윤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는 안했습니다. 큰돈은 못 벌어도 망하지는 않을 거라는 주변 어른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대개 서점을 경영하려면 도매상에서 책 견적을 받아서 책장을 채우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릴 적 아버지와 자주 서점 나들이를 했는데, 근사한 책들로 가득한 진짜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꿨나 봅니다. 제 나름 것 양서를 선별하여 서가에 꽂을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강화 가망불망을 찾는 손님들은 어떤 분들이세요?
불망
가게를 열 때, 주변 지인들이 시장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충고를 해줬어요. 하지만 시장조사는 어떻게 하는 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막상 문을 열고 보니 4,50대 연령층이 주된 고객이었어요. 단골손님들의 개인 이력을 알 수는 없지만, 선생님들과 강화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방문하시더라고요. 학부모, 학생들은 근래부터 찾아요. 특히 <합일초등학교> 학생들이 일없이 와서 숙제도 하고, 고양이도 구경하고, 그림도 그리다 가요. <합일초> 어린이들에게 편한 공간이 되고 있어요. 그 친구들이 저를 편한 삼촌으로 여기나 봐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서점에서 놀았던 즐거운 기억이 남아있으면 좋겠어요.
강화 듣기만 해도 흐뭇한 광경이에요. 이게 바로 동네서점의 미덕 아닐까요.
불망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좋아해요. 정열은 청년의 전유물인 양 인식되는데, 노년의 돈키호테가 청춘의 삶을 살잖아요. 저 역시 그런 돈키호테의 열정에 공감하고 있어요. <가망불망>이란 상호답게 강화사람들의 마음의 중심을 살피는 치유의 터전을 꾸미고 싶어요. 누구라도 부담 없이 오며가며 들려주셔요. 따뜻한 차 한 잔 나누며 책과 사는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가망불망>서점 만들겠습니다.

시골동네책방에서 감성 충만 1박 2일 어때요? <책방, 국자와주걱>

   
 
강화뉴스(이하 강화) 내비게이션에도 안 잡히는 시골마을에 시침 뚝 떼고 서점이라니. 어울리지 않을 듯 했는데, 멋진 경관이에요. 인적 드문 자리에 책방을 차린 까닭은 무엇인가요?
국자와주걱(이하 국자)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서 장소를 물색하다가 10년 전에 강화도로 이주했어요. 그때 현재 이 집을 구했어요.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딱 내 동네다 싶더라고요. 텃세도 몰랐어요. 둔해서 그런가?(웃음) 원래는 포도밭 빌려서 ‘외지것’들과 과수원을 했어요. 동네 할머니들이랑 동무 되어서 국수 말아 먹고, 이집 저집 다니고. 그렇게 지내다가 자녀들이 독립하고 나니 이 집이 허전 하더라고요. 나이 들면 다 내려놓아야 하는데, 아직 때가 안됐나 봐요. 자꾸 뭔가를 하고 싶어요. 괴산에서 ‘북스테이’ 하는 친구네로 여행을 갔는데, 이거다, 싶더라고요. 용기를 내어서 욕심 부리지 않고 작게 해보자 다짐을 하고 일 년 전에 책방을 열었죠.
강화 ‘북스테이’란 개념이 좀 생소해요.
국자
책과 더불어 하룻밤을 지내는 거여요. 전국적으로 여러 곳이 있는데, 우리 집이 가장 규모가 작아요. 누가 올까 싶었는데, 책을 아끼는 분들이 기어이 오더라고요. 먹고 자고 마음껏 책보며 쉴 수 있으니까, 손님들이 정말 좋아해요. 기억나는 손님이 있는데, 맞벌이 젊은 부부가 아들딸을 데리고 왔어요. 정작 그 엄마는 이틀 내내 잠만 자더라고요. 친정집 같다나. 제가 워낙 애들을 예뻐하거든요. 저는 저 대로 그 부부네 애들이랑 놀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강화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쉼터’네요. 아무래도 이곳까지 찾아오는 이들은 선생님과 ‘영혼의 형제들’이 아닐까 싶어요.
국자
카드기 설치하러 온 기사님이 신기해하며 묻더라고요. 이 촌구석에서 왜 이런 걸 하냐고. 떼돈 벌 거라는 헛된 망상은 없었지만, 막 시작했을 때는 과연 될까? 걱정이 있었어요. 블로그도 열심히 했는데, 별일 없이 문득 근거 없는 믿음이 생겼어요. 내가 편하게 살면 손님도 저절로 늘어 날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니까, 한번 다녀간 분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줘요. 그냥 저는 지금 순간이 감탄스럽고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길 뿐이에요.
강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부자가 되지 못해도 상관없다, 얼마든지 부자처럼 누리며 살 수 있으니까.’ 선생님의 낙관적 인생관이 꼭 그러합니다.
국자
도시에서 정신없이 살 때는 ‘쓰리잡’까지 했어요. 폭풍이 휘몰아친 그 시기가 지나니, 이젠 스스로 적정 에너지를 활용하는 요령이 생겼어요. 이 ‘헬조선’에서 누군들 미래가 불안하지 않겠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죠. 그런데 청주에서 초등학생 자녀 데리고 온 아버지가 그런 말 하더라고요. 인터넷에서 여기를 검색 했는데 ‘오면 오고 말려면 마라’는 비범한 기운의 사진 한 컷이 오히려 울림을 줬데요. ‘이곳 주인장은 여유가 있을 것이다. 가면 분명 뭔가 독특할 거다.’ 호기심 잔뜩 안고 왔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며 극찬을 하더라고요. 그런 소감을 들으니,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구나 싶어서 뿌듯하죠. 가진 것에 비해 굳이 더 잘나 보이려고 애쓰다가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잖아요. 있는 그대로의 <국자와주걱>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강화 시골마을의 작은 서점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국자
‘외지것’은 하여간 특이해, 동네 어르신들이 이럴 줄 알았는데, 그러려니, 하고 별로 신경 안 쓰시더라고요. 언젠가 모 고객이 말하길, 한참 헤매고 있는데 길 가던 할아버지께서 ‘그 집 저기 있다.’고 가르쳐줬데요. 특별히 마을어른들에게 미주알고주알 말씀 드린 것도 아닌데, 외려 동네책방에 관심이 있으셨나 봐요. 그래서 요즘에는 어르신들에게 어른을 위한 동화책도 있으니 마실 삼아 오시라고 해요. 아직까지 오신 분은 없지만(웃음).
강화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꿈꾸는 동네 책방의 풍경을 그려 주셔요.
국자
<국자와주걱>은 함민복시인이 지어준 이름이에요. 둘이서 가게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궁리를 해도 결론이 안 나던 차에, 어느 아침, 함시인이 전화를 했어요. 갑자기 스치는 게 있었다고. <국자와주걱>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전율이 일더라고요. 누군가에게 뭔가를 퍼주는 살림도구인 국자와 주걱처럼 지식과 마음을 나누는 책방을 만들고 싶어요. 방명록에 누군가 ‘오래오래 남아 달라’고 적었더라고요. 책방이 혹시 사라질까 하는 염려가 있는 거죠. 걱정 마세요. 반복되는 생활에 지친 영혼들이 잠시 토닥토닥 위로를 받고 갈 수 있도록, 양도면 한 자락, 이 터를 언제까지나 지킬 테니까요.

   
  <국자와주걱>김현숙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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