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권의 책이 강화도를 물들이다 - 함민복 시인과 독서모임 100books
백 권의 책이 강화도를 물들이다 - 함민복 시인과 독서모임 100books
  • 김세라
  • 승인 2016.10.26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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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권의 책이 강화도를 물들이다 - 함민복 시인과 독서모임 100books

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고향인 프랑스의 소읍을 벗어나 자유와 관용의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합니다. 만약 데카르트가 타향살이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 한다’는 유명한 문장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충주 노은면의 산골에서 나고 자란 함민복 시인은 마니산에서 바라 본 서해바다와 갯벌에 매혹되어 ‘강화도의 시인’이 됩니다. 익숙함을 버리면 ‘인간다움’을 깊이 들여다보는 인문학적 감수성이 깨어납니다. 일상에서도 ‘낯섦’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 중 하나는 독서인데요, 함민복 시인이 이웃사촌들과 백 권의 책읽기를 시작 했다고 하여 강화뉴스가 찾았습니다.

강화뉴스(이하 뉴스) 선생님의 시를 읽어본 적 없는 이들도 ‘강화도 시인 함민복’은 다 알거든요.
함민복시인(이하 시인) 허영만 화백의 ‘식객’ 덕도 봤죠. 제 시와 산문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13편 수록되어 있어 자주 강연을 가는데, 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식객’ 얘기를 하더라고요.

뉴스 강화도에 터를 잡은 사연이 궁금합니다.
시인 경제적 이유가 컸어요. 서울에서 7년 신세졌던 친구가 마음공부 하려고 광주로 내려갔거든요. 갈 곳이 없어 막막했는데, 한 선배가 마니산 등반 후 작심하고 장편소설을 집필했어요. 발문작성 부탁을 받고 저도 혼자 한밤중에 마니산에 올랐죠. 저렇게 높은 산인지 모르고(웃음). 새벽에 정상에서 바다를 내려 봤는데 장쾌했지요. 제가 원래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했거든요. 4년 간 동해에 있었는데, 서해 바다는 느낌이 달랐어요. 갯벌도 매력적이고. 청한한 살림에도, 글쓰기에도 좋은 고장이다! 그래서 동막에 빈집을 구했죠.

뉴스 강화도의 무엇이 감흥을 불러일으켰을까요?
시인 배가 최고 운송수단이었던 시절, 강화는 일종의 터미널이었다고 하죠. 지금은 완벽한 터미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강화도는 활짝 열린 관문이에요. 에너지가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죠. 자신을 보호하려고 울타리를 치면 그 안에 갇혀요. 경계 대신 자유롭게 드나드는 문이 필요합니다. 문이 성이 되는 시대죠. 강화는 그런 의미로 접근할 때 무엇이든 발전시킬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에요.

뉴스 ‘소통’은 선생님에게 중요한 가치인 것 같습니다.
시인 소유격, 주격이 강조되는 시대에, ‘시’는 너와 나를 연결하는 ‘접속사’입니다. 물론 시인으로서 나만의 시어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죠. 그렇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히 그려도, 인간의 생애 자체가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심연을 내포하고 있기에, 그 이야기만 잘 담아도 충분히 문학적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뉴스 선생님의 글이 마음 한 구석에 닿을 때가 있습니다.
시인 그 얘기는 제가 양심의 가책을 글로 옮긴 적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누구나 품고 있는 양심의 속삭임이야말로 서로 통할 수 있는 길이니까요. ‘양심’이란 단어가 흘러간 옛 가락 같지만, 이보다 곱고 귀한 말은 없습니다. 살아가며 욕심 보다 양심을 우선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죠. 저도 순간순간 감정의 불길에 휩싸이지만, 의도적으로 나를 대상화 하여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뉴스 누군가 철학은 감추고 싶은 인생의 민낯과 대면하는 시도라고 했는데요, 삶에 맞서는 선생님의 글쓰기는 철학자의 ‘철학하기’를 닮았습니다.
시인 과찬입니다. 글쟁이는 동시대의 상처를 감지하고, 그 생채기를 치유하기 위해 글을 써야하지요. 칼보다 펜의 힘이 강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세상은 당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더 나아가 행동하는 작가를 호출하고 있지요. 제 글은 아직 멀었습니다. ‘위대한 작가는 말하자면 그의 나라에서는 제2의 정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권도 별 볼일 없는 작가는 몰라도 위대한 작가를 좋아한 적이 없다’라는 솔제니친의 말을 떠올리면 부끄럽습니다.

뉴스 선생님의 앎을 실천하려는 의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시인 실천이 없다면 앎이 아니지요. 그게 강화학파의 정신 아닙니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문학이 열풍이라던데, 인문학이 삶을 변화시키지는 못하고 또 하나의 스펙 쌓기 차원에서 머물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지식은 쌓이는데 생활 속에서 바뀌는 게 하나도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백남기 농민을 병사했다고 사망진단서에 기록한 의사는 전문성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지식 수집자와 지성인은 구분 되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공부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이웃들과 백 권의 책을 나누어 읽는 100books를 시작했습니다.

뉴스 백 권의 책을 함께 읽는 모임이라니, 귀가 번쩍 뜨이는데요.
시인 사실, 100books는 우리가 처음이 아니고요, 2002년에 설립된 전국적인 열린 학습 공동체입니다. 타 지역 100books 행사에 강연자로 몇 번 초청을 받았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거든요. 지인들과 독서의 중요성을 얘기 하다가, 100books 강화지부를 만들자고 의견이 모였어요. 마침 100books 운영진 중 한분이 근처 마송 출신이에요. 강화지부 준비한다니까 크게 기뻐하며 도움을 주셨어요.

뉴스 강화 100books에 저도 참석 하고 싶습니다.
시인 환영합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참가하시면 됩니다. 100books는 2016년 2월에 출발했는데요, 한 달에 한 번 미리 선정된 책을 읽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독서 토론의 묘미는 책에서 얻는 정보 보다 그 책을 통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궁리하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뉴스 독서 토론 클럽 간판을 걸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인문학 운동으로 보입니다.
시인 맞습니다. 기존의 시민운동 방식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편을 가르고 상대를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은 우리 사회 발전에 보탬이 안 됩니다. 굳어진 구조에 숨통을 뚫을 수 있는 주체는 성찰하는 개인입니다. 책은 보다 아름다운 삶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필요한 하나의 방편입니다. 책은 살아있는 글자의 화석이고 생각이 담겨 있는 냉장고지요. 저자의 사유를 꺼내어 따라가다 보면 딱딱해진 머리와 가슴이 말랑말랑 해집니다.

뉴스 마지막으로, 시인 함민복의 인생의 책이 궁금합니다.
시인 어릴 적 읽은 탈무드입니다. 첩첩산중에서 책 구하기가 어려웠기에 곁에 두고 반복해서 낭독했죠. 저는 탈무드를 통해 전복적으로 상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권의 책이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책의 향기가 강화도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100books가 강화군민들의 좋은 벗이 되었으면 합니다.

11월 강화 100books 안내

주제 : 『실험에 미친 화학자들의 무한도전』 필립 볼
일시, 시간, 장소 : 11월 10일(목), 19시 ~ 20시 30분, 가망불망서점
문의 : 강화도 이웃사촌 카페 (http://cafe.daum.net/kh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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