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의 들꽃 산책(39) - 물질경이
강화의 들꽃 산책(39) - 물질경이
  • 신종철
  • 승인 2015.10.30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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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논 잡초 대하는 자연 대하지마라


물질경이는 논이나 도랑의 물속에서 자라는 1년생 풀이다. 잎이 질경이 잎을 닮아 '물질경이'라 한다. 들판의 질경이 잎을 뻥튀기 한 것처럼 크고 넓은 잎을 물 속에 모두 숨기고 꽃만 물 밖으로 올려 꽃을 피운다. 꽃은 20~25cm길이의 꽃줄기 끝에 1개의 꽃이 달리며 8~9월에 흰색, 분홍색으로 꽃을 피운다. 논이나 도랑에서 자라는 꽃이지만 지금은 연꽃 축제장이나 습지생태공원 같은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귀한 식물이 되었다.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제초제를 사용하면서 논에서 물질경이는 사라졌다. 운이 좋다면 묵은 논이나 연못에서 만날 수도 있다.

그깟 하찮은 논의 잡초 하나 없어졌다고 애석해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다양한 생물종이 인간의 생활을 그 숫자만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인간의 탐욕스런 개발과 공해로 찌든 대지 위에 몇 종의 생물이 살 수 있을까?

2010년 5월 10일 유엔이 발표한 ‘제3차 세계 생물다양성 전망’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고를 담은 환경보고서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인간이 만들어낸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이 인간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자연의 역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까지 발견돼 인류가 알고 있는 생물은 동물 약 150만종, 식물이 50만종 정도다. 그런데 20분에 1종씩 사라지고 있으며, 그 사라지는 비율이 이전보다 1000배 정도 빨라진 것으로 추산한다. 그 배후에 인간이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서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생태계가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면 자연의 시스템이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해 인간도 곧 멸종하는 다른 동식물과 같은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위탁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나와 물질경이의 처음 만남은 강화의 한 절에서 있은 논두렁 연꽃 축제에서였다. 그해에 처음 열리는 축제였다. 축제 기간에는 사람들이 법석일 것 같아 축제 시작 이틀 전 새벽기도를 마치고 축제장으로 향했다. 아직 연이 자리 잡지 않은 논에 물질경이가 아침 햇살에 발그레한 얼굴로 나를 반겨준다. 귀한 꽃과 처음 만남이라 흥분된다. 삼각대로 카메라를 고정하고 초점을 맞추어 셔터를 눌렀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어떤 작품이 나올지 설렌다. 이듬해 물질경이를 만날 기대로 다시 그곳을 찾았지만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연 밭에 필요 없는 잡초라고 생각하여 뽑아버린 듯싶다. 어찌 보면 연꽃 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았어야 했는데… 올해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 절의 연 밭을 찾았으나 물질경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논에서든가 도랑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리라 희망을 가져본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국화리(시리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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